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밥 짓기, 무려 밥 짓기[머리 짧은 여자 조재] 아직은 이벤트, 밥 지어 먹기 부모님의 별거 이후 집에서 눈에 띄게 침체된 공간은 주방이었다. 새삼스럽고 진부한 스토리다. 주방이 곧 엄마의 공간이었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엄마가 떠나고 남은 가족들의 주식은 라면이 됐다. 내 몸의 3할은 라면이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직접 반찬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어쩌다 한 번씩 찌개를 끓이거나 두부조림 같은 간단한 반찬을 만들었다. 엄마는 가끔 연락해서 그 소식을 듣고 ‘잘 했다’고, ‘네가 여자니까 그렇게 가족들을 챙겨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여자니까, 누나니까 집안을 살뜰히 챙기라는 충고는 페미니즘의 ‘페’자도 몰랐던 시절에도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 내 행동은 의도와 상관..
페미니즘에 대한 보수의 반격이 시작됐다?!수잔 팔루디의 로 들여다 본 반격의 유형 저널리스트 수잔 팔루디가 약 30년 전인 1991년에 발간한 책 (backlash, 국내에선 2017년 아르테에서 번역서 출간)는 미국에서 1980년대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의 원인과 흐름을 세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백래시는 사회 변화나 정치 변화로 인해 자신의 중요도와 영향력,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강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사회학 용어다. 주로 성적, 인종적,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기제로 작용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던 2세대(2nd wave) 페미니즘 운동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전장에 나가있던 남성들의 자리를 메운 많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