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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과 불안, 내 노래여행의 동반자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이내와 규택의 함박눈 투어②



※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늘 나를 따라다니는 감정, 부끄러움과 주저함

 

예전에 어느 공연 끝에 앨범을 사고 싶다고 한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시디를 건네면서 나는 언제나처럼 내 노래가 부끄럽다는 말이 툭 튀어 나왔는데, 그 청년에게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부끄럽지 않다면 노래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 말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서 공연 때마다 떠올리게 된다.


▶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지리산 산내마을 공연 중에서.     ⓒ 촬영: 명심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길 위의 음악가, 노래여행, 이런 단어들은 실은 나에게 아직도 어색한 이름들이다. 전국의 어떤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다니기 위해서는 자신감 혹은 당당함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나를 늘 따라다니는 감정은 주로 부끄러움과 주저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걸 눈치 채지 못한다. 언제부터인지 스스로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불안을 일부러 모른 척 해보기도 하고, 반대로 그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방법을 찾는 중이다.

 

20대 때는 남들은 다 괜찮은데 나만 그런 줄 알고 훨씬 더 많이 부끄러워했다. 나이가 들며 나를 향해 있던 관심이 조금씩 바깥을 향하게 되니, 다른 사람들도 어떤 불안을 안고 살고 있고, 각자의 대처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그 때의 불안을 가장 많이 풀어놓았던 것이 일기였고, 편지였는데, 지금은 거기에서 노래가사들이 나오게 되었고 또 그 가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니 괴로웠던 시간이 선물로 되돌아온 셈이다.


▶ 지리산에서 나를 초대하고 재워주신 무검산방 최은주님이 아침에 난로 가에서 파고 계셨던 나무조각.  ⓒ이내

 

예상할 수 없는 시간을 선택한다는 것

 

이번 겨울 노래여행의 공연들에 대해 지난번 칼럼에서 자랑하듯 말하기도 했지만, 언제나처럼 부끄러움과 주저함이 한편에 있었다. 낯선 환경은 기본적으로 마음을 움츠리게 만든다. 마이크 없이 제법 큰 장소에서 노래한다는 건, 스스로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서 (모니터가 안 된다고 말하는 그런 상황)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기도 한다.

 

자칫 마음을 잘 붙잡지 못하면 사람들의 작은 표정 하나까지 과하게 판단하고 흔들려버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라는 녀석은 합리와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을 때가 더 많은 법이다.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는 행복감과 동시에 따라오는 두려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공연을 계획하는 것은 계속해서 예상할 수 없는 시간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낯선 곳인지 익숙한 곳인지 눈앞에 사람이 몇 명인지도 상관이 없다. 그 순간 약해 빠진 내 마음 조차도 나는 예상할 수가 없다.

 

불안과 떨림이 당연히 따라올 테지만, 온전한 만족이란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걸 알고도 계속해서 그 길을 선택한다. 어차피 삶이란 예상할 수 없는 시간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니 나는 그저 살아있고, 살고 싶은 것인지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커가고 있다는 걸 알기에…

 

망쳤다고 생각한 공연장에 있었던 관객이 시간이 흘러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앨범 구매요청을 해올 때가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어디선가 귀 기울여 들어준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는데, 내 욕심이 과해서 더 많은 것을 원한 탓에 공연을 망쳤다고 생각해버렸구나 하고 부끄러워진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부끄러움은 소중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주위를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하고 스스로의 마음이 딱딱하게 굳지 않도록 돕고 있다.


▶ 이번 겨울 노래여행의 마지막 장면.  ⓒ 이내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해온 부끄러움과 주저함은 그때그때 크기는 달라도 항상 거기에 있어왔다. 다만 주어진 시간에 ‘지금, 여기’ 하면서 집중하면 그 시간을 채울 용기가 생기고, 그로 인해 내가 조금씩 단단해진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도 조금씩 키워내고 있다. ‘다시, 시작해보자’라는 저항군의 구호를 매일 외치는 것 또한 잊으면 안 된다.

 

얼마 전 펍에서 노래하던 중에, 그 장소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싸움이 나기도 했는데 내가 예전의 나보다 제법 의연하게 대처해서 오히려 기분 좋은 경험이 되었다. 예전에는 공연 중에 바로 앞에서 떠드는 어린이들 때문에 왈칵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마음도 시간만큼 정직하게 쌓이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마음보다는 시간을 믿어보기로 한다. ▣ 이내(싱어송라이터) 여성주의 저널 일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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