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 페미니즘’이 말하는 ‘몸’ 이야기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9) 「뫼비우스 띠로서 몸」 www.ildaro.com 다시 이맘때가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이후 이미 한 해가 끝나버린 느낌을 가득 안고 남은 한 주를 보내다보면 어느덧 새해가 시작 된지도 며칠이 지나 있는 그런 시기. 분명 그 며칠 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그다지 달라질 것도, 어딘가 많이 변해있는 것도 아닐 텐데 으레 사람들은 이맘 때 서로에게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가짐, 결심, 계획 등을 인사로 묻곤 한다. 사실 매 순간 몇 개의 세포가 무수히 죽고 또 태어나고 하는 생물학적 관점에서만 보면 우리는 항상 변하고 있고, 무언가를 기억하고 망각하고 있으며 결국 변하지 않는 것 같으나 동시에 변하고 있는 존재다. 그러한 속성으로 인해서 어느 순..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5) 주디스 버틀러「젠더 트러블」 언젠가부터 가장 어려워하는 글쓰기 중에 하나가 바로 ‘자기소개서’가 되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실로 엄청난 질문에 때로는 500자로, 때로는 A4용지 5매 이상으로 답해야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쭉 나열해 놓고 종합하면 그것이 ‘나’가 될까. 그래서 어떤 곳은 친절하게도 몇 가지 범주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 항목들에 대한 답을 성실히 채워 가면 그가 ‘알고 싶어 하는 나’에 대해 알 수 있겠다,고 말하듯이.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정체성이라는 것도 실제의 나와는 또 별개로 사실상 여러 범주들을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범주들 중에는 단 한 번도 질문을 제기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