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성 해방에 ‘포로’가 된 여성들알리스 슈바르처 (홍승희) ‘나는 적극적인 여자가 좋아’ 남자들의 성 해방 “성 해방의 물결은 여자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한 게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자기기만과 불감증만 더해 주었을 뿐이다.”(P.19) 성 해방의 물결은 이상하게도 남자들이 ‘나는 섹스에서 주체적인 여자가 좋아. 나는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여자는 싫어’라고,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권력을 주었다. 남성이 무책임한 섹스와 성 착취를 자유롭게 휘두를 알리바이를 준 것이다. 여자들은 침대 위에서 더욱 격렬하게 신음소리를 연기하거나, 섹스에 흥미가 없는 자신이 ‘어른여성’이 아닐까봐 불안과 자기의심에 시달리게 됐다. ▶ 알리스 슈바르처 (미디어일다, 2017) 일찍이 자위를 통해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을 ..
포르노그래피 감수성을 넘어 다양한 섹스의 상상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치마 속 페미니즘”이 연재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섹스에서 소외되는 오르가슴 열세 살 때 첫 자위를 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섹스를 하는 건지 궁금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살갗을 맞대고 오르가슴을 함께 즐기는 게 섹스라면 어서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첫 경험, 아니 첫 강간을 당했을 때 오르가슴은커녕 아프고 불쾌한 느낌만 들었다. 돌이켜보면 불쾌한 섹스는 대부분 강간이었고, 그런 일들을 사춘기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숱하게 겪었다. 내 몸이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잦아졌다. 수치심은 몸의 감각이 열리는 걸 방해했다. 어느새 포르노, 야동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