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파꽃 입하(立夏)가 지났으니 아직 밭에 남아있는, 농민 속도 모르는 대파도 꽃을 금세 터트릴 것이다. 따뜻했던 지난 겨울을 보낸 채소들은 대부분 풍작이었다. 때문에 가격을 내려도 좀처럼 팔리지 않던 그것들은 간간이 팔리거나, 보다 못한 농민들에 의해 뽑히지도 못하고 흙과 함께 갈아졌다. 그리고 팔리지도 못하고 갈리지도 못한 것들은 밭에서 꽃을 피운다. ▲ '농민 속도 모르고' ©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파꽃 평당 12kg가 수확되어 한 관인 4kg에 6천500원~8천원에 팔릴 거라는 계산에 심겨진 어느 농민의 6백평 유기농 대파는 십분의 일도 채 팔리지 못했다. 대파를 팔아 밀린 농자재 비용과 품삯도 주고, 아이들도 키우고, 유기농업운동도 해야 하는데 날이 풀리고 꽃이 피니..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아빠의 ‘똥 창고’ 두엄더미를 긁어내, 속에 있는 따뜻한 두엄에 손을 넣고 싶어지는 건 순전히 아빠 때문이다. ▲ 마을 사람들은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우리 집 옆 큰 창고에 실어 날랐다. © 박푸른들 어릴 적, 살던 집 옆에 어느 날 큰 창고가 세워졌다. 마을사람들은 그걸 ‘똥 창고’라고 부르며 자기네들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실어 날랐다. 아빠는 그것들이 제대로 썩어서 익을 수 있도록 도왔다. 시간이 지나 두엄이 되면 마을사람들과 나눠 유기 농사를 지었다. 아빠의 두엄은 서울 아이들에게도 쓰였다. 그 때 우리 마을은 서울의 한 생활협동조합에 농산물을 팔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기 농사에 대한 서로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1년에 두어 번 ‘도농교류회’라는 걸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