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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운동할까요: 줄넘기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저질 체력’ 개선하기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저질 체력’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수업이 끝난 후, 한 학생이 고백이자 질문이면서 답변이기도 한 질문을 했다.

 

“선생님! 원래 그런 줄 알았지만, 수업을 들어보니 제가 생각보다 더 저질 체력이네요. 제가 제 몸을 지키려면, 체력을 길러야겠죠?”

 

흔히 체력이라 하면 근육의 힘을 뜻하는 근력이나 오랫동안 견디는 힘을 뜻하는 지구력을 떠올린다. 그러나 체력은 신체적 요소에서도 근력이나 지구력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리고 체력은 정신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셀프 디펜스를 위해서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도 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운동과 휴식이 필요하다.

 

▶ 체력에 대한 정의  <체육학사전>  ⓒ스쿨오브무브먼트

 

그런데 왜? 거의 하루 종일 움직이며 놀던, 깡충거리고 뛰어내리고 내달리고 달려들고 달아나고 쿵쾅대며 활개 치던 아이가 어떻게 저질 체력이 되었을까?

 

우리가 너무 부자연스럽게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8세부터 19세까지 아동과 청소년 대부분 거의 하루 종일 앉아 지낸다. 성장기 내내 지속되는 세계 1위의 장시간 학습이 끝나고 나면 세계 2위의 장시간 노동이 기다린다.

 

그런데 사람들은 운동을 하려면 흔히 칼로리 소모, 근육량 증가, 기록 달성 같은 결과에만 주목한다. 살아남은 황량한 몸에 강렬한 욕망을 불태우는 것은 위험하다. 몸은 시장논리가 아니라 자연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다.

 

줄넘기로 달리기를 준비하자

 

현재 부상과 통증이 있는 사람은 먼저 병원에 가봐야 한다. 의사가 운동을 해도 좋다고 했을 때 신중하게 시작하길 바란다.

 

나는 줄넘기를 제안한다. 셀프 디펜스 훈련의 보조운동이자 건강을 위한 기반운동이다. 사실 달리기라고 쓰고 싶었지만, 한중합작 줄담배 수준의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 달리기를 권하지 못하겠다. 통합대기 환경지수가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보자.

 

그리고 줄넘기는 달리기의 준비 단계이기도 하다. 현대 성인은 두 발 이동(걷기, 달리기)에 너무 취약해졌다. 그래서 달리기를 위한 준비 단계를 가지면 좋다. 호기롭게 당장 내달리다가는 다칠 수 있다.

 

▶ 한강변에서 멀리 바라보며 걷기   ⓒ스쿨오브무브먼트

 

원래 우리는 지구에서 유일한 이족보행 직립동물이다. 두 발로 서서 걷고 달리는 움직임은 인간에게 기본이다. 최근 수십 년을 뺀 인간 역사의 나머지 99.99…퍼센트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하루 두세 시간 걷는 수준은 운동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우리 선조들의 밥그릇은 냉면그릇 만했지만 몸은 우리보다 훨씬 가벼웠다.

 

106년 전 한국을 방문하고 독일로 돌아가〈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견문록을 펴낸 베버 신부는 106년 전 사람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국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연을 꿈꾸듯 응시하며 몇 시간이고 홀로 앉아 있을 수 있다. 산마루에 진달래꽃 불타는 봄이면, 그들은 지칠 줄 모르고 진달래꽃을 응시할 줄 안다… 한국인은 먼 산 엷은 푸른빛에 눈길을 멈추고 차마 딴 데로 돌리지 못한다.”

 

지금은 어떤가? 공동주택 단지에서 태어나 단지 안이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근처 상가에 있는 학원을 다니고,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차로 공동주택 단지와 직장을 오가며 평생을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은 탁 트인 공간 경험이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들 아래서 걷고 있으면 한적한 마음이 아니라 조바심이 들기 쉽다. 걷기에는 시야가 탁 트인 너른 공간이 가장 좋다. 도시에서는 공원이나 강변을 걷는 게 낫다. 시선과 신체와 정신이 해방감을 느낄 만한 너른 공간에서 멀리 바라보며 걷는 것이 가장 좋다.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이나 동물원의 동물이 아니라 초원이나 숲, 대양을 이동하는 동물을 떠올려 보라. 우리 자신도 동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기의 성장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흔히 잘 걷기 이전에 먼저 달린다. 고꾸라질 듯 내달리는 것이 안정감 있게 걷는 것보다 덜 정교하기 때문이다. 성인 역시 달리기를 회복하고 나면 좋은 걷기와 서기까지 회복할 수 있다. 그래서 일단 걷기를 운동이 아니라 생활수준으로 복원하면서, 줄넘기로 달리기를 준비했으면 한다.

 

이미 달리고 있다면 줄넘기는 더 잘 달릴 수 있게 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요즘 같이 통합대기 환경지수가 최악인 상황에서는 달리기를 대체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운동도 달리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공기가 좋을 때는 너른 공간에서 달려보길 바란다. 실내 체육관에서는 제자리에서 하는 스프린트 드릴, 멈추고 턴하고 방향 바꾸는 짧은 달리기, 셔틀 런, 대쉬, 뒤로 달리기, 옆으로 달리기, 쫓고 쫓기는 달리기 등을 할 수 있다.

 

▶ 학생들과 함께 야외 달리기   ⓒ스쿨오브무브먼트

 

줄넘기의 방법과 효과

 

줄넘기는 높이 뛰지 말고 줄이 지나갈 정도로만 마치 한발 한발 바닥을 가볍게 밟듯이 줄을 넘어야 한다. 발가락들, 발바닥, 발목이 탄력적으로 작용해 한발 한발 바닥을 밟는 움직임을 말한다. 익숙해져서 맨발로 줄넘기를 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높이 뛰며 줄을 넘을 때는 흔히 가슴이 위로 올라가거나 앞으로 내밀어지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면서 껑충껑충 뛰는 자세가 나온다. 이렇게 하면 금세 종아리가 아프다. 이렇게 하면 줄넘기를 오래 할 수 없고 오래 해서도 안 된다. 어떻게든 운동을 하면 된다는 생각은 좋지 않다. 나쁜 자세를 반복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

 

발의 앞쪽으로 밟듯이 하는 줄넘기는 가슴이 내려가 편안해 보이고 몸통과 골반이 탄탄히 연결돼 보인다. 발가락들과 발바닥, 발목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가볍게 사뿐사뿐 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익숙해지면 10분~30분씩 쉬지 않고 할 수 있다.

 

줄넘기는 발놀림을 부드럽고 탄력적이고 빠르게 만든다. 이런 발놀림은 움직임을 민첩하고 파워풀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줄넘기는 두 발로 직립하는 인간의 움직임을 살리는 엄한 선생이기도 하다. 자세가 나빠지면 너무 힘들어서 저절로 오래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때로는 줄이 발에 걸리는 아픔으로 잘못을 깨우치게 할 것이다.

 

잘 직립할수록 파워풀한 움직임들이 좋아진다. 셀프 디펜스에 아주 좋은 육체적 준비다. 줄넘기와 달리기는 직립을 회복하고 향상시키는 효과가 탁월하다.

 

▶ 발의 앞쪽으로 밟듯 하는 줄넘기  ⓒ스쿨오브무브먼트

 

시작한다 그리고 지속한다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정지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이것은 뉴턴의 제1 운동 법칙인 관성의 법칙이다.

 

그러나 관성의 법칙에는 다른 면도 있다.

‘움직이는 물체는 움직이는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관성의 법칙이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

간단하다.

시작한다.

지속한다.  (최하란)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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