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날, 내게 그림을 선물한 아이 책꽂이의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에띠엔느가 ‘어머니의 날’ 나에게 선물했던 그림을 발견했다. ‘이게 여기 있었구나!’ 흐뭇한 미소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청소년이 되어있을 것이다. 에띠엔느는 프랑스에서 세 들어 살던 집의 세 아이들 중 둘째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지만, 자기네 현관 앞을 지나는 내 발소리를 들을 때마다 문을 열고 늘 먼저 인사하는 사람은 그였다. 또 그들 부모 대신 내가 저녁을 챙겨줄 때, 도우러 오는 아이도 에띠엔느뿐이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버지였기 때문일까? 사내아이인 에띠엔느 외에 딸인 첫째 쥴리엣과 셋째 뤼시는 한번도 요리나 상 차리는 걸 도와준 적이 없다. 나는 직장 일에 바쁜 그들의 엄마를 도와,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거나 저녁을 ..
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아침마다 창을 여는 습관을 접고, 닫힌 공간 속에 웅크리게 되는 겨울이 오면, 불현듯 뜨개질 생각이 난다. 뜨개질을 잘해서는 아니지만, 그냥 폭신하고 따뜻한 모자, 장갑, 목도리, 스웨터를 뜨는 광경만 떠올려도 마음은 벌써 훈훈해져 온다. 장롱 깊숙이 넣어둔 뜨개바늘과 상자 속에 모아둔 친구의 낡은 티셔츠들을 꺼내 들었다. 작년 겨울처럼 올해도 발판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면 티셔츠를 잘게 잘라 실을 만들고 색깔을 어울리게 배치한 후 실을 연결해 메리야스 뜨기를 하면 나름대로 쓸만한 발판이 된다. 심리적 시간과 물리적 시간의 차이 뜨개질을 하다 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 한참 동안 발판 뜨기에 몰두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려 놀란다. 아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