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두려워하고 금지하는 ‘선생님’들에게 권하는 책슬로베니아 그림 동화 『첫사랑』 스물여섯이 되는 생일날, 밤기차에 타고 있었다. 겨울 바다를 여행하기로 한 친구들 몇은 먼저 내려갔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S와 만나 뒤늦게 출발했다. 자정이 넘은 어느 순간, S가 내 앞에 촛불이 켜진 작은 케이크를 내밀었다. 기차에서 불이라니, 얘는 어쩜 이런 일을 벌이나! 놀라서 화가 났다. 서둘러 촛불을 끄고 손으로 연기를 휘휘 저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S는 내 속은 모르는 듯, 언젠가 내가 예쁘다고 말했던 군밤 장수 모자를 내밀었다. 부끄럽게 선물을 건네는 S를 보자니 혀가 끌끌 차졌지만, 그보다 이 상황이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났고, 무엇보다 고마웠다. 브라네 모제티치 글, 마야 카스텔리츠 그림 『..
오미드의 첫사랑 *풍경보다는 사람을, 사진 찍기보다는 이야기하기를,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선택한 어느 엄마와 세 딸의 아시아 여행기입니다. 11개월 간 이어진 여행, 그 길목 길목에서 만났던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② 힐라학교 아이들 대부분은 하자라 족이었다. 아프가니스탄 내 소수 인종인 하자라에게는 다수파 지배 계급이었던 파쉬툰이나 타지크 족에게 오랜 세월 핍박당해온 아픈 역사가 있다. 그들은 생김새가 좀 달랐다.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쌍꺼풀 없는 눈과 낮은 코 그리고 둥그스름한 얼굴을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깊숙한 눈매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아리안계 파쉬툰들은 하자라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