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14. 공주라 불리던 아이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꽃을 던지고 싶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www.ildaro.com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이. 죽어야 했던 아이. 질긴 생명력을 가진 아이. 어릴 적 나는 스스로에 대해 줄곧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믿으며 성장했다. 어른들은 나를 보며 항상 신기해하셨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의 강한 생명력을 느끼시는 듯 놀랍다고들 말하셨다. 맏며느리로서 아들을 낳아야 했던 엄마는 언니 둘을 낳고 내 바로 위로 오빠를 낳았다. 아들을 낳아서 이제 자식을 그만 낳고 싶으셨지만, 아들 하나 더 낳으라는 할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나를 임신하셨다. 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신한 몸으로도 아버지로부터의 구타와 농사일을 감당해야 ..
내가 살던 가정이 좀더 빨리 해체되었더라면 6. 파괴당한 가족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꽃을 던지고 싶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 www.ildaro.com] 전학과 새로운 학년의 시작을 같이하게 된 초등학교 2학년의 난 학교를 마치고, 우리 집의 생계터전인 엄마가 하시던 커다란 자동차공업사 안의 식당으로 향하였다. 점심 장사를 마치고 엄마의 손을 잡고 어떤 여자의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그 여자의 집에서 엄마는 한참을 이야기 한 후 다시 내 손을 잡고 가게로 향하였다. 그 다음 날 가해자는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고, 엄마의 옷은 찢겨지고 엄마는 하나의 고깃덩이처럼 이리저리 던져지고 발길질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 있었다. 혼자뿐이던 나는 우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이 무서움에 덜덜 떨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