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가정, 탈조선은 해도 탈원룸은 어려워 ‘20대’ ‘비건’ ‘여성’의 홀로서기(1) 다양한 시각으로 ‘주거’의 문제를 조명하는 기획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ildaro.com 집 나간 딸은 세계로 사라졌다 24살의 추웠던 2월 어느 밤, 집을 나섰다. 지난 수개월 간 계획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갑자기 나올 생각은 없었다. 청소년이 된 후부터 줄곧 가족을 떠나고 싶었다. 종종 죽어버리고 싶었다. 남을 미워하는 것도 능력이라, 다른 이를 저주하지 못해 내가 죽어버리고 싶었던 날들이 많았다. 그래도 대학생이 되고 나선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괜찮았다. 거의 매일, 아침 9시에 집을 나와 밤 12시에 들어가곤 했다. 23살엔 늙어 치매가 온 강아..
어느 탈가정 청소년의 “내가 살고 싶은 집”② 10대 초반이나 그 이전에 ‘나는 나중에 커서 어떤 집에서 살까?’를 생각하면 막연히 흰색의 커다란 단독주택과 잔디 깔린 정원, 그리고 강아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을 나온 이후 내가 꿈꿨던 집은 단지 ‘답답하지 않은 집’이었다. 나의 사생활이 보장되며, 누구에게도 허락받을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원하는 시간에 드나들 수 있고, 원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시간에 잠들고 깨어나는 것. 지금의 내가 생각했을 때 너무나 사소한 일상이지만 청소년인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나는 그 자유를 찾아 집을 나왔다. 집을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파란색 잠바. 그때의 추웠던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