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계속되는 미국의 “학살의 정치학”[죽음연습] 집단학살과 전쟁이 야기하는 죽음을 보며② 의 저자 이경신님의 연재 ‘죽음연습’. 필자는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대량학살로 얼룩진 20세기 난징대학살의 참혹한 증거 사진들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중일전쟁 다시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은 1937년 12월 13일부터 6주간 양민과 중국군 포로 30만 명 이상을 무참하게 학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난징대학살이 20세기에 벌어진 예외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20세기는 ‘학살의 세기’라고 불릴 만큼 끔찍한 학살이 수도 없이 벌어졌다. 1930년대 구 소련에서 스탈린은 2천 만 명을..
출생의 비밀을 안고 사는 아이들: 영화 전쟁의 고통은 비단 죽음과 부상의 아픔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삶의 터전의 파괴, 기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익숙한 것들과의 작별. 이 모든 슬픔과 공포, 충격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전쟁 기계에 살해당한 자들의 고통은 비록 읽어낼 수 없는 무형이지만,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전쟁은 인간이 창조해낸 가장 극악하고 극대화된 폭력의 정점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인간들이 떠맡아야 하는 상흔은 종종 한계 이상으로 넘어버리곤 한다. 영화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눈을 감은 채 서로에게 기대고 포개어진 채로 누워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 군상들을 담담하게 훑고 지나간다. 왜 그들이 거기에 그렇게 무력하게 겹쳐져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