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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사귀는 방식에 대해 배우다
[사람, 그리고 노동의 기록] 생활예술모임 곳간 

 

 

※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노동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서 삶의 방식, 삶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박조건형> 

                  ▲  생활예술모임 <곳간> 공동대표이자 문학평론가인 김대성 씨.   © 박조건형 
 

부산에 있는 생활예술모임 <곳간>은 일상과 예술을 연결해 타인의 이야기와 삶을 경청하고 지지하며 각자가 가진 재능을 풀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모임이다. <곳간>의 공동대표 송진희씨와 김대성씨는 한 달에 한번 “문학의 곳간”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이나 시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김비 작가의 소설 『빠쓰정류장』이 초대를 받아서 함께 가게 되었는데, 작품을 세심하게 읽고 살펴주는 그 마음이 느껴져 진심으로 고마웠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에게 그의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작가에게도 큰 지지와 힘이 된다. 그 이후로 종종 “문학의 곳간” 시간에 참여했다.

 

“문학의 곳간”은 모임 시간이 길어질 때가 많다. 사귐의 시간, 작품에 대한 이야기 나눔, 한 문장 쓰기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여 상대의 삶과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니 3~4시간이 소요될 때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풀어내지 않고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경청하는 일은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품이 넓은 사람이 아니다 보니 관심 없는 사람의 이야기는 지루해하고 몸을 베베꼬는 편이다.

 

그런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끄럽고 미안한데, “문학의 곳간”에 처음 몇 번 나갈 때는 긴 모임의 형식이 힘들었고 그래서 몇 번 나가다가 ‘나랑은 맞지 않는 형식이구나’ 생각하고 가지 않았다.

 

그래도 페이스북을 통해 <곳간>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가, “문학의 곳간” 시간을 평일에서 토요일로 바꾸고 난 뒤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사람들과 천천히 만나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모임에 참석해보니, 내 조급함이 오히려 만남에 방해를 했구나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고 관계를 이어가는 일도, 서로를 알아가는 일도 어렵다. 내가 상대에게 마음을 적극적으로 준다고 해서 상대방도 그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마음이 있더라도 자주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관계를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 놓을 필요가 있더라.

 

생활예술모임 <곳간>은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작가나 어떤 작업물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고 그 결과물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정성을 다해 상대를 대하고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는 모습에, 그들의 진심이 느껴져 마음이 훈훈해진다.

 

<곳간> 사람들을 보면서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사귀고 알아가는 것을 배우게 된다. 조급함이 많은 나를 내치지 않고 만나는 순간순간 날 반겨주고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곳간이 참 고맙다. ▣ 박조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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