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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데이트 폭력, 나의 관계 점검하기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5.08.25 11:00

데이트 폭력, 나의 관계 점검하기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8. 언니들의 멘토링 

 

※ 일다의 신간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발간 기념으로, 데이트 폭력 문제를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데이트 관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갈등이지만 드러내기 어려웠던 이야기들.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까칠한 여자라고 욕먹을까봐, 연애를 잘 못하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 5명의 여성이 지금부터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에 대한 언니들의 조언을 함께 들어보자.  나랑 기자

 

@자꾸 치마를 입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문: 애인이 저한테 자꾸 짧은 치마를 입으라고 해요. 전 교복 이후에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고 바지가 훨씬 편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네 다리가 예뻐서 그렇다”, “모든 남자들이 이 정도는 원하지 않냐”, “제발 여성스럽게 좀 입어라” 이러면서 자꾸 짧은 치마를 입으라고 하네요. 선물로 사준 치마만 벌써 몇 벌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원하는 대로 해줘야 되나 싶다가도 제 스타일에 안 맞으니까 싫은 마음이 확 들고.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날 위해서 그 정도도 못 해주냐고 화까지 내네요.  

 

▲  사랑받기 위해 원래의 나를 버려야 한다면 다시 깊이 생각해보세요.  © Tomwang112 
  

답: 옷 입는 거든 밥 먹는 거든 간에 이왕이면 나도 좋고 애인 맘에도 드는 게 좋겠지요. 하지만 그게 무조건 애인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는 얘긴 아니에요. 이건 서로 맞춰가는 ‘연애’인거지 ‘연예’사업이 아니거든요. 기획사 사장 취향에 맞게 예쁜 다리가 돋보이는 짧은 치마를 입어야 하는 소속연예인이 아니잖아요.

 

애인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때 애인이 화를 낸다고 했죠? 그 때 나의 마음은 어땠는지 다시 한 번 잘 들여다보세요. 애인이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자꾸 싸우기 싫은데 그냥 입어 줄까 고민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고 불편했겠지요. 왜 그랬을까요? 내 의견은 존중되지 않고, 사랑받기 위해서 원래의 나를 버려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연애라는 것이 서로 사랑하면서 내가 나 자체로 존중받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애인은 지금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게 맞아요.

 

애인한테 가서 “나 치마 입기 싫다!”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잘 설명해 보세요. 나는 나 자체로서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다고, 그게 연애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고망(한국여성의전화 데이트공작단)

 

@동성애인 간에도 데이트 폭력이 있나요?

 

문: 여자인데 동성 애인과 사귀고 있어요. 사귄지 1년쯤 됐을 때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생활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자주 다퉜어요. ‘이러면서 맞춰가는 거겠지’라고만 생각했어요. 처음엔 그냥 말싸움 정도였는데 어느 날 부터 애인이 저보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고요. 저는 애인 말에 동의하면서 사과를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애인은 제 이기심을 고쳐야 한다면서 뺨을 때렸습니다. 전 살면서 한 번도 누구한테 맞은 적이 없어서 큰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애인이 너무나 논리적으로 제 잘못을 지적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다음부터 애인은 더 집요하게 질문하고 저를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반성하지 않는다면서 화를 못 참다가 저를 때리거나, 방에 들어가서 소리 지르면서 벽을 치고 물건을 던지고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놔요. 한참 그러고 난 다음엔 정신 차리고 미안하다고 해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저도 점점 피폐해지는 것 같아요. 전 여자 사이엔 폭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무조건 헤어지라고 해요. 전 아직도 애인을 너무 사랑하는데 헤어지는 게 맞는 걸까요? 제가 반성하고 잘하면 애인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  한국여성의전화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한 “데이트UP데이트” 캠페인    © 한국여성의전화 
  

답: 님의 복잡한 심경이 전해집니다. 사랑하는 관계를 잘 꾸려나가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같은 마음일 텐데 애인과의 관계가 자꾸 어긋나고, 심지어 애인이 나를 비난하고, 때리고, 위협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마음이 아픕니다.

 

안타깝게도, 여자 사이에도 폭력이 있습니다. 사람이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함부로 표현하고, 관계를 통제하기 위해서 상황을 왜곡하고 상대를 공격하려만 한다면, 사랑했던 사이라 해도 이것은 폭력입니다.

 

무조건 헤어질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상대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사랑하기 때문에 비난과 폭력을 참고 있는 것을 보니 님이 이기적인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인은 님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있습니다. 애인의 말이 논리적으로 느껴지시겠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다지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상대가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지 확인을 해보아야 이 관계가 결정이 납니다. 정말로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지 확인해 보려면, 내가 상대의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고 맞서거나, 위협과 폭력에 맞서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상대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주장할 때,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상대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땐 짝사랑을 그만 두십시오. 당당하게 나를 옹호하고, 그런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사람을 사랑하십시오. -최현정(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마음 대표)

 

@가슴 사진이 유포될까봐 두려워요

 

문: 여자 고등학생인데요, 같은 학교 남자애를 사귀게 됐어요.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던 애라서 사귀기로 했을 때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사귀고 일주일 쯤 됐을 때 ‘소중한 그곳’ 사진을 주고받자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 성기 사진을 찍어 보내더라고요. 제가 계속 싫다고 하니까 그러면 가슴 사진만 찍어서 보내 달래요. 자기 친구들은 여자 친구랑 다들 그렇게 주고받았다고, 보고 바로 지울 거래요. 하도 졸라서 찍어서 보내줬는데 혹시 안 지웠으면 어쩌나 걱정돼요. 어제는 걔가 화장실 간 사이에 핸드폰 보려고 했는데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어요. 뉴스 보니까 아저씨들이 헤어지고 난 다음에 복수하려고 동영상 유포하고 그러던데, 설마 얘가 그러지는 않겠죠? 또 다른 부위를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면 어떡하죠?

  

▲  데이트 폭력을 다룬 자전적 만화 <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우리나비) 
 

답: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친구와 사귀게 되어서 정말 기뻤을 텐데 당황스러운 부탁을 받은 이후로 정말 고민이 많았겠네요. 우선 남자친구와 만났을 때 사진을 지우자고 얘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친구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인터넷에 올리지 않더라도 휴대폰 해킹을 당하거나 자동 업로드 기능이 설정되어서 유출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널 믿지만 내 친구의 친구가 이런 일 당했었다고 들었다”, “우리도 이 사진이 퍼질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지우자고 설득하세요. 사진 지우는 걸 '현장'에서 꼭 확인하고 다른 사진 보관함에도 남아있는지도 거듭 검사하는 게 좋아요. (예를 들면 아이폰은 저장한 사진은 아이 클라우드에도 자동저장 되거든요.)

 

그리고 나서 며칠 지난 다음에는 남자친구에게 넌지시 경고해주세요. 애인과 헤어진 후에 동영상 유포한 사람들을 보도한 기사를 읽었다면서 “성교육 시간에 배웠는데 그런 사람들 뭐더라, 성폭력 특별법이던가? 그걸로 처벌 받는대. 5년 동안 감옥가거나 벌금 천만 원! 대박이지? 근데 그 사람들은 대체 왜 그랬을까?” 하고요. 미리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조항)을 읽어봐도 좋겠네요.

 

혹시 ‘아아, 뭐가 이렇게 해야 되는 게 많고 부담스러워’ 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아니면 ‘그래도 내가 절대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 탓이야’ 라고 자책하고 있나요? 절대 님의 탓은 아니에요.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할까봐, 나를 싫어할까봐 그런 거잖아요.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나면 앞으로는 애인이 아무리 간절하게 부탁하더라도 내가 꺼려지거나 싫은 일은 거절할 수 있어야 해요. 사정사정을 하든, 협박을 하든 내가 싫은 걸 억지로 하게 하는 사람, 혹은 자기가 원하는 걸 안 해줬다고 때리거나 헤어지자는 사람이랑은 사실 더 볼 것도 없어요. 싫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기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사랑이거든요. 알겠죠? 연애든 뭐든 나의 행복과 안전이 제일 중요해요. 파이팅! -백목련(성교육 전문가)

 

@농담이라며, 말끝마다 저를 무시해서 속상해요

 

문:  전 대학생인데 직장 다니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사귄지 1년 됐는데, 남자친구가 말끝마다 저를 무시해요. “니가 뭘 알아?”, “바보야”, “너 바보지?”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어요. 남자친구는 나이도 저보다 5살이나 많고 학벌도 저보다 좋고 대기업에 다니거든요. 이렇게 잘난 사람이 내 남자친구라는 게 뿌듯할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 친구가 저보고 넌 그런 말 들으면서 어떻게 사귀냐고, 자기 같으면 당장 헤어질 거라는 거예요. 한번은 정색하고 남자친구한테 화를 냈더니, 농담이라면서 “웃자고 한 말인데 죽자고 덤빈다”고 오히려 저보고 무섭대요. 그 다음부턴 까칠한 여자로 보일까봐 화도 못 내겠어요. 요새는 “못생겼다”, “가슴이 작다”면서 생긴 것 갖고 놀리는데 정말 짜증나요.

 

답: 한번 화를 내고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남자친구는 나를 무시하는 말과 외모에 대한 지적을 계속하고 있네요. 남자친구 입장에서 ‘농담’일지 모르지만 이미 내가 그 말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이상 그 말들은 엄연히 언어적 폭력입니다. 그런 표현에 대해서 불쾌감을 드러내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건 연애 관계에서 정당한 요구에요. 내가 정색했을 때 상대방이 그만 뒀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서로의 불편함을 말하지 못하는 연인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로 상대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알고 조심할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관계겠지요. 그러니 적극적으로 나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까칠한 여자'가 되길 바랍니다. 당장 ‘까칠한 여자’가 되는 게 두렵고 껄끄럽더라도, 남자친구와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나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요?

 

불편함을 재차 얘기해도 남자친구가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무섭다’는 식의 반응을 한다면, 관계를 재고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나의 감정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여학생위원회  

 

▲  불편함을 말하지 못하는 연인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 Mayur Gala 
  

@데이트 비용은 남자인 자기가 내겠다고 하네요

 

문: 소개팅으로 만난 지 한 달 된 남자친구가 있어요. 거의 매일 만나는데 데이트 비용은 무조건 남자인 자기가 내야 된대요. 처음엔 기분이 괜찮았어요. 여자가 데이트 비용 내면 왠지 여자로서 인정 못 받는 느낌이 들잖아요. 근데 조금씩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둘 다 대학생이라서 돈 없는 거 뻔히 아는데. 나도 내겠다고 하면 여자는 가만히 남자가 주는 걸 받기만 하면 된다고, “그 돈으로 예쁜 옷이나 사서 입어라”라고 하더라고요. 친언니한테 얘기하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면서 꼭 더치페이를 하라고 하는데, 남자친구가 자존심 상해할까 봐 그런 말 꺼내는 게 어려워요.

 

답: 남자친구가 일방적으로 데이트 비용을 다 내는 게 부담스러우시군요. 데이트 비용을 다 내는 남자친구의 행동이나 ‘여자는 가만히 받기만 하면 된다’, ‘예쁜 옷이나 사서 입으면 된다’는 말은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이죠. 이런 말이나 행동에 지금부터 대응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나는 원하지 않는데 남자친구가 '여자니까' 당연하게 요구하는 일들을 거절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상대가 불편해 하는데도 그걸 고려하지 않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데이트에 대한 부담을 지는 건, 결코 상대방을 ‘대접하는’ 게 아니라고 봐요.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는 사람도 당연히 ‘대접받는’ 게 아니고요. 님은 이미 ‘나는 네가 데이트 비용을 다 내는 게 불편하다’고 남자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계세요. 그 불편함이 쌓이면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없을 거예요. 연인관계에서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가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알고 그걸 배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남자친구가 다시 ‘여자’ 운운한다면, “왜?”라고 한 번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지요. “우리 두 사람의 데이트니까, 나도 너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고,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다”고 말이에요.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여학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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