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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시장이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을 찾다(하)
여성 정치와 청년 정치, 페미니즘과 정당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왜 선거사무실을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라고 이름 붙였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는 뭘까?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 뛰어든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았다. 녹색당의 페미니스트들이 서로에게 가지는 연대감과 그들이 꿈꾸는 정치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 인터뷰 중인 녹색당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과 신지예 서울시장 예비후보. (신지예 후보 캠프 제공 사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제가 출마한다고 보도가 되었을 때 기사 댓글들이 뭐였냐 하면 ‘애도 안 키워보고, 결혼도 안 해본 그런 여자가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겠냐. 스물여덟 살이면 학자금 대출 갚을 나이인데 사회생활은 해봤겠냐’였어요. 이것도 여성과 청년에 대한 편견이죠. 청년들도 살면서 생애적으로 만들어 낸 경험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오래된 문제들, 10년이 넘게 해결이 안 되는 ‘차별금지법 제정’,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 ‘주택 계약갱신 청구권 논의와 표준임대료 제도’, ‘부의 재분배’, ‘성평등’ 문제 등이 이제 변화해야 할 때라고 봐요.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범위나 정치 패러다임 안에서 대안을 찾는 게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이 발생한지 2년이나 지났고, 여성들이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쏟아내는 2018년이 되었음에도 페미니즘을 내 건 정치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문제이지 않나요?”
-신지예가 만드는 서울시는 무엇이 가장 다를까요?
신지예: “제 공약 중에 ‘동반자 등록 조례’와 ‘다양한 가구 구성원에 따른 주택 공급’이 있어요. 지금 서울시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걸 보면 분류가 크게 2가지에요. 하나는 신혼부부, 하나는 청년. 청년들이 취업할 때까지 도와주고 취업한 뒤에는 결혼해라, 그럼 또 돕겠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 서울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의 삶은 정말 다양하잖아요. 신혼부부나 청년뿐만 아니라 비혼인 사람들도 있고 형제 자매랑 살거나 친구끼리 살거나 또 동성 커플도 있고요. 그런데 시 정책은 ‘정상 가구’를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 살도록 안내하고 인도하고 압박하고 있어요. 저는 시민의 삶을 시 정책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 정책이 시민의 삶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모두가 자기 존재 그대로 살 수 있게 할 거에요.
그리고 안전한 서울! 성소수자들도 그렇고, 여성들도 요즘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순간 안전에 위협을 받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안전망이 부서지고 있는 상황인거죠. 혐오와 차별을 계속 양산해 내고 있는 세력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막을 것 인지 고민하는 정치인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사무실 ⓒ일다(박주연)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신지예: “임기 첫날 서울시민인권헌장을 공표하는 거요. 그 헌장은 많은 시민들이 전문가가 함께 공동으로 만들어낸 훌륭한 인권헌장임에도 불구하고, 혐오세력의 반대에 굴복해서 결국 폐기되었어요. 그걸 다시 선언하고 싶어요.
그리고 여성들의 건강을 돌보는 ‘젠더건강센터’를 설치하고 여성들의 인공임신중지 결정을 지원해주는 일을 반드시 해내고 싶습니다. 사실 전문가 분들이 저한테 ‘낙태죄를 없애지 않고서는 서울시 공공시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불가능하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하지만 전 그렇게 때문에 그걸 정치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법제도에서 되지 않는 일을 나서고 바꾸기 위해 정치라는 영역이 있는 거고, 정치인은 자신의 입과 권력으로 그걸 해결해주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광화문의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 천막을 지원하는 일과 관련해서 ‘왜 그걸 허용하냐, 불법이다’라는 논란이 있었을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를 잡아가라”고 했었죠. 그게 정치인이 하는 일인 거죠.
하고 싶은 일 또 있는데, 다 이야기해도 되나요?(웃음) 성평등하지 않는 기관이나 단체에는 서울시 예산을 1원도 안 쓸 예정이에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 체계도 만들고, 서울시 4급 공무원 이상 여남동수제를 실시할 거예요. 9급 공무원 합격자 비율을 보면 여성이 더 높은데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줄어든다는 거 이상하잖아요. 유리천장을 깨야죠.”
-사실 지금 지지율이 높지 않잖아요. 정말 당선을 꿈꾸나요? 이번 선거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신지예: 북미정상회담 건으로 정치적인 관심사가 쏠려있고,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사건’으로 논쟁하기 바쁘고. 이번 지방선거는 정말 쟁점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죠. 저는 상대적으로 그 틈에서 녹색당의 이름으로, 페미니스트의 이름으로 성평등하지 않은 문화와 그 적폐에 대해 이야기하고 페미니즘 이슈를 더 많이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래야 하고요. 더 이상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만으로 남을 수 없잖아요. 이제는 현실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실현을 위한 방법을 생각하거나, 젠더건강센터라든지 여남동수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정말 페미니스트 시장이 있다면 어떤 사회가 될까?’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저의 역할인 것 같아요. 사실 전 5% 넘는 게 목표에요. 서울시민 100명 중 5명이 페미니스트 시장을 소망하면서 저를 지지해주신다면 서울시에도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사표 걱정 없이 녹색당을 뽑아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사표론’이 또 등장할지 모르잖아요. 군소정당에게는 굉장히 압박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내 표가 사표가 될까봐’ 걱정하는 분들에게 왜 녹색당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지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 “당선이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만 투표하는 것이 선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녹색당을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녹색당을 선택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 되는가가 우리 정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아닐까요? 지금의 정치가 아니라 전혀 다른 정치를 꿈꾸고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만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자신의 지역구와 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을 한번 살펴보셨으면 좋겠어요. 무분별한 개발 공약이 얼마나 심각한지, 혐오와 차별에 동조하거나 이를 양산하는 건 없는지, 그들의 메시지를 점검하고 녹색당의 정책도 꼭 살펴봐주세요!”
▶ 경찰청 앞에서 ‘동일범죄 동일수사’를 외치며 경찰이 성차별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기자회견 중인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후보 캠프 제공 사진)
-선거운동을 위해 본인이 세운 원칙 같은 게 있나요?
신지예: “캠프 내 조직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거가 다가올수록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폭력적이 되거나 넘지 않아야 되는 선을 넘지 말자고 계속 상기시키고 있죠. 그리고 돈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선거운동 방식을 모색하려고 해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 대해 상상하듯이 말이죠.”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재 녹색당을 이끄는 사람 중 한 명이고, 신지예 후보도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이잖아요. 두 분이 생각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신지예: “한국 사회에서는 리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망이 ‘제왕적’인 것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리더는 나이가 가장 많아야 하고, 경험이 가장 많아야 하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선도하여 앞장선다’는 게 리더에 대한 고정관념이죠. 저는 그게 민주주의 사회와는 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은 자신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에게 없는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행정조직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주온: “리더십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당 내에서 제가 카리스마가 없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반대로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리더의 자질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대표’와는 좀 달라요. 일종의 퍼실리테이터(진행촉진자)에 더 가깝죠. 제가 무언가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함께 논의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그래서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그게 녹색당의 문화예요. 운영위원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였다면 애초에 출마하지 않았을 거에요.(웃음)”
-세부적인 관심사가 다르더라도 ‘여성 청년’이라는 위치로 당 활동을 하고 있어서, 두 분의 연대의식도 좀 각별할 것 같네요.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신지예: ”녹색당 내에 여성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자매애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동질감과 유대 같은 거죠. 주온님은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어요. 당 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또래나 친구로서가 아니라 녹색당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이 의지가 됩니다.”
김주온: “전 지예님이 아니었으면 운영위원장으로 출마하지 못 했을 것 같아요. 지예님이 서울운영위원장에 출마한다고 해서 저도 할 수 있었던 거죠. 지난 총선 때 같이 비례후보로 나왔을 때도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할 때 지예님한테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그 때 여성청년 후보가 한 명이었다면,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여성청년 후보가 말하는 구나’로 보였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에겐 서로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지예님의 정치적 의제들과 저의 정치적 의제가 각각 보일 수 있었던 거죠. 그냥 여성청년 후보가 아니라 ‘신지예’라는 후보, ‘김주온’이라는 후보가 보일 수 있었던 건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이번 선거도 부담이 되었을텐데 출마하겠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사무실 ⓒ일다(박주연)
-두 사람이 꿈꾸는 녹색당의 성장과 미래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당 활동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신지예: “제가 꿈꾸는 정치가 있어요. 과반수가 넘는 정당이 없고 최소 7개의 정당이 있는 다당제 사회요. 다양성이 있는 국회를 만들어 내는데 녹색당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넘게 바뀌지 않는 정책들을 바꾸고, 사회를 뒤흔드는 정당으로 활동하는 게 목표에요.”
김주온: “녹색당이 수적으로 다수가 되거나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거나 하는 건 녹색당이 원하는 목표는 아니에요. 진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죠. ‘탈핵, 기본소득, 성평등’ 등의 다양한 이슈들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어요. 정치는 ‘선거 때 투표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어요. ‘선거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역 사회에 참여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녹색당이 던지고 있고, 그걸 계속해서 말해야겠죠. 국회나 의회에 의석이 생기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거예요. 많은 분들이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치를 해 볼까? 정치에 참여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기 힘든 사회를 살고 있는 여성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주온: “정치가 엄청 거창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나의 입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들리게 하는 것이죠. 가족, 학교, 직장에서 내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거고, 그걸 혼자는 할 수 없으니까 모여서 하는 게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에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는 게,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길인 것 같아요.”
신지예: “기존 정치가 소수자를 향해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 이제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성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기본소득, 여성할당제, 여남동수제’ 등 논의할 게 너무 많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 영역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하는 정당이 분명히 있어야 하고요, 그 정당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가입하고 지지하고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주온: “한국에선 정당을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람들에게 정치의 문턱이 높아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일이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여성 청년들, 페미니스트들의 정치 참여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죠.
신지예: “기존 권력이 페미니스트들이 보기에 충분히 폭력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정치혐오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소수가 그 권력을 계속 갖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들의 정치를 정말 부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같이 대안정치를 모색했으면 좋겠어요.”
김주온: “이 정치를 그대로 둔다면 기존의 기득권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잖아요.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우린 더 뒤로 가게 될 거에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길 바래요. 정치에 참여하세요!” 박주연 기자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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