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이는 낳을 수 있겠니?” 장애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말하다 몇 년 전, 사귀고 있던 사람이 불쑥 물었다. “너, 애는 낳을 수 있겠냐? 네 몸으로 애를 낳으려면 뭔가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 거 아냐?” 황당한 표정으로 멀뚱히 바라보니, 그 사람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자신은 장남이라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하기 때문에, 애를 낳을 수 없는 여자와는 결혼할 수 없으니 미리 물어보는 거라고 했다. 당시 그 사람과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결혼은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있던 시기라, 내 입장에서는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결국 그와의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이를 (정상적으로) 낳을 수 있냐’ 라는 것을 진지하게 연애의 전제 조건으로 보는 그 사람의 입..
한 장의 사진이 마을을 되살려준다 사진작가 혜영이 꿈꾸는 ‘그 다음의 길’ 성별, 나이, 학벌…“차별은 늘 느꼈어요” ▲ 사진작가 혜영(35) © 안미선 한 여자아이가 살았다. 개울이 흐르는 북한산 자락 바로 아래에 집이 있었다.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면서 물장구를 치고 밤에도 잠옷 바람으로 뛰어 놀았다. 읍내에 가서 떡볶이를 사먹으면 큰일을 해낸 것 같아 뿌듯했다. 가난했지만, 풍요로웠다. 혜영(35세)은 그렇게 어린 시절을 기억했다. 고등학교에 가서 만난 친구들은 다들 영화를 좋아했다. 그때 잡지가 유행이었다. 원서를 사서 함께 돌려보기도 했다. 사진을 보는 게 즐거워서 사진을 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돈 많이 못 벌고 힘들 거야’라는 생각도 같이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