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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은 ‘남성들의 업종’이 아니에요
<기록되어야 할 노동> 타워크레인 기사 김경신 씨의 이야기 (변정윤 기록)
※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여성노동자들의 ‘일’을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싣습니다. “기록되어야 할 노동”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동네 오래된 빌라가 순식간에 헐리고 새로운 건물이 올라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다. 새 건물이 올라오기 무섭게 근처에 다른 공사가 진행되고 그렇게 허물고 짓기를 반복하는 골목은 먼지와 공사소음, 사람들 소리로 시끄럽다. 아파트나 빌딩 공사도 마치 레고처럼 헐고 짓기를 수시로 한다.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건설업은 남성 중심의 산업이라는 인식과 위계질서가 강해 조직 문화가 수직적이다. 하지만 건설현장에도 여성 노동자들이 존재하며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11월 통계청의 건설업 여성 임시 및 일용근로자 성별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 중인 여성 노동자 수는 2014년 2만7천895명, 2016년 5만7천58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여성 노동자를 합치면 더 많은 숫자가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은 ‘남성 산업’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지만, 건설현장에도 여성들이 5만 명 넘게 일하고 있으며 나날이 증가 추세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하지만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보조적이거나 부수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서 전문적인 기술이나 자격증을 가지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타워크레인이라는 중장비를 다루는 일은 남성 노동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타워크레인을 다루는 여성 노동자를 만나기로 한 뒤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수직적이고 위계질서가 확고한 건설현장에서 남성들과 대등하게 중장비를 다루는 여성, 생각만 해도 멋졌다. 한편으로는 남성 노동자들이 타워크레인을 다루는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무척 궁금했다.
공사 끝나면 실업자…노조 생기고 받게 된 실업수당
타워크레인 기사 김경신 씨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선 174cm의 훤칠한 키에 놀랐고, 40대 초반의 예상보다 젊은 여성이라는 것에 더 놀랐다. 말하는 것도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었다. 젊은 만큼 경력이 짧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2001년이니까 내년이면 딱 20년 됩니다. 23살부터 일한 거죠. 타워크레인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전 직장 앞에 타워가 서 있었어요. 타워크레인이 건설 중장비라고 하기에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 당시에는 돈을 많이 벌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IMF 금융위기 후반 때였어요. (현재) 남성과 여성 사이에 임금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노동 기간이 정해져 있는 비정규 계약직이에요. 일정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일을 했어요.”
그녀는 타워크레인을 하기 전에 군인이었다. 3년 군 복무 후 하사관으로 제대했다. 군인이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 궁금해하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험 봐서 들어갔다며 특별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람들이 군대도 그렇고, 타워도 그렇고 (여자가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아서 신기하게 보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신기할 것도 없어요. 고등학교 졸업하는 여성들이 보통 가는 직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체력이 좋아서 군대 훈련이 힘들지는 않았다. 갇혀 있다는 것과 딱딱한 분위기가 힘들었지만, 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적응되면서 재미도 있었다. 위계질서가 세긴 했지만, 복잡하지 않아서 오히려 그게 더 편했다. 그래서인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그렇고 노동조합 활동도 그녀에게 잘 맞았다.
“나는 여성이다, 나는 타워크레인 기사다!” 23살부터 20년간 타워크레인 기사로 일한 김경신씨.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군대 제대하고 학원에서 3개월 타워크레인을 배우고 자격증을 딴 후 바로 건설현장에 취업했다. 30년 경력을 가진 선배들이 많아서, 자신의 20년 경력도 짧지는 않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경력이라고 했다.
“지금 일하는 현장은 재개발 건축지역이에요. 원청은 현대건설이고 그 밑에 타워업체가 있어요. 타워 임대 회사에서 원청과 계약해서 타워 장비를 투입하는 거죠. 저는 타워 임대 회사에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돼서 일하고 있어요. 공사 기간은 건물의 높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평균은 1년에 10개월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문제는 10개월 일하고 백수가 되는 거죠. 대기 기간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돼요.”
공사 기간이 끝나면 다른 현장으로 투입되기 전까지 백수생활을 한다. 실업급여는 예전에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 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노동조합이 생긴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으니,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대기 기간에 노동조합 활동을 주로 하는데, 현재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힘이 세져야 채용 권한을 가져올 수 있어요. (노조의) 힘이 많이 세져서 취업권도 늘었고, 조합원 수도 많아졌죠. 우리 조합원 수가 민주노총만 해서 2천50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여성 조합원들은 100명 정도 됩니다.”
일하다 화장실은 어떻게?…그냥 참아요
현재 일하는 건설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는 김경신 씨가 유일하다.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한다. 타워크레인에 올라가면 점심시간인 11시 30분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화장실은 참았다가 점심시간에 가요. 타워 한 대당 밑에서 50명에서 2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타워가 서버리면 작업이 잘 안되니까요. 그래서 웬만하면 물을 먹지 않아요. 배탈이 나지 않는 이상은 참죠. 한번 내려갔다 올라오려면 30분이 걸리니까요. 대신에 타워에서 내려가면 화장실로 전력 질주해서 뛰어가죠. 건물이 10층, 20층 올라가면 층 사이사이에 남성들을 위한 드럼통 같은 걸 설치해요. 깔때기만 있는 화장실이라고 보면 돼요. 소변기죠. 하지만 여성들이 소변을 볼 수 있는 시설은 전혀 없어요. 엘리베이터도 없으니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10층, 20층 되는 높이를 오가야 해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 엄청 걸려요. 그러면 팀장이나 반장들에게 눈치가 보이겠죠. 이런 이유로 모든 건설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용변을 참는다고 보시면 돼요.”
20년 동안 화장실은 물론 탈의실과 샤워실이 여성 노동자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을까. 올해 7월 17일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세면‧목욕시설 및 화장실 설치‧운영지침>을 발표했다. 공사금액이 1억 이상인 건설현장에는 화장실과 탈의실을 설치하는 등의 지침인데, 적용해야 할 사업장을 구체적으로 게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녀를 반드시 구분해서 화장실, 세면장, 목욕시설, 탈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작업장과 화장실의 거리가 ‘가급적’ 100미터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있다.
그동안 관련법이 있었지만 세부적이지 않아 잘 지켜지지 않았다. 건설현장에는 10~20명이 팀을 구성해서 들어오는데 그중 여성 노동자는 한 명꼴이다. 출퇴근 때 옷 갈아입고 점심 식사 후 쉴 수 있는 공간도 남녀 구분 없이 사용했다. 실제로 사용은 거의 하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마음씨 좋은 팀장님을 만나면 겨우 칸막이를 해주는 정도가 전부였던 건설현장에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격권이 제대로 실현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산재 사망률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상위권
20년 경력이지만 흔들리는 타워크레인은 여전히 무섭다. 앉아있거나 먼 곳을 보면 느끼지 못하지만 서 있으면 멀미할 정도로 흔들린다. 실제로 멀미를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올 때까지 오롯이 혼자 하는 일이라 실수를 하면 안 된다.
“타워가 보통 500키로 넘는 중량부터 해서 4톤, 5톤 이런 것들을 옮기거든요. 그런 것들에 살짝만 부딪혀도 크게 다치죠. 포크레인이 움직이는 동안에 작업 반경에 사람이 잘못 들어오거나 유도자가 없는 경우 차량으로 사람을 치는 경우가 있죠. 타워 작업할 때 물건을 묶기 위해서는 신호수가 있어야 되고, 줄을 묶는 줄거리 작업자도 있어야 하고, 그걸 받는 사람도 있어야 해요. 이렇게 사람들이 직접 물건을 묶고, 빼고, 달고 해야 하기에 사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많이 긴장한 상태로 작업을 해요.”
건설업은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이다. 사망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노동조합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요구해왔고, 거기에는 여성 화장실, 휴게실 등의 시설도 포함된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건설업은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이다. 다치는 사고도 문제지만 집계된 통계로는 사망 사고가 다친 사고보다 더 많다. 건설현장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은폐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웬만한 사고는 공상처리로 대체하고 사람이 죽어야 그나마 산재처리를 한다.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아 발판에서 떨어지거나, 운반 중이던 자재가 떨어져서 맞고, 지게차나 레미콘 믹서 트럭에 치이는 등 건설현장 산재 사고는 밥 먹듯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설현장 산재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2017년 964명, 2018년 971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그중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추락사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산재 공화국의 오명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노가다’로 불리며 일요일과 공휴일도 없이 새벽에 나갔다가 해가 져야 퇴근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쉬는 게 전부였다. 20년의 세월 동안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활동한 덕분에 노동조건이 많이 좋아졌다. 요즘 젊은 세대는 남들 쉴 때 같이 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임금도 올랐다. 복지수당, 특별수당, 추가수당도 지급받고 있다.
임금, 복지 수준과 함께 깨끗한 환경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40대 젊은 세대가 건설현장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도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요구 사항이 수용되면 젊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 이제 물이 나오는 화장실, 성별이 구분된 샤워실, 여성 노동자들만 모여서 옷을 갈아입고 쉴 수 있는 휴게실 등을 지침에 따라 제대로 구비하도록 원청, 발주처에 요구하는 일이 남았다.
여성은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라고?
“요즘 여성 목수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처음에는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안산 쪽에만 30명 정도 계시죠. 중서부건설지부 쪽 노동조합에서 기능학교를 운영하거든요. 남성과 구분 없이 일하고 동등한 임금을 받고 계세요. ‘여자가 그 정도면 많이 받는 거 아냐? 좋은 직업이야’ 하면서 비꼬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남녀 사이에 완력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여성 노동자분들이 똑같이 하려고 노력하지만 차이가 나요. 그래서 남성들이 자신과 똑같이 일하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같은 임금을 받는 걸 싫어해요. 노동조합 팀장들은 대체로 괜찮은데, 노동자들에게 일을 주는 ‘단종’이라고 하는 전문 건설업체(철근, 콘크리트 분야 하청업체) 소장, 과장들이 여성 목수라고 하면 싫어해요.”
그런 경우 노동조합의 힘으로 막아내고 있어서 문제가 심하지는 않은 편이다. 여성의 경우 30~40대가 가장 많다. 아직까지 20대, 30대 초반 여성들이 들어오기에는 건설현장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여성들이 진입하는데 가장 큰 장벽은 ‘남성들의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김경신 씨는 공공기관이나 고용노동부, 취업알선센터에서 건설 산업 관련 일자리에 대해서 전혀 설명해주지 않는 게 문제라고 했다. 대개는 콜센터, 돌봄노동 쪽으로 한정해서 연결시켜주고 여성과 남성을 분업화시켜버린다.
건설현장 일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여성들에게 건설현장 일자리도 알려주고 교육받을 수 있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선택의 폭을 넓히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성평등 교육이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여성과 남성의 일자리가 구분이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면, 여성이 남성을 보조한다거나 여성에게 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도 개선될 것이다.
“타워의 경우에는 자재를 옮겨줘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무시하지 않아요. 하지만 20년 전에 반장님들한테 여자 밑에서는 일 못 한다, 여자 타워 기사 바꿔라, 이런 말을 들었죠. 현장에 있다 보면, 남자 친구 있냐, 결혼했냐, 신랑은 뭐하는데 현장에서 일하냐, 하는 말들을 들어요.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수시로 듣는 말일 거예요. 건설 현장의 경우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반장을 따라다니거든요. 그러면 반장들이 농담 삼아, 내 애인해라, 데이트하자, 이러곤 해요.”
그녀는 그런 경우 무시하거나 더 센 농담으로 받아치곤 했지만,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은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남성화되거나 혹은, 더욱더 여성화되거나. 남성화되는 경우는 일정 정도 기술을 가진 여성들이다. 상대가 공격했을 때 적극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기술이 없거나 일용직인 경우에는 더욱더 여성화가 된다. 간식, 도시락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갖다 주거나, 회식에 나가서 분위기를 맞춰주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이상 일을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고용된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는 잘못되면 임금도 못 받고 이 땅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약점까지 가지고 있다. 원청과 하청 간 차별도 심한데, 하청에서도 여성과 남성으로 나눠진다. 거기에 더해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처지에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김경신 씨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규약에 따르면, 간부가 된 당선자는 성평등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김경신 씨와 조합원들은 안전하게, 평등하게 일하는 세상을 향해 건설현장에서 한땀 한땀 희망을 쌓아올리고 있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더 안전하게, 더 평등하게, 건설현장에서 쌓아올린 희망
김경신 씨는 20년 동안 일하면서 남녀평등, 성희롱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강사교육을 수료하고 교육을 다니기도 한다. 외부교육이 아니라 조직 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노조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이 이럴 땐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에 더해 녹록지 않은 현장 경험 덕분에 생생한 사례를 들어가며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경우 전문 강사보다 교육 효과가 배가 된다.
“처음에는 다들 싫어해요. 자기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본다면서요. 처음에는 자신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왜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저는 현장 상황을 아니까 주로 예를 들면서 교육을 해요. 법이나 이론적인 이야기보다 훨씬 직접적이죠.”
건설노조의 경우, 규약에 간부 당선자는 일정 기간 성평등 교육을 수료하지 않으면 당선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남성이 노조 간부로 당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무교육을 통해 바꿔나가야 한다. 위에서부터 솔선수범해 바뀌어가는 좋은 변화다.
여름 무더위와 겨울 한파 때는 한 달에 열흘도 일을 못 한다. 날씨가 선선할 때 남들은 여행을 다닌다지만 건설현장은 일하기 좋은 계절일 뿐이다. 건설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좋아질수록 건설현장 전체 노동조건 역시 나아질 것이다.
‘인간이 참 하찮은 존재’로 보이다가도 멀리 보이는 관악산과 북한산의 경관에 감탄하게 하는 타워크레인 위. ‘느리지만 변화가 감지되는’ 활동에 감사하며 그녀는 하늘과 땅을 넘나들고 있다. 강한 주장보다 작지만 현실을 바꾸는데 중심을 둔 그녀의 활동은 밝은 세상을 건설하는 디딤돌이 아닐까.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서산대사의 禪詩 중).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새벽 첫 눈길을 밟는 사람처럼 뒤따라 걸어올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있다. 김경신 씨가 타워크레인 기사로 조합원들과 함께 20여 년의 세월 동안 진득하게 쌓아 올린 희망이 건설현장에서 제빛을 발하기를 소망한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 “기록되어야 할 노동” 기획 연재를 위해 자문해주신 분들입니다. 고주영(공연예술 독립프로듀서), 박준우(프리랜서 작가), 이민영(비전화공방서울), 이충열(여성주의 현대미술가), 최하란(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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