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네의 첫 앨범「absinthe(압생트)」 누구라도 돌아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음색을 처음 들었을 때 갑자기 어떤 음악들이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는 루네가 전한 낯섦의 충격에서 비롯된 기분으로, 절대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것이지요. 정말이지 그녀의 음악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거든요. 기이한 나비가 바람에 취해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가듯이, 그녀의 손가락에서 힘을 받은 피아노는 몇 가지 반복적인 연주를 시작합니다. 곧 루네의 노래가 여기에 합쳐지는데 그건 마치 몽롱한 화면 밖으로 새어 나온 숨소리 같아요. ‘내일은 더 다가가겠지/ 아무도 없다던 그곳’ (「The Memory Of Nobody」중에서) ‘꿈에 지쳐 날 버린 곳/ 하, 모두 기억나/ 너에 지쳐 날 버..
[정인진의 교육일기] ‘교육자인 나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지현이 어머니께 지현이와 공부도, 도서관에 가는 것도 그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 지난 1월의 일이고, 그로부터 세 달이 지났다. 나는 준영이의 발전에 고무되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도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 교육프로그램이 그들에게도 충분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에 흥분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래서 지현이를 가르치겠다고 덥석 손을 내민 것이 사실이다. 내가 지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지현이는 당시 2학년이었다. 그녀는 지적 능력이나 자기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여느 아이와 비교해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사회성은 많이 떨어졌다.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