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빛을 따라가는 환희의 질주 영화 ▲ 영화 포스터 종이로 빚어진 달은 빛을 발하지 않는다. 진짜 달과 똑같은 모양으로 오려져 하늘에 붙어있을 지라도 그것은 허상일 뿐이다. 그러나 손을 뻗어 직접 그 허상을 그려볼 수 있다면, ‘종이 달’이 사라지기 전까지 한동안 바라보며 빛에 취할 수 있다면, 그 게임은 시작해 볼만 하지 않을까.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미야자와 리에(우메자와 리카 역) 주연의 영화 은 버블시대의 호황이 가라앉은 1996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가정주부이면서 은행의 계약 사원으로 일하던 리카는 우량 고객인 노인을 방문했다가 그의 대학생 손자인 고타(이케마츠 소스케)를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려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리카는 그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노..
여전히, 비로소, 다시금 열정에 사로잡히는 그녀들 연애하는, 그러나 연애를 숨기고픈 그 일요일 아직 이른 오후 시간이었다. 섬돌향린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상수역에서 한 ‘할아버지’가 한 ‘할머니’의 다정한 눈길을 뒤로 하고 지하철에 올라 탔다. 지하철이 움직일 때까지 그는 밖에 서 있는 ‘할머니’에게 애틋한 표정으로 고갯짓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곧 또 봅시다”는 따스한 말을, 입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오진 않았지만,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안타까워하며 헤어지는 모습이나 손을 흔드는 모습이 시종일관 부드럽고 살가웠다. 망설임과 어색함 또한 없지 않아 은연 중에 지지하는 마음까지 들게 만들었다. 마침 옆자리에 앉은 그에게 나는 가능한 실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