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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아픔…척박한 땅의 올리브처럼
김태일, 주로미 연출의 영화 <올 리브 올리브>
▶ 김태일, 주로미 연출 <올 리브 올리브>(All Live, Olive, 2016)
올리브나무는 항상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 옆에 서 있었다. 뜨겁고 건조한 기후에도 올리브나무는 굳건히 뿌리를 내렸으며, 크게 손대지 않아도 풍성한 수확을 안겨주었다. 1948년 이스라엘이 나라를 건국하며 그 땅에 원래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축소‧분리되었으며, 자기 땅을 가졌던 사람들은 한순간 난민이 되었다. 올리브나무는 이들이 겪은 격동의 역사를 지켜보며 척박한 땅 위에 새로운 뿌리를 내렸다.
김태일, 주로미 연출의 <올 리브 올리브>(All Live, Olive, 2016)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와 난민촌 사람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들의 카메라는 검문소를 지나고 도로를 달려 개인들의 터전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은 분절적으로 드러난다. 접촉면이 도드라지는 분절적인 공간 이미지들은 ‘국경 아닌 국경’에 가로막혀 격리된 삶을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공간 경험처럼 다가온다.
영화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팔레스타인 여성 위즈단은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워킹맘이다. 위즈단의 부모는 올리브나무를 길러 10남매를 키웠다. 자기 소유의 밭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통행증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농사를 짓기란 녹록치 않은 일이다. 올리브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생산된 올리브로 만든 올리브유를 이스라엘산으로 둔갑시켜 전 세계로 유통시킨다며 분노를 터트린다.
▶ 김태일, 주로미 연출 <올 리브 올리브>(All Live, Olive, 2016) 중에서
제작진의 발걸음은 툴카렘, 발라타를 비롯한 난민촌으로 이어진다. 모든 것이 금지되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축구밖에 없다는 난민촌 안에서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1987년과 2000년에 시작된 1‧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감옥에 갔다.
수년의 감옥 생활 후 출소했더니, 친구들이 모두 죽어 없어졌다는 한 청년의 고백은 마음을 저리게 한다. 청년들은 일이 없고,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두어 모두가 집에만 머문다. 이것도 집이 온전히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사막 위에 텐트를 치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임시적인 밤을 보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순간을 담는다는 것은 상처를 마주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발라타 난민촌의 무함마드 할아버지는 한 달 사이 두 명의 아들을 잃었다. 가족을 잃은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서까지 몸과 마음에서 잊히지 않는 절대적인 기억이다. 평범해 보이는 농부, 노동자, 청년의 입에서도 인티파다와 희생된 동료들에 대한 증언이 흘러나온다. 올리브나무를 뽑고, 사원을 불태우고, 집을 부수는 현재적 폭력 상황 앞에서 모두가 목격자이자 피해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해 새로운 올리브나무는 뿌리를 내린다. 척박한 땅에서 강인하게 삶을 살아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 김태일, 주로미 연출 <올 리브 올리브>(All Live, Olive, 2016) 중에서
<올 리브 올리브>에서 아쉬운 점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며 부계 혈통으로 쓰여진 역사를 바라보는 대안적인 시선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영화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균형 있게 다루려고 노력하지만, 여성들의 현장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역사의 중심으로 드러나는 ‘거리’와는 동떨어져 있다. “가족을 지키고 삶을 이어가는 강인함”이라는 묘사 너머,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진다. (케이)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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