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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5. 28~29. 연미展 거리 전시 프로젝트 ‘newSStand’ 
 

연미展 거리 전시 프로젝트 ‘newSStand’

6.2 동시지방선거일을 앞둔 마지막 주말, 서울 홍대 전철역 앞은 평소보다 붐볐다. 거리 한 쪽에서는 선거 홍보캠페인이 한창이었고, 인접한 차도로 선거 유세 차량이 수시로 지나갔다. 무심코 보면 거리 전체가 이름 모를 동물의 긴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촉수의 가장 약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다면 저곳쯤 되겠구나, 싶은 위치에 연미씨의 newSStand 가판대가 서 있었다.
 
그동안 신문 위에 다양한 방식으로 리터칭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그녀가 이번에는 그것들과 함께 거리로 나왔다.
 
연미씨의 거리 전시 ‘newSStand’는 그녀가 200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선보인 신문작품들을 거리에서 전시하는 프로젝트. 전시를 위해 신문가판대를 만들었고, 작품들을 정치.경제.사회.문화.광고 등의 섹션으로 구분해 놓았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가 ‘어디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연미씨의 생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전시인 셈이다.

연미의 다른 전시 기사 보기: 극장 간판식 게릴라전(展) “안전합니다”
 

- 거리로 나온 이유부터 물을까요?

“신문 작업 자체가 일방적으로 던져지는 미디어에 대한 내 피드백이라면, 또 그 작업을 보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거리에서 직접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시장이라는 한정된 장소는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 조건으로 인해서 한정된 감상이 생기기도 해요. 작품이 조건들을 통제할 수 없는 거리로 나왔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의외의 반응, 감상 등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어요.”

 
전날 강남역에서 한 차례 전시를 한 후 장소를 홍대역 앞으로 옮겨왔다. 그녀는 작업실에서부터 신문 가판대를 혼자 끌고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그 과정 역시 거리 전시에 포함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 첫 번째 거리 전시 장소가 강남역이었는데요.
 
“지난 5월 7일에 진보신문사 직원이 자사 신문 '레프트 21'을 판매하다가 강남역 6번 출구에서 연행된 사건이 있었어요. 사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원래는 그동안의 작품들을 책처럼 묶어서 전시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는데, 그 사건이 터진 거죠.

그래서 신문 가판대 형식으로,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사건에 대한 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죠. 홍대의 경우는 강남과 강북, 또 변별되는 공간문화 등을 고려해서 강남역과 홍대역에서의 반응을 비교해 보고 싶어서 결정한 거구요.”
 
- 강남역 전시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마치 섬처럼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 사람들이 정말 바쁘게 걸어 다니더군요. 그러면서 힐끗, 시선을 던지는 모습들이 흥미로웠다고 할까요. 사람들 입장에서는 신문가판대가 구경거리지만, 내 쪽에서도 그 사람들을 보고 있는 거니까.
 
뭘 하고 있는 건지 묻거나, 멈춰 서서 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재미있었어요(작가의 반응과는 별개로 지인들은 전날 강남역 전시에서 연미씨가 경찰에 연행되지 않을까, 전시 내내 걱정했다고). 홍대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도 가판대로 향하는 잠깐의 시선이 좀더 너그러운 편이네요.”

 
작품을 일별하고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가판대 앞에서 꼼꼼하게 기사를 읽는 사람도 있다. 스티커가 알록달록 붙어있는 신문은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 누군가는 실제 신문가판대로 착각해서 특정 신문을 찾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반응들이 작품과 더불어 가감 없이 거리에 전시되고 있다.
 
- 작가에게 신문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신문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시간성과 물질성을 느낄 수 있어요. 사실로 포장된 사건들이 일방적으로 던져지고, 재빨리 소비되고 사라져 버리지만, 거기에 내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다 보면 미미하나마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세상이든 내 자신이든. 사실이 가려놓은 진실이란 건 그러한 과정 속에서 보이기 마련이죠. 그걸 보여주는 게 작가의 역할이기도 하구요.”
 
그녀가 작업의 질료로 선택한 건 날짜 지난 신문이다. 풀어 쓰면 '날짜 지난 신문'이지만 간단히 말해 폐지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그래서 잊힌 것들 위에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한 작업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소환하고, 신문작품을 한 장씩 쌓듯이 미래를 축조한다. 한 장의 신문으로 시작한 작업은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마무리 된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짧은 전시 일정이 아쉽게 느껴진다. “가능한 한 달에 한 번 정도라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때마침 듣게 된 연미씨의 바람이다.
 
전시 시간이 끝나고 연미씨는 가판대를 정리한 후 왔을 때처럼 다시 혼자 그것을 끌고 갈 준비를 한다. 또 다양한 사람들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길을 건너고, 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린 후 작업실에 도착할 때까지 아직 연미씨의 거리 전시는 끝난 게 아니다. 날짜 지난 신문 속 무수한 사건과 사람과 이야기들이 여전히 진행형이듯이.
 
가능하면, 이라고 단서를 부치긴 했지만, 신문작품들과 함께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그녀가 머지않은 시간에 또 다른 거리 위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전시 안내문에 그녀가 인용해놓은 빌 비올라의 글 그대로. ‘예술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자신에게서 어떤 조건을 발견하든지 계속 작업하는 것이다.’ (김지승)
 
일다 그림작가 연미의 이미테이션 보기-> http://www.ildaro.com/sub.html?section=sc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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