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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게, 서로 힘을 모으자!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데미 로바토 “Really Don't Care” 

 

-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  미국의 팝 가수 데미 로바토(Demi Lovato) 
 

‘힘 모으기’는 영어 단어인 임파워링(empowering)이라는 말로 더 많이 쓰이곤 한다. ‘임파워링’이라는 단어는 경영학을 포함하여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힘 모으기’란, 강요에 가깝거나 내셔널리즘을 동반한 ‘단결’과는 의미가 다르다. 여성주의에서 말하는 힘 모으기는 가부장적 형태로 사람들을 모아 소속감과 특정한 정신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서로 힘을 모으는 것에 가깝다. 삶을 계속 살아나갈 수 있도록 서로 지탱이 되어주는 걸 뜻하기도 한다.

 

여전히 사람들은 ‘힘 모으기’라는 단어를 써가며 우리가 왜 어려운 시기일수록, 어려운 위치일수록 힘을 모아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혹자들은 이제 ‘힘 모으기’라는 단어를 지겨워한다. 긴 시간 반복되어 온 이야기에 지친 사람도 있을 것이며, 실제와의 괴리감을 느끼거나 회의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힘을 모아야 하는가’ 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힘 모으기가 계속 이야기되는 이유는 그것이 하나의 화두나 의제가 아니라 우리 곁에 항상 붙어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롭다거나 지겹게 느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 일상 속에서 계속 가져가야 하는 작업이다.

 

퀴어 퍼레이드를 담은 “Really Don’t Care” MV

 

미국의 팝 가수 데미 로바토(Demi Lovato)는 2014년 5월 “Really Don’t Care”라는 싱글을 발표했다. 이 곡은 처음엔 이별 상황을 전제로, 쿨하게 연인을 떠나는 노래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좀더 ‘힘 모으기’를 할 수 있는 노래로 바꾸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really don’t care’(정말 신경 쓰지 않아)라는 가사를 붙였다.

 

데미 로바토는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형태로 이 사실을 전달한 바 있다. 곡은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었고, 팬들의 반응도 좋아서, 로바토는 콘서트와 투어에서 이 노래를 꾸준히 불렀다.

 

곡이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많이 비쳐졌다. 곡이 나온 뒤 한 달 후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는데, LA 프라이드 퍼레이드(퀴어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뮤직비디오는 호모포비아들의 피켓 시위와 데미 로바토의 LGBT 커뮤니티를 응원하는 발언, 그리고 퀴어 퍼레이드의 모습이 빠르게 교차하며 시작된다. 

 

          

* 데미 로바토 “really don’t care” (ft. Cher Lloyd) 뮤직비디오 보기 http://bit.ly/1o73Sep

 

데미 로바토는 이 뮤직비디오 외에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LGBT(성소수자들을 아울러 칭하는 용어)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때 말했던 것 중 하나가 ‘힘 모으기’이다.

 

데미 로바토는 디즈니와 계약한 팝 아티스트 중에서도, 특히 비슷한 세대 안에서 가장 성숙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곡을 직접 쓰고 부르는가 하면, 각종 투어 공연을 통해 가장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하는 멋진 사람이다.

 

‘데미 로바토가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모습은 그렇지만, 어린 시절엔 심각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집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섭식 장애와 자해 증상을 겪는 순간도 있었고, 극심한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집단 따돌림을 막는 사회단체의 홍보 대사를 맡아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시간이 지나 디즈니와 본격적으로 계약하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출연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연기는 점차 줄이고 음악 활동에 좀더 투자하고 있다. 

 

▲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는 데미 로바토 
 

데미 로바토 역시 한 가지 이슈에만 집중하고 있기보다는 사회의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집단 따돌림 문제, LGBT 인권 이슈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올해 LA 프라이드 퍼레이드 외에도 NYC 프라이드 위크에서 리드 퍼포머로 나섰다. NYC 프라이드 위크의 대변인은 ‘데미 로바토는 많은 아이의 역할모델인 동시에, 평등을 위해 사회 활동을 하고, 몸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말하며, 자신의 아픔을 드러낸 사람이다. 우리는 데미 로바토가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미 로바토는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밝힌다. 동시에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며 ‘주님은 모두를 사랑하신다’고 말하는, 어린 나이지만 당찬 팝 스타다.

 

그는 직접 곡을 쓰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악기를 배우고 노래를 익혔던 만큼 기본기에서 탄탄하다. 한때는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OST를 모두 혼자 소화해낸 적도 있다. 지난해 발표했던 앨범 [Demi]는 매체마다 평가가 조금씩 갈리기는 했지만,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 팝 락과 틴 팝의 경계에 있어서 호불호가 나뉘는 점도 있다. 한편으로 평론계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보니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본인도 그러한 이야기들을 의식했는지 올해는 음악 작업과 라이브 활동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글을 끝으로 ‘한 곡 들여다보기’는 막을 내린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글을 쓰면서 얻은 것과 배운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예민한 내용을 잘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많이 느끼는 만큼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싶었다. 더 좋은 글, 혹은 더 좋은 연재로 돌아오고 싶다. 부족한 글의 독자가 되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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