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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내가 살고 싶은 집
<모퉁이에서 책읽기> 그 집은 나를 위한 집이 아냐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여성, 목소리들>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입니다.

 

 

사람들이 그냥 믿는 게 있다. 집은 행복한 곳이고 가족들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결혼과 연애는 아름다운 것이고 모든 이야기의 좋은 결말이라는 것이다. 또 있다.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고, 아직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집에 있어야 하며 가족이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 진술이라기보다는 가치 진술인데, 그 가치는 억압적인 통념이 된다. 현실의 실제 삶이 드러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이 행복하지 않고 가족들은 갈등하며, 살기 위해 일해야 하고, 집을 벗어나야 생존할 수 있는 청소년들. 그들의 이야기는 불편한 것으로 외면당해 버리기 일쑤이므로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이 나왔다. <그 집은 나를 위한 집이 아냐>(탈가정 청소년주거권 인터뷰프로젝트 지음,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 펴냄, 2014). ‘가출’이라는 말 대신 ‘탈가정’ 청소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집이라는 곳이 절대적인 곳이 아니고 혈연가족이 아닌 다양한 가구의 구성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는 뜻에서일 것이다. 11명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겪었던 집과, 거리에서 생존하는 지금과, 자신이 꿈꾸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한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는 거리에서 만났고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천역 앞 매주 저녁에 열리는 청개구리 밥차에서 밥을 먹으면서 말을 나누기도 했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청소년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는 지문처럼 뚜렷한 자신의 인생과 느낌이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이 텍스트는 통념에 젖은 이에게 충격을 줄 것이다. 그가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용감하고 처절하게 삶을 지키려고 하는지, 고통을 직시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알게 된다면 말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한가운데에 집이 있다. 떠나야 했던 집, 허락되지 않는 집, 무엇보다 절실한 지상의 방 한 칸.

 

지금이 조선이었다면 목이 날아갔겠지만, 지금은 우리 생각도 있고 프라이버시 존중도 필요하고, 청소년들이 자기 생각들을 하나씩 말하면 안 들어주는 부분도 있으니까, 너무 힘드니까 집을 나오는 거죠. (단미)

 

집을 나와서 갔던 데는 쉼터랑 모텔이랑, 노숙도 해봤고, 빌라 옥상 이런 데도 해봤고 다 한 거 같아요. 빌라 옥상 나가기 전에 문 있잖아요. 거기 있다가 주거침입으로 걸린 적도 있어요. (진우)

 

“어서 빨리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세요”가 아니라 “갈 곳은 있으세요?”를 물어야 해요. 지금의 탈가정 청소년 보호정책은 청소년을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없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가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없어요. (아리데)

 

이 책은 여러 계층의 청소년들이 폭력과 억압을 피해 집을 나오는 현실을 보여준다. 아빠가 변호사였지만 공부하라고 엄마한테서 맞다가 집을 나온 단미, 그가 원하는 집은 ‘안전하게 살고 밥 먹고 싶을 때 먹는 곳’이다. 아파트 계단에서 자다 입이 돌아갈 뻔하고 추위에 떨어도,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해’ 학대하는 집은 자신에게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여겨진다. “저는 많이 억압되어 있어요. 손목을 일일이 채우고 있으면 아프니까 좀 풀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지현은 아빠가 세 명이고 아빠는 술 먹고 와서 엄마를 때렸다. 엄마는 늘 피투성이었고 성적으로 학대당했다. 지현도 맞았고 강간을 당하기 직전, 집을 뛰쳐나왔다. 여자아이의 가출은 집과 길에서의 성적인 폭력과 착취의 문제, 젠더에 따른 상이한 경험과 맞물려 더 귀 기울여져야 한다. 인터뷰어는 잘 곳 없는 지현을 위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지만 남편이 아무나 데리고 집에 왔다고 호통을 쳐서 둘은 문밖에 쫓겨난다. “매일 밤 이들처럼 이런저런 사정으로 당장 잘 곳 없이 거리 위에 수많은 청소년들이 서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밤을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마음이 아득해져왔다.” 인터뷰어가 쓴 인간적인 이 문장은 읽다가 온몸이 저려왔던 부분이다.

 

정민은 가출하고 나서 ‘범죄를 시작했다.’ “가출하면 제일 힘든 게 돈이 없다는 거 같아요. 잠을 자든 밥을 먹든 뭐든 하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정민은 시급이 얼마 안 되고 대우가 낮은 알바 일을 포기하고 선배들과 연결되어 차를 털고 오토바이를 훔치고 폰을 뺏다가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친구들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꿈꾼다.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게 딱 하나 있는데, 일단 가출한 학생들이 배고파 가지고 밖에서 뭘 훔쳐 재판을 받을 때, 처벌을 많이 하기보다 돈을 줬으면 좋겠어요. 살아갈 수 있는 돈. 집을 구하거나 먹을 걸 먹을 수 있는 돈.”

 

성진은 “아무 집이나 상관없어요. 오래 살 수 있는 집이면.” 하고 말한다. 쉼터와 거리 생활을 반복하고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여긴 형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성진은 사람들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부모님과 살고 싶지만 만날 수 없다. “가출해도 배울 수 있는 건 따로 있는 것 같고, 집에서 있을 때 못 배운 게 있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못 배우는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 밖에 나와 살면 자립심도 생기고 그냥 먼저 사회생활을 하는 것뿐인데. 그거를 너무 선입견을 가지고 봐요.”

 

현석은 가출을 하고 나서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온 예지를 만나 둘이서 살았다. 한 건당 2천 원을 받는 배달 대행을 하면서 둘은 고시원에서 산다. 예지는 혼자 밥을 먹고 일하는 현석을 고시원에서 종일 기다린다. 현석은 오토바이를 타고 살기 위해 하루에 50여 건이 넘는 배달을 종횡무진 한다. 낮 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자기 노동으로 자립하고 싶지만 주어진 일자리는 많지 않고 그나마 위험한 것이다. 현석은 예지의 생존까지 지켜주고 싶어 한다. “솔직히 같이 안 살아도 되죠. 하지만 저 아이만큼은 포기 못하겠어요.”

 

이 책은 안정적인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집’에 대해 질문하며 청소년들이 어떻게 ‘허구적인 행복한 혈연 가족’이 아닌 자신의 또다른 ‘집’을 구성할 수 있을지 묻는다. 이들에게 ‘왜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살기 위해 ‘집’을 나온 이들이 거리에 엄연히 있고, 그들이 잊히고 방치되기를 강요당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앞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집’에 대해 새로운 상상을 하는 것, 청소년들이 노동하고 생존할 수 있는 토대를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거기에 그들이 있으니까. 어떤 통념과 훈계로도 바로 볼 수 없는 그들이, 폭력을 분별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탈출할 수 있는 힘이 아직 남아 있는 그들이 있으니까. 일자리와 집을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세상에서 다른 이의 집 앞에서 자고, 노동을 착취당하고, 돈을 얻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럼에도 그 것이 끝이 아니라 자기 삶을 끌어안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있으니까.

 

책의 뒤쪽에는 청년들이 집을 만들어가고 대안적인 쉼터를 모색하는 이야기가 덧붙어 있다. 청년주거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거주하는 공간을 스스로 꾸리는가 하면 자립팸 이상한 나라에서 실질적인 자립을 연습하며 공동거주를 한다. 이들의 모색은 시작이지만,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므로 그 의미가 크다.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청소년에게 대안적 공간을 마련해주고, 자립을 할 수 있게 하는 시도들이 사회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보호나 제한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와 경험의 장이 만나는 ‘집’이 세상 곳곳에 더 많이 생겨나기를 이 책은 꿈꾼다.   안미선 
 

* 이 책은 비매품이다. 펴낸이_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 http://facebook.com/modoodeul

  문의_ modoode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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