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판단이 항상 옳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준 아이들 월요일은 현준, 재성, 찬우의 수업이 있는 날이다. 2학년인 현준이는 보충으로 참여하는 수업이고, 정식멤버는 1학년인 찬우와 재성이다. 그들은 내가 처음으로 가르쳐 본 1학년 학생들이다. 1학년을 가르쳐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두 명이라도 가르치겠다고 덥석 손을 내밀었었다. 그들은 내게 1학년 아이들이 어떤지 알게도 했지만, 그것보다 내 섣부른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가를 깊이 깨닫게 해준 아이들이다. 함께 공부한지 7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찬우의 수업태도가 비교적 좋아진 건 불과 몇 주전이다. 그는 수업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빙빙 둘러보기도 하고, 주변친구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며, 수업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그..
어머니가 입원해 계셨던 슬픈 크리스마스 일곱 살 때였다. 그 해 크리스마스 며칠 전 갑자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간난 아기인 남동생은 어머니와 병원에 있었고, 직장과 어머니 간호로 아버지는 얼굴조차 볼 수가 없었다. 올망졸망한 우리 세 자매만 덩그러니 집에 남아 여러 날을 보냈다. 방만 나서면 툇마루나 부엌은 얼음장처럼 추웠다. 손을 호호거리며 눈 쌓인 마당을 종종걸음으로 왔다갔다했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뭘 하러 거길 오갔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참 추웠다는 느낌만은 또렷이 남아있다. 그 이후에도 겨울은 늘 추웠지만, 그때가 인상적인 건 꼭 추워서만은 아니었던 같다. 지금 생각하면, 춥다고 느꼈던 그 감정의 실체는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얼굴도 볼 수 없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