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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11.29 19:22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는 곳에서 타락하고 더러운 존재 취급을 받는다면? 이는 전세계에서 하느님을 믿고 있는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이 현실이 가져다 줄 고통이라는 것은 다 상상해내기조차 어렵다.

역설적이게도 교회가 가진 동성애 혐오는 종교도 없는 사람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진심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하는 동성애자 신도들에게는 큰 상처를 남긴다. 동성애자들은 신앙이 깊을수록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는 것이다.

성서는 동성애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동성애자들이 신앙을 버리거나, 자신을 버리는 것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정도로 성경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는가? 다니엘 A. 헬미니악 신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도서출판 해울에서 출판한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원제 : What the Bible Really says about Homosexuality 성서가 진실로 동성애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에서 헬미니악은 성서의 동성애 단죄에 반기를 든다.
 
“선하신 하느님을 믿으며 성서를 존중하고 자기 자신까지도 믿고 싶어하는 레즈비언 여성들과 게이 남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 책에서 헬미니악은 성서에서 동성애와 항목들에 대해 ‘성서를 문자 그대로 읽는’ 기존의 해석과 다른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그는 번역의 문제와 성경해석의 문제, 성경이 쓰여지던 당시의 역사적 상황 등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명확한 결론을 내린다. 성서를 믿는 것과 동성애를 단죄하기 위해서 성서를 인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 성서는 동성애에 대해서 우호적인가? 저자는 그것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동성애에 대해서 뭔가 말하려면 성서 말고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라는 것이 정직한 대답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성서 그 어느 곳에서도 동성애 자체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이 없다.

성서가 반대하는 건 이성애의 '남용'

“성서가 매춘이나 근친상간, 간음에 대해 반대한다고 해서 남녀간의 섹스 자체를 금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성서가 시종일관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성애의 ‘남용’이다.”

그는 역시 성서가 남성간의 성관계를 금지한 부분은 착취적이고 방자한 성관계를 지칭하는 역사적 맥락의 단어가 그저 ‘동성애’로 번역, 이해되면서 동성애 자체를 금지한 것으로 오해되어왔다고 말한다.

성서에서 동성애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인용되는 소돔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논쟁거리인 번역의 문제(‘알다’로 해석할지 ‘성관계를 갖겠다’로 해석할지)는 차치하더라도, 핵심은 성관계가 아니라 ‘학대’의 문제라는 것. 사실 나그네들을 모욕하고 궁핍한 사람들을 냉대한 죄가 소돔의 죄라는 것이다. 그렇게 치면 현재 동성애자들을 따돌리고 구타, 살해, 자살로 몰아넣는 선전을 지속하고 있는 이들이야 말로 진짜 ‘소돔 사람들’이 아닌가하는 그의 비판이 날카롭다.

저자는 로마 가톨릭 사제로서 동성애자 사회에서 교역활동을 하는 동안 끔찍한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들은 살해, 해고, 구타, 방화, 가출, 자살 등 그 모든 비극들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겪고 있었고 헬미니악은 그 비극들에 성서를 믿는 종교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종교적 편협함은 언제나 활개를 치기 마련이고 유대인과 이슬람교도, 흑인, 여성, 동성애자들에 맞서서 하느님께서 자기들 편이라고 주장하기 마련이다. 언제나 그래왔다.”

성서해석의 변화와 교회의 변화 기대

현재 전세계적으로(서구를 중심으로) 동성애자를 위한 교회나 성당, 동성애자에 우호적인 성직자, 동성애자인 성직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신앙을 가진 동성애자들을 무조건 교회에서 몰아낼 것이 아니라 교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평신도들도 있다.

한편으로 이런 성직자나 교회들이 따돌림과 테러의 위협에 처해있고, 실제로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한국 교회에서는 동성애 혐오가 너무나 견고하여 결코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가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역사적으로 ‘하느님께서 자기들 편’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의 성서해석이 지금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마냥 비관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일다] 금오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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