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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저축은행이 빌려준 성매매 선불금도 '무효'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 4. 29. 08:30
유흥업소 여성에 대한 제2금융권 편법에 대법원 쐐기 
 

검찰의 성매매를 규탄하며, 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은 부산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살림’ 제공.

부산 지역에서 한 건설업계 사장이 20여 년간 검사들에게 꾸준히 금품과 성 접대를 제공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검사와 스폰서’ 파문이 크게 번지고 있다.

 
특히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성 산업의 착취 고리 속에서 피해를 받은 여성들을 보호하고 구제해야 할 검사들이 한술 더 떠서 성 접대를 받아왔다는 점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있다.
 
부산 지역 검사들이 스폰서로부터 접대를 받아 ‘성 매수’를 하는 동안,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상황은 어땠을까.
 
최근 법원에서는 채무관계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성 산업 종사여성들에게 희망이 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성매매 업주나 사채업자 외에 제2금융기관에서 대출금 형식으로 제공한 선불금 역시도 “불법”이며, 갚을 이유가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제2금융권 대출 형식으로 선불금 제공, 연대보증도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많은 경우 ‘선불금’이라는 채무관계를 통해 업주에게 묶여서 일하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전에는 해당업소에서 업주가 직접 선불금을 여성에게 대여해주다가, 점차 사채업자를 내세워 제공했는데, 현재는 대출담당자나 임시로 고용된 대출브로커 등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대출하는 형식을 통해 선불금을 제공하고 있는 추세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소는 “불법”이므로, 성매매와 관련하여 지급된 선불금도 역시 법적으로 “무효”이지만, 각종 편법이 동원되면서 이를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이번 사건은 OO상호저축은행이 2003년 부산시 해운대 소재 B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대여금 청구소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이연숙 활동가는 두 명의 여성이 1심에서 패소하고 나서, 2008년에 도움을 요청하며 단체에 내방했다고 설명했다.
 
“2003년도에 해운대 쪽에서 일하면서 브로커가 은행 쪽과 연계해 대출금을 받아줬다고 들었다. 본인들 채무도 있었고, 연대보증 채무도 있었다. 업소에서 한 사람당 4~5명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게 했다. 8,9백만 원에서 1천6백만 원까지 건당 소송이 들어왔고, 이자가 원금보다 더 큰 경우도 있다.”
 
이연숙 활동가는 선불금에 대해 “강제성이 있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돈을 안 받으면, 여기서 일할 수 없다고 한다. 또, 그 돈을 안 쓰면 일을 못한다. 다른 여성들에 대해서도 ‘도망갈 것 아니면 연대보증을 서라’ 한다. 그렇게 해서 서로 묶어두는 것이다.”
 
2003년경 횡행하던 편법… 피해여성들 많을 것

 
결국 피해여성들은 ‘살림’ 측과 변영철 법률사무소의 지원을 받아 OO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2009년 12월 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윤락행위를 하도록 권유, 유인, 알선 또는 강요하거나 이에 협력”하는 자의 채권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무효”라고 판결해 여성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OO상호저축은행 측이 상고했지만, 2010년 3월 25일 대법원에서 이를 기각했다.
 
OO상호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에서 제공한 선불금 역시 성매매를 알선하는 채권으로 판단하여 무효를 선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합법을 가장해 선불금을 제공하고 성매매를 알선, 강요하는 불법업소의 선불금 제공방식에 제동을 건 적극적인 조치”이며, “모든 형식의 선불금은 금지”라는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연숙 활동가는 “소송을 제기한 분들은 2명이지만, 연대보증을 선 사람들의 수는 집계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면서, “부산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제2금융권을 통해 선불금을 받은) 많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널리 알려져서, 부당한 채무관계로 인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이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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