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고쳐살기, 언니들이 간다! 해남 미세마을 공동체에서(하) ※ 비혼(非婚) 여성들의 귀농, 귀촌 이야기를 담은 기획 “이 언니의 귀촌” 기사가 연재됩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통해 제작됩니다. [편집자 주] 집주인이 되다 수돗가 담벼락 너머로 건너다보이는 집이 있었다. 까만 지붕에 툇마루가 있고 꽤 널따란 마당에는 햇볕이 환하게 드는 집. 작은 비닐하우스와 창고가 딸려있고 뒤안에는 장독대와 나즈막한 돌담. 대나무 숲이 있어 바람이 불면 쏴아~하는 파도소리가 인다. 그 집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살고 계셨다. 딴소리지만, 우에노 치즈코 선생이 이라는 책에서 갈파했듯이 여성 삶의 기본 값은 싱글이다. 참고로 우리 동네 할머니들 일곱 분 중 여섯 분이 싱글...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겨울 해는 짧다. 오후 서너 시가 지나면 햇살이 도마뱀 꼬리처럼 뭉텅뭉텅 잘려나간다. 그에 따라 마당에 그늘이 번져가고, 그 순서와 속도에 맞추어 사물들이 식어가는 것을 관찰하는 일은 늘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해가 비치는 곳에 빨랫줄을 걸어놓은 것은, 아마도 이 집을 손수 짓고 삼십 년 넘게 살다 간 전 주인의 솜씨이자 지혜이리라. 그에 감탄하며, 나는 아직 해가 남아 있는 동안 빨래를 걷거나 건조대 위에 놓인 귤껍질 따위를 안으로 들인다. 바싹 마른 것들이 풍기는 냄새는 왠지 모르게 비슷하다. 아궁이에서 타 들어가는 나무 향처럼, 맵싸하면서도 은은하게 달콤하다. 구들방 두 개, 뭘 더 바래? 잠시든 오래든, 시골집에 머물려는 사람 중 온돌방에 환상을 갖지 않는 이가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