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신의 생활문학’ (10)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무슨 일이야?” “하이고 뭐 이런 일이 다있노” 어지간한 일에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 친구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있었다. 아랫목에 깔아놓은 이불이 불룩하니 배를 내밀고 있다. 내 발이 들어가니, 들어가 있던 발들이 꿈지럭거린다. 이불 한 자락에 여덟 개의 엄지발가락이 모여 작은 산봉우리를 만들었다. “나도 처음에는 진짜 당황했어” 자신도 일년 전에 겪었다는 이 일을 두고, 마흔 둘인 상아..
‘윤춘신의 생활문학’ (9)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엄마는 서서 밥을 먹는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듯이 국 대접에 말아놓은 밥을 한 숟가락 퍼 넣고 움질거리는 동안 일거리를 찾는다. 몇 번인가를 물었다. 엄마 왜 그래. 무슨 밥을 그렇게 먹어,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서서 먹는 밥이 편하다는 엄마가 천덕스럽게 보였다. 논둑에 번지는 개망초 한 움큼을 캤다.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쑥이며 냉이까지 범벅이 되게 캐서 담았다. 실 가닥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