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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사전시관 <이걸로 밥벌이를 계속할 수 있을까?>展
전시장 입구부터 흥겨운 노래 가락과 그림이 관객을 반긴다. 오선지를 따라 사뿐사뿐 걸어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알록달록 글씨가 가슴을 무겁게 내리 누른다.
"라식하고 교정하고
어학연수 갔다오고
스팩쌓고 알바하고 이곳저곳 원서쓰고
잘난 줄 알았는데 난 그냥 들러리-"
"미대 나와 보험회사 계약직
음대 나와 쇼핑몰 알바-
큰 돈 들여 대학 갔더니
난 누구 여긴 어디"
뭔가, 멈칫.
발걸음을 붙잡는다, 가슴이 가만히 내려앉는다, 너무나도 적나라한 우리들의 현실. (안윤민, <2030 노동요> 위 작품)
한 벽 가득 채울 수 있는 아르바이트 목록들. 치열하게 살아 온, 현재까지도 그리 살고 있는,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우리 시대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다제이/ 위)
하지만 그러한 현실에 좌절과 한탄이 필수는 아니다. 나의 욕구와 요구를 당당히 외치라고, 외쳐도 된다고 부추긴다. (전지, <외치는 현수막> 위)
밥벌이를 향한 치열한 노동의 현장을 뒤로 하고, 다른 여성들을 찾아 소통하며 서로의 꿈을 보듬어 주는 여행의 기록을 통해 삶과 꿈을 함께 품어내려는 동시대 여성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고, 또 다른 ‘기쁨의 의무를 다한 나에게 엽서 보내기’ 할 수 있다. (달다, <기쁨의 의무를 다한 나에게 엽서보내기> 아래)
고개를 돌리면 현재의 삶과 고민을 담은 커다란 만화가 말을 걸며(전지, <만화로 그린- 82년 개띠가 살아가는 법 ‘끙’>) 작가의 작업실로 초대한다.
▲ 전지, <만화로 그린- 82년 개띠가 살아가는 법 '끙'>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대화’라며 말을 건네는 시와의 시를 읊는 듯 산책을 하는 듯 편안한 노래 소리를 들으며 나지막한 플라스틱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나도 모르게 노동의 역사를 고백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박접골, <손바닥 노동 이야기>)
“그래, 나 정말 수고했어.”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꿈꾸는 것.
“이걸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 박접골, <손바닥 노동 이야기>
시작부터, 아니 시작을 망설이게 했던 그 질문을 전시장에서 다시 만난다. 현재까지 유효한, 하지만 밀어놓고 싶은 이 질문, 이걸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꿈과 밥벌이를 바꾸어야 하는, 꿈과 밥벌이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 아니 모든 사람에게 이 질문은 하나의 시작을 열어 줄 수 있다.
20~30대, 청년여성들의 브레인스토밍展 ‘이걸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는 브레인스토밍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리되고 결론 내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관객의 자리가 더욱 크게 마련되어 있고 더 많은 배려가 있으며 관객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그 재밌는 프로그램을 놓친 것은 너무나 아쉽지만, 실망하지 말고 반드시 직접 놀러갈 것!
관객을 절대 소외시키지 않는, 관객과의 소통 의지가 활짝 열린 형태로 드러나는 이 전시는 반응이 좋아 다행히도 전시 기간을 늘렸다고 한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여성사미술관(1호선 대방역 3번 출구, 여성플라자 내 위치)에서 진행된다. (이충열)
*여성사미술관 홈페이지: eherstory.mogef.go.kr *일다 http://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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