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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인터뷰] “상담은 두 사람의 '대화'다” 
(기록: 박희정, 함수연)

 
2010년 겨울, 새해를 목전에 두고 많은 이들이 ‘희망을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낙관과 긍정을 찾기 힘든 시대의 무기력한 일면에는 역으로 희망을 향한 강한 열망이 잠재되어 있다.
 

▲ '조용한 마음의 혁명'의 저자 최현정씨.     ©일다 
 
차가운 날씨, 유리벽을 통해 따스한 햇볕이 스며드는 한편 반 정도의 작은 상담실에서 ‘조용한 마음의 혁명’의 저자 최현정씨를 만났다. 최현정씨는 일다를 통해 2008년 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연재된 ‘최현정의 마음이야기’ 칼럼을 엮어 지난 10월 ‘조용한 마음의 혁명’을 펴냈다.
 
최현정씨는 서울대학교에서 임상·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수련을 마쳤다. 국가폭력, 성폭력, 조직적 성착취 체계에서 벗어나 삶을 회복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이와 관련된 글을 쓰거나 연구를 해오고 있다. <트라우마: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고문폭력 생존자 심리치료>, <성격장애 로샤평가>를 번역하기도 했다.
 
-칼럼을 연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일다에서 이런 칼럼을 연재해보지 않겠냐고 먼저 제의를 받았다. 나 또한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여성들끼리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제의에 응했다. 글 쓸 소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서 찾았다.
 
-내담자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상담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상담을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을 내 개인의 일상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너무 지칠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의 고뇌에 빠진다면, 두 사람이 같이 구렁텅이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이 세계가 두렵고 위협적이고, 그 세계에 대응하지 못하는 무력한 아이로 온다. 거기에 나까지 같이 무력한 아이여서는 안 된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더 탄탄한 사람인 척을 하기도 한다.
 
내담자가 힘든 얘기를 꺼내놓는 과정에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스스로의 힘 또한 동시에 배어나온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상담과정이 그렇게 힘들지 않게 된다. 거기에서 내가 힘을 얻는 것도 있다.
 
▲  상담은 상호교류적 '대화'라고 말하는 최현정씨.  ©일다 

 
-때로는 자신의 문제를 입 밖에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정리가 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상담은 ‘대화’다. 권위 있는 상담자와 무력한 내담자가 있는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책과 관련된 인터뷰를 거부했던 것도,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일대일의 대화를 통해 서로 교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에 대해 쓴 것인데 그 내용이 인터뷰를 통해 말해지다보면 때론 교조주의적이거나 지시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실제 상담은 대화를 통한 상호교류적인 과정이고, 상투적인 말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가 궁금하다.
 
-서점가에 대중들을 겨냥한 심리학서가 많이 나오고 인기도 있다. 왜 사람들이 ‘치유’라는 말에 이토록 반응하는 것일까.
 

부끄러워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이랑 만나려고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마음을 터놓았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이해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 겉으로는 거칠고 공격적인데 속마음은 말랑한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발톱을 세우면서도 자기가 얼마나 사랑받고 싶은지 알아주길 바라고, 그 부분을 알아주면 온순해진다고 할까.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건 다 똑같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사랑을 원한다.
 
-상담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상담의 과정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치열하다. 보통, 사람들이 대화할 때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들, 내가 느끼는 것들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담 중에는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대화를 해 나가면서 자신에게 어떤 느낌과 변화들이 오는지 스스로 알아차리는 훈련을 먼저 한다. 나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그 사람이 단서를 던져주면 그걸 통해서 대화를 발전시켜 가야 한다.
 
상담을 하러 오는 많은 분들이, 내가 질문을 하면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다.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올라오는 것들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단서로 길을 찾아가다보면 그 과정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어떤 것인가.

사람은 자기 안에 갇혀 있을 때 길을 잃기 쉽다. 자신이 갇혀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굉장히 세상이 달라질 수 있는데……. 내담자를 처음 만나면 갇혀 있는 것을 여는 것부터 시작한다. 내담자가 갇혀 있는 세상에서 한 발짝 나와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내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나오기를 계속 요청하다보면 처음에 눈도 안 마주치던 사람이 눈을 맞추고 변화한다.
 
고문피해자 집단모임을 함께 했는데, 처음에는 나를 낯설게 여기고 경계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20년 가까이 감옥살이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한 번도 자기의 인간성을 버리지 않고, 징벌방에 들어가더라도 부당함에 맞서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살다가 사회에 나왔는데 멸시받고 인정받지 못하면서 느끼는 고통이 있었다.
 
10회의 모임이 얼마 전 끝났는데, 그 동안 혼자 고립되어 있던 그 분들과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과거에 자신이 당한 폭력에만 몰두한 삶을 살다가, 그 일을 세상에 알리고 자신의 인생을 잘 정리해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아나가겠다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몽실몽실해지는 걸 느꼈다.
 
사람이 일어서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서 이번 모임도 잘 끝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중구난방이었다.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가 서로 점점 알아가면서 신기하게도 서로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도 하며 변화해갔다. 모임을 준비해준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지지자를 모아주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신을 지지 한다”는 지지자들의 말이 실제로 힘을 많이 주었다. 

▲ "마음을 여는 인간의 능력을, 어둠을 밝히는 투명성을 믿는다’"고 말하는 최현정 씨  ©일다 
 
-사람에 대한 회의가 넘쳐나는 가운데, ‘조용한 마음의 혁명’에서 보여준 인간성에 대한 긍정과 인간의 변화에 대한 강한 믿음이 눈에 띈다.
 
붙들고 있는 거다. 절박하게. 책에도 인용했지만  “사람 깊이에는 미움 없음이 있다”는 로저스의 말을 좋아한다. 사람의 깊은 곳에는 ‘사랑이 있다’는 게 아니고 ‘미움 없음’이 있다는 말이다. 사람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되면 어쩌라는 것인가. 그냥 그러고 살라고? (웃음) 변하려는 의지를 안 갖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치유 작업을 하면 잘 될 수 있을런가 물어옵니다. 그러면 저는 ‘잘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합니다. ‘마음을 여는 인간의 능력을, 어둠을 밝히는 투명성을 믿는다’라는 그런 뜻에서 저는 잘 될 것이라 믿습니다. 나는 그 투명성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 투명성 덕에 오히려 나 자신이 치유 받습니다. 인간에게 낯선 이 땅 위에서, 조용한 혁명을 함께 시작했으면 합니다.” -‘조용한 마음의 혁명’ 저자의 말 중에서  

*최현정의 책 <조용한 마음의 혁명> 구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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