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 것 같지 않은 길고 긴 겨울이었다. 3월, 4월이 되어도 쉬이 물러나주지 않던 추위가 언젠가 싶게 날이 풀렸다. 이런 봄날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들뜨고 설렌다. 햇살 맑은 오후, 하천변으로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다. 지난 가을 이후 처음이다. 개나리들은 어느새 노랗게 사태를 이뤘고, 벚꽃도 곧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그러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아니 한 번도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건 하천 둑에서 봄나물을 캐는 아주머니들을 발견하고 나서였다. 환하게 부서지는 봄볕 아래는 나물을 캐고 계신 분들이 제법 많았다. 그들을 보자 나도 발밑으로 눈이 갔다. 이름 모를 싹들이 분주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이런 봄날이면 나도 자주..
아이들과 상상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 짓기 (정인진/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 지난 주, 5학년 아이들과 상상력을 발휘해 재미있는 이야기 짓는 걸 연습했다. 이 공부를 위해서는 앤서니 브라운의 라는 책을 텍스트로 다룬다. 텍스트를 읽기에 앞서 아이들에게 우선 심심할 때나 쉬는 시간에는 뭘 하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1) 최근에 본 재미있는 만화를 생각한다. 2) 밖에 나가 축구를 한다. 3) TV를 본다. 4) 컴퓨터게임이나 닌텐도를 한다. 5) 친구에게 전화한다. 6) 형에게 같이 놀자고 한다. 7) 그림을 그린다. “다들 재미있는 걸 참 많이 하네! 그런데 심심할 때, 상상을 하는 어린이도 있단다. 다음 글을 볼까?” 이렇게 말하고 아이들에게 텍스트를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