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여자들, ‘아버지의 질서’를 흔들다[페미니스트의 책장] 바바라 크리드 『여성괴물』 우리는 수많은 ‘괴물같은 여자’에 관해 알고 있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등장했던 수많은 방식의 ‘민폐녀’에서부터, 유명인을 모함해서 이득을 취했다고 여겨지는 꽃뱀들, 어떤 종류의 범죄자들, 총체적으로 ‘인간 이하’,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시민 이하’로 취급되는 여자들이다. 한 여자가 괴물이 될 때, 그가 ‘여자’라는 사실은 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정황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이러한 질문은 ‘○○녀’라는 확고한 명명이 거의 일상어처럼 정착되어버린 현실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녀(女)’는 단지 중립적인 의미를 지닌 지칭어에 불과하다고, ‘남(男)’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호명이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BL만화 읽는 할머니’…다양한 노년 여성의 서사쓰루타니 가오리 글 그림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를 읽고 BL(Boys’ Love 준말. 미소년들끼리의 동성애를 다루는 장르) 만화를 보는 할머니가 있다. 일흔다섯 살 이치노이 씨는 땀을 식히러 책방에 들어갔다가 예쁜 그림에 끌려서 만화책을 한 권 산다. 코메다 유 지음. 왜 그런지 책방 점원들은 잠시 술렁인다. 한자 교실을 운영하면서 혼자 살고 있는 이치노이 씨는 그날도 수업을 마치고, 정갈하게 밥을 해서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쳤다. 삼 년 전에 떠난 남편의 위패 앞에 앉아 오늘 겪은 이야기를 이야기하다가 낮에 사 온 책이 있다는 걸 떠올린다. 얼마 만에 보는 만화인가, 편안하게 엎드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응? 아이고야! 어이쿠. 감탄사가 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