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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다섯 살 아이들도 성별이 있다
목욕탕에서 남자아이들과 마주칠 때
 

얼마 전 목욕탕에 갔다가 몹시 불쾌한 일을 겪었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하면서 머리를 감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뒤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해서 돌아보니, 두 명의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치게 됐다.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왜 낄낄거렸는지 이유는 분명했다. 알몸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니, 아마 그 애들 눈에는 나의 성기가 들여다보였을 것이다.
 
너무 불쾌해서 아이들에게 다가가 나무라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아이들 어머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서 목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옆에 두고 그 자식을 나무라는 것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로 인해 불쾌해진 마음을 어머니를 향해 화풀이할 수도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냥 자리만 피하고 말았다.
 
자리를 피했지만, 그 어머니에게 남자아이를 여탕에 데리고 와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줄걸 그랬다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네다섯 살만 되어도 성별에 대해 민감해지며 남자 몸과 여자의 몸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맨몸을 보이는 것을 꺼려한다. 요즘 아이들은 정보가 빨라서 몸과 성에 대한 관심이나 느낌이 우리 때와는 또 다르다.
 
그런데 부모들이 이런 사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얼마나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지 잘 모르겠다.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더니, 나처럼 여탕에 들어온 남자아이들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한 친구는 어릴 적에 아빠 손잡고 남탕에 들어갔던 경험이 민망하고 싫었다고 말했다. 법으로도 남자아이를 여탕에, 여자아이를 남탕에 데려갈 수 있는 나이가 여섯 살 이하로 정해져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때론 일곱 살이 지난 듯한 남자아이들을 여탕에서 보는 것이 어렵지 않는데, 법을 떠나서 목욕탕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또, 정작 아이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경험되고 있는지 한번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여자아이를 남탕에 데리고 가거나 남자아이를 여탕에 데리고 가는 행위는 부모가 아이들의 마음이나 성장과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니까 상관이 없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이니까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나는 가끔 ‘아이니까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어른들의 착각이 아이들을 무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8/05/14 [01:51] 여성주의 저널 일다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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