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 빗물의 진실을 아시나요? 언젠가부터 난 더 이상 비를 맞지 않는다. 갑작스레 비가 쏟아진다고 해도, 마침 근처에 우산을 팔고 있다면, 얼른 우산부터 구입한다.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을 알려오면, 길을 나설 때 비가 오지 않더라도 일단 접이우산을 가방에 꼭 챙긴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면 한여름이 아닌 한, 우산을 물론이요, 비옷까지 챙겨 입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난 젖는 게 싫어.’ 산성비의 공포 비에 젖어 축축해진 옷이 납처럼 무거워지고, 신발 속으로 스며든 물 때문에 양말이 질척거릴 때... 젖는 것은 정말 불쾌한 일이다. 그런데 사실 먼 과거 속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항상 비에 젖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많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몸이..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10)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4일은 부활절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코스타리카에서 부활절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부활절 주간은 일주일 동안 공식적인 공휴일이 될 정도로 특별한 때입니다. 학교 수업이 없어서 쉬면서 길거리에서 의상을 차려입은 부활절 행진을 구경하고, (신자는 아니지만) 동네 성당에서 열리는 부활절 미사에도 가 보았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 가톨릭 신앙이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제가 살던 동네에도 곳곳에 성모 마리아 제단이 있고 주말에는 성당 미사에 꽤 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곤 했습니다. 매주 미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독실한 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