낮은 눈 뜨거운 심장, 세상을 아우르는 “2015 SeMA Green: 윤석남 심장”전 책을 펼칠 때면 책 날개를 슬며시 들춰본다. 환히 펼쳐서 정독하지는 못하고 속독 후 본문으로 들어간다. 전시 도록을 받아 볼 때에도 작품 한 점을 유심히 보는 시간만으로도 아까울 텐데 작가 이력에 눈이 간다. 세속적인 방식이라고 느끼면서도 그이가 특별한 사람이라 여기게 되면 특별한 자취를 찾고만 싶다. 기어이 그 자취를 찾아내면 나의 평범함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는 다르게 살았으니까 지금 이목이 집중되고 존경 받는 건 합당하지.’ 만약 특별한 게 없어 보이면 간혹 실망하기도 한다. 그리고 비합리적인 의혹인 걸 알면서도 작품이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잔망스러운 관심이 실례겠지만 윤석남(76)은 대단히 특별한 ..
허난설헌, 작품을 통해 다시 본다 허난설헌(본명 허초희, 1563~1589)은 역사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몇몇 여성 문인들 가운데, 황진이와 더불어 그 시작 능력이 천재적이라고 평가받은 예술가다. 그러나 남성 문인들에 대한 평가가 작품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여성 문인들에 대한 평가는 외적 조건이 기준이 된다. 즉 황진이의 경우 기생의 신분으로 뭇 남성들을 유혹한 자유분방한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허난설헌은 반역을 꾀하다 귀양 간 허균의 누이이자, 남편에게 소박맞고 자식마저 잃은 불행한 여성으로 기억된다. 불행한 ‘여류’ 예술가의 이미지. 고등학교 교과서를 통해 소개된 허난설헌의 작품들은 주로 기다림에 지쳐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원망을 표출한 시다. 하지만 ‘님’에 대한 기다림과 한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