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으로, 여성농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 김형주님은 경기도 여주에서 여성농민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했고, 여성농업인센터 방과후공부방 별님반 교사로 일해온 여성농민입니다. 그녀들과 ‘함께’ 만들어갈 세상을 꿈꾸며 방과후 공부방에서의 일입니다. 2학년 가영이가 큰 소리로 신나게 자랑을 합니다. “선생님, 우리 엄마 오늘 우리나라 사람 됐다요!” 가영이네 집은 다문화가정입니다. 벌써 아이가 셋인데, 큰 아이가 아홉 살입니다. 그런데 가영이네 엄마가 이제서야 귀화과정을 다 거쳐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받는 날이랍니다. 아이의 기쁨이 그 식구들의 기쁨일 것입니다. 저도 따라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5학년 대현이는 이번 방학에 외갓집이 있는 일본으로 놀러 간다고 자랑입..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키우는, 희망의 공간 아이들과 공부하는 방 한 켠에는 작은 베란다가 있다. ‘꿰맨 창’도 바로 그 베란다의 창문이다. 이사를 올 때부터 그곳 바닥에는 마루가 깔려 있었다. 처음 베란다 문을 열었을 때, 환하고 하얀 쪽방이 마음에 쏙 들어 이 방은 내가 쓰겠노라고 선뜻 나섰다. 그저 마루가 깔려 있는 베란다일 뿐인 이 공간이 마음에 든 것은, 옛날 자주 들어가 놀았던 아버지 책상 밑이나 다락방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이들 몸집에 비해 참으로 컸던, 그래서 집안에 하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책상을 우리 남매들은 ‘큰 책상’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 밑에 들어가 노는 걸 누구보다 좋아했다. 그때, 휑하니 뚫린 책상 다리들 사이에는 꼭 보자기를 쳤다. 빨강, 보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