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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용산참사 2주기 '주거권' 법제화하자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1. 1. 21. 14:43
[일다] 용산참사 2주기,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토론회 열려 
 
2009년 1월 20일 용산 도심재개발지역의 빈 건물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에게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무리한 진압이 행해졌다. 농성시작 불과 하루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철거민 6명의 소중한 목숨이 사라졌다. 용산 참사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은 말한다. 용산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오사카총영사로 돌아온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 1월 1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열린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토론회>     

 
지난 해 11월 11일, 망루농성에 참가했다가 현장에서 연행된 철거민들에게 대법원은 징역 4~5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경찰특공대 투입에 대해서도 “필요했다”고 인정했다.
 
용산 참사 추모행사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박래군씨와 이종회씨에게 검찰은 1심에서 각각 징역 5년 4월과 4년을 구형했다. 이 재판은 24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반면에 검찰은 용산 참사 당시 무리한 진압을 명령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하는데 그쳤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김석기 전 청장을 오사카총영사로 내정해 ‘보은 인사’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용산 참사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대책 없이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개발사업의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하지 않는 강제철거의 현실
 
이번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불과 십여일 사이에 여러 건의 강제철거가 실시되었다. 빈곤사회연대 등 관련단체들은 동절기 강제철거에 대한 반대여론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냐고 의도를 분석했다. 11월이라고는 하지만, 본격적인 겨울철을 코앞에 두고 실시된 만큼 이들은 사실 상 동절기 강체절거와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 것인가.
 
정부는 2010년 6월말 '도시개발법 시행령' 개정으로 동절기 강제철거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도시개발지구에만 한정된 것으로 전국에 산재한 주택재개발 및 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 등에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서울시에서도 동절기 강체철거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빈곤사회연대 등 관련단체들은 “이는 말뿐인 원칙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2009년에는 동절기 강제철거로 용강동 철거민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는 것이다.
 
폭력, 협박, 성폭력 등 철거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강제철거는 현행 법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인 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재개발과 관련된 법들은 토지와 주택 소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재개발 사업 시행을 순조롭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개발사업과 관련된 정보에서 철저히 소외당하며 오로지 통보만 받게 된다. 또한 현행 법체계 안에서 세입자 등 거주민의 ‘주거권’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저항권’은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
 
주거권 법제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명시

1월 1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열린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토론회’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마련되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제퇴거금지법’의 해설을 맡은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 활동가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라는 말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의 배경을 밝혔다.
 
미류 활동가는 네 가지 측면에서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인권으로서 주거권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 세 차례에 걸친 심사 모두 한국 강제퇴거 실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예방조치를 권고했을 만큼 한국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거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제퇴거금지법에 주거권 보장을 명문화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해 정부와 지자체가 강제퇴거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개발사업 자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막대한 이익을 동기로 추진되는 개발사업은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도시로, 거주민들의 인권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개발의 목적으로 삼도록 해 무분별한 개발 추진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재정착의 권리보장이다. 재정착 대책은 “개발 사업 이전과 동등한 수준으로 거주하거나 일하는 것을 보장”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개발사업 이후 저렴한 주거가 사라져 더 낮은 수준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거주민들의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그 이유다. 상가 세입자의 경우, 강제퇴거는 생계와 직결된다.
 
마지막으로 강제퇴거 과정에 수반되고 있는 용역업체 직원의 폭력과 공무원의 책임방기의 문제다. 강제퇴거금지법은 “재정착 대책에 대해 협의가 완료되지 않을 시 퇴거를 자의적으로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용역 업체의 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이를 감독하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규정도 마련했다.
 
“여기, 사람이 있다”
 
법안에 대한 설명을 마친 미류 활동가는 가옥주가 다수의 주택을 소유하고도 집세를 올려 받기 위해 가난한 세입자들을 쫓아내려고 한 사건에 대해 세입자들의 손을 들어 준 1948년 대법원 판결을 소개했다. “사람이 쫓겨나는 상황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있는지 묻는 것이 상식”이며 “이런 상식을 회복하자는 것이 강제퇴거금지법”이라는 것이다.
 
미류활동가는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험난한 여정을 예측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용산 참사가 남긴 한마디는 ‘여기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며 “사람에서 출발하는 법을 만들고 개발사업 위주의 한국 사회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도시개발의 문제점과 강제퇴거금지법에 대해 발제한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으로서 주거권과 도시권을 보장받기 위한 법률개정 노력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희정 기자) *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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