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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4. 연상을 이용해 새로운 생각하기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오늘은 <창의성 연습>이라고 이름붙인 ‘창의성 프로그램’을 공부해보자. 우리는 4주에 한 번씩 <창의성 연습>을 공부할 것이다.
수년 째 아이들과 공부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모든 아이들이 상상력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나는 항상 창의성은 우리들 속에 씨앗처럼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물을 잘 주고 햇볕을 잘 쬐어주면 싹이 트고 잎을 틔우기도 하지만,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아예 썩어 없어지고 마는, 그런 씨앗 같은 것이 우리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교육자로서 난 그런 씨앗 상태로 존재하는 아이들의 창의성에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 한결이가 발명한 안경을 쓰면, 나비와 꽃이 나타난다.
<창의성 연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상상’을 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이 공부의 핵심이다. 어른이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속에 떠오르는 것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꼬리를 무는 생각’을 배워보기로 하자. 새로운 생각을 쉽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발명하고 싶은 것을 골라 그것과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단어와 짝을 짓는다. 그리고 짝지은 단어에서 연상되는 생각을 나열해 보면, 어느 순간 “바로 이거야 !”하는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어 ‘비누와 경찰관’을 짝지어서 ‘경찰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 보기로 하자. 이때 우리는 비누에서 출발한다. 어떤 학생은 ‘비누’하면 ‘깨끗함’이 생각나고, ‘깨끗함’하면 ‘봄꽃’이 생각나고, ‘봄꽃’하면 ‘꽃가루’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경찰관의 총에 총알 대신 꽃가루를 넣는 총을 생각했다. 그 총을 범인에게 쏴서 재채기를 하는 틈에 잡는다면 사람이 다치지 않으니까 좋지 않을까?
이처럼 ‘꼬리를 무는 생각’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아무 뜻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이용하면 된다. 자, 이제 아이들 차례다.
이 공부를 위해서는 3학년인 한결이와 혜진이가 낸 아이디어를 예로 뽑았다. 첫 번째로 <‘전화기와 그림책’을 짝지어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 보자>고 했다.
혜진이는 전화기하면 <소리>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발명한 것은 소리가 나는 그림책으로, 그림책이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한결이는 전화기하면 <통화>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림책에 통화하는 기능을 달아서 전화가 올 때, 그림책에서 전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두 번째로는 <‘개나리와 안경’을 짝지어서 안경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보자>고 했다.
한결이는 개나리하면 <나비>가, 나비 하면 <꽃>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안경을 쓰면 나비와 꽃이 나타나는 안경을 발명했다. 좋은 점은 나비와 꽃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점은 나비들이 괴롭힐 수 있다고 발명품을 소개했다. 장점과 단점을 덧붙여서 더욱 재미있는 설명이 되었다.
혜진이는 개나리하면 <향기>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향기가 나는 안경을 발명했다. 안경의 향기가 코로 내려와 항상 꽃냄새를 맡으며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충분히 연습이 된 것 같다. 그럼, 이번에는 좀 다른 것을 연습해 보자. 우리는 탐정 이야기를 지어볼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탐정 수돌이와 아이스크림’을 짝지어 탐정 수돌이가 펼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혜진이는 아이스크림 하면 <여름>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었다.
<수돌이 탐정은 ‘금고털이’를 잡으려고 마구마구 뛰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달리면 땀을 흘리고 싶지 않은 여름입니다. 수돌이 탐정을 겨우 금고털이를 잡고, 두 개의 의자가 있는 곳에 가서 금고털이를 자신의 옆에 앉힌 후, 얼음과자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수돌이 탐정은 금고털이를 감옥에 넣으려고 옆으로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금고털이가 없어졌습니다. 수돌이 탐정이 얼음과자를 먹고 있는 동안 금고털이가 도망친 것입니다. 결국, 수돌이 탐정은 다 잡은 금고털이를 놓치고 만 것입니다.>
▲ 혜진이는 원피스와 자장가를 짝지어, 자장가를 들려주는 이불을 발명했다.
‘꼬리를 무는 생각’을 위해 짝지을 단어를 찾기 위해서는 주위에 있는 물건이나 책에서 눈에 띄는 단어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그 단어들을 쪽지에 써 제비뽑기를 해도 좋다. 그래서 네 번째 문제는 아이들에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10개 이상 써보라>고 했다.
책상, 지우개, 사진, 가방, 소리(자장가), 수업, 원피스, 피아노, 전구, 의자, 칼, 스케치북, 수첩, 원두막, 사과, 악기, 인형, 벽지 등등, 항상 그렇듯이 아이들이 쏟아놓는 단어들은 정말 많다. 이제 그것들 가운데 <두 개를 짝지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봅시다> 했다.
한결이는 수업과 책상을 짝지어, 책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했다. 그는 수업하면 <선생님>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발명한 책상은 다음과 같다: ‘책상에 선생님만큼 똑똑한 기능이 달려있어, 공부를 할 때 모르는 점이 있으면 가르쳐 준다. 좋은 점: 공부할 때 가르쳐 준다. 나쁜 점: 잔소리가 많다.’
혜진이는 원피스와 소리(자장가)를 짝지어, 원피스에서 연상되는 것을 가지고 재미있는 걸 만들었다. 혜진이는 원피스 하면, <이불>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자장가가 나오는 이불을 발명했다. ‘이 이불은 소리 조종기가 있어서 알맞게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또 너무 크게 틀면 귀가 터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발명품을 설명했다.
상상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사가 할 일은 칭찬과 격려밖에 없는 것 같다. 엉뚱하고 어처구니없는 아이의 상상을 같은 눈높이로 바라봐준다면, 아이들 속에 존재하는 창의력의 씨앗이 아주 큰 나무로 자라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정인진)
[하늘을 나는 교실] 우리, 여유를 가지고 살아요 | 남의 말만 듣고 판단해도 될까요?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오늘은 <창의성 연습>이라고 이름붙인 ‘창의성 프로그램’을 공부해보자. 우리는 4주에 한 번씩 <창의성 연습>을 공부할 것이다.
수년 째 아이들과 공부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모든 아이들이 상상력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나는 항상 창의성은 우리들 속에 씨앗처럼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물을 잘 주고 햇볕을 잘 쬐어주면 싹이 트고 잎을 틔우기도 하지만,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아예 썩어 없어지고 마는, 그런 씨앗 같은 것이 우리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교육자로서 난 그런 씨앗 상태로 존재하는 아이들의 창의성에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 한결이가 발명한 안경을 쓰면, 나비와 꽃이 나타난다.
<창의성 연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상상’을 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이 공부의 핵심이다. 어른이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속에 떠오르는 것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꼬리를 무는 생각’을 배워보기로 하자. 새로운 생각을 쉽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발명하고 싶은 것을 골라 그것과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단어와 짝을 짓는다. 그리고 짝지은 단어에서 연상되는 생각을 나열해 보면, 어느 순간 “바로 이거야 !”하는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어 ‘비누와 경찰관’을 짝지어서 ‘경찰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 보기로 하자. 이때 우리는 비누에서 출발한다. 어떤 학생은 ‘비누’하면 ‘깨끗함’이 생각나고, ‘깨끗함’하면 ‘봄꽃’이 생각나고, ‘봄꽃’하면 ‘꽃가루’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경찰관의 총에 총알 대신 꽃가루를 넣는 총을 생각했다. 그 총을 범인에게 쏴서 재채기를 하는 틈에 잡는다면 사람이 다치지 않으니까 좋지 않을까?
이처럼 ‘꼬리를 무는 생각’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아무 뜻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이용하면 된다. 자, 이제 아이들 차례다.
이 공부를 위해서는 3학년인 한결이와 혜진이가 낸 아이디어를 예로 뽑았다. 첫 번째로 <‘전화기와 그림책’을 짝지어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 보자>고 했다.
혜진이는 전화기하면 <소리>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발명한 것은 소리가 나는 그림책으로, 그림책이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한결이는 전화기하면 <통화>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림책에 통화하는 기능을 달아서 전화가 올 때, 그림책에서 전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두 번째로는 <‘개나리와 안경’을 짝지어서 안경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보자>고 했다.
한결이는 개나리하면 <나비>가, 나비 하면 <꽃>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안경을 쓰면 나비와 꽃이 나타나는 안경을 발명했다. 좋은 점은 나비와 꽃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점은 나비들이 괴롭힐 수 있다고 발명품을 소개했다. 장점과 단점을 덧붙여서 더욱 재미있는 설명이 되었다.
혜진이는 개나리하면 <향기>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향기가 나는 안경을 발명했다. 안경의 향기가 코로 내려와 항상 꽃냄새를 맡으며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충분히 연습이 된 것 같다. 그럼, 이번에는 좀 다른 것을 연습해 보자. 우리는 탐정 이야기를 지어볼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탐정 수돌이와 아이스크림’을 짝지어 탐정 수돌이가 펼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혜진이는 아이스크림 하면 <여름>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었다.
<수돌이 탐정은 ‘금고털이’를 잡으려고 마구마구 뛰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달리면 땀을 흘리고 싶지 않은 여름입니다. 수돌이 탐정을 겨우 금고털이를 잡고, 두 개의 의자가 있는 곳에 가서 금고털이를 자신의 옆에 앉힌 후, 얼음과자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수돌이 탐정은 금고털이를 감옥에 넣으려고 옆으로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금고털이가 없어졌습니다. 수돌이 탐정이 얼음과자를 먹고 있는 동안 금고털이가 도망친 것입니다. 결국, 수돌이 탐정은 다 잡은 금고털이를 놓치고 만 것입니다.>
▲ 혜진이는 원피스와 자장가를 짝지어, 자장가를 들려주는 이불을 발명했다.
‘꼬리를 무는 생각’을 위해 짝지을 단어를 찾기 위해서는 주위에 있는 물건이나 책에서 눈에 띄는 단어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그 단어들을 쪽지에 써 제비뽑기를 해도 좋다. 그래서 네 번째 문제는 아이들에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10개 이상 써보라>고 했다.
책상, 지우개, 사진, 가방, 소리(자장가), 수업, 원피스, 피아노, 전구, 의자, 칼, 스케치북, 수첩, 원두막, 사과, 악기, 인형, 벽지 등등, 항상 그렇듯이 아이들이 쏟아놓는 단어들은 정말 많다. 이제 그것들 가운데 <두 개를 짝지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봅시다> 했다.
한결이는 수업과 책상을 짝지어, 책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했다. 그는 수업하면 <선생님>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발명한 책상은 다음과 같다: ‘책상에 선생님만큼 똑똑한 기능이 달려있어, 공부를 할 때 모르는 점이 있으면 가르쳐 준다. 좋은 점: 공부할 때 가르쳐 준다. 나쁜 점: 잔소리가 많다.’
혜진이는 원피스와 소리(자장가)를 짝지어, 원피스에서 연상되는 것을 가지고 재미있는 걸 만들었다. 혜진이는 원피스 하면, <이불>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자장가가 나오는 이불을 발명했다. ‘이 이불은 소리 조종기가 있어서 알맞게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또 너무 크게 틀면 귀가 터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발명품을 설명했다.
상상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사가 할 일은 칭찬과 격려밖에 없는 것 같다. 엉뚱하고 어처구니없는 아이의 상상을 같은 눈높이로 바라봐준다면, 아이들 속에 존재하는 창의력의 씨앗이 아주 큰 나무로 자라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정인진)
[하늘을 나는 교실] 우리, 여유를 가지고 살아요 | 남의 말만 듣고 판단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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