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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맘, 베트남 고유의 맛을 지키는 사람들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대나무 배(Bamboo Boat)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대나무 배 (Bamboo Boat) 소개

 

2013년 창립된 <대나무 배>는 베트남 중부 꽝찌성에서 전통 방식으로 늑맘(nuoc mam. 한국의 멸치액젖 같은 생선 소스)과 새우젓, 파파야 피클 등을 생산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어 유통되는 늑맘과 달리, 화학 첨가물이나 방부제, 색소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또 신선한 재료만 엄선해 꽝찌성 특유의 전통 제조 방식으로, 늑맘 고유의 맛과 풍미를 고수하고 있다. 수익금의 5%는 꽝찌성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지역에 환원된다.

 

화학 첨가물로 맛을 내는 ‘늑맘’ 유통 시대에

  

▲ <대나무 배>의 사장 다오 티 항. 베트남에서 ‘늑맘 박사’로 불린다.  © 아맙 
 

한국에 간장, 고추장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늑맘(nuoc mam)이 있다. 베트남 요리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늑맘은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투명하고 붉은 빛깔의 소스다.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월남 쌈이나, 베트남식 부침개라 할 수 있는 ‘반쎄오’, 튀김만두 ‘짜조’, 샤브샤브 ‘러우’ 등을 먹을 때면 빠짐없이 늑맘이 식탁에 올라온다. 우리의 간장처럼 보통 음식의 간을 맞출 때 사용하지만, 밥이나 빵에 뿌려 먹는 등 늑맘의 용도는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늑맘이 화학 첨가물로 맛과 향을 내는 공업식 늑맘이다. 천연 재료만 사용해 만든 전통 늑맘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아맙>은 늑맘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대나무배>의 사장 항 씨를 만났다. 호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전도 유망한 재원이, 박사 과정 장학금도 포기한 채 고국으로 돌아와 ‘늑맘 박사’가 되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늑맘 향을 따라 걸어오니 <대나무 배>의 연두색 간판이 눈에 띄더군요. 오래간만에 구수하고 진한 늑맘 향을 맡을 수 있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다오 티 항(대나무 배 사장. 이하 ‘항’): 구수하다고요? 정말 그렇게 느끼셨어요? 요즘 사람들은 늑맘 냄새에 코부터 틀어막는데요. (웃음) 어린 시절 제 고향에는 집집마다 구수한 늑맘 냄새가 풍겨나곤 했지요. 그런데 요즘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달달한 늑맘이 식탁을 지배해버렸죠. 늑맘 특유의 냄새도 거세되어 고유의 맛뿐 아니라 향까지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고향의 맛이 그리웠던 베트남 유학생의 연구

 

수정: 기업 이름이 <대나무 배>(Bamboo Boat)입니다. 늑맘을 만드는 기업과 대나무 배가 어떤 연관이 있나요?

 

항: 베트남어로 ‘투옌 난’(Thuyen Nan)이라는 전통 배가 있어요. 고대부터 오랜 세월 베트남의 강과 바다에서 어부들이 주로 사용한 배인데요. 전통적인 베트남 수상 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죠. 오래된 대나무 껍질로 배의 몸체를 만들고 진흙을 발라 만든 배인데,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점점 그 자취를 잃어가고 있어요.

 

베트남의 어부들은 그 대나무 배를 타고 생선이나 새우를 잡았고, 그것을 재료로 만든 것이 늑맘이죠. 그래서 대나무 배와 늑맘이 베트남의 대표 문화 유산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기업의 이름을 <대나무 배>라고 지었습니다.

 

수정: 항 씨는 지금은 청년 사회적 기업인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굉장히 가난했다고 들었습니다.

 

항: 저는 베트남 중부 꽝찌성의 가난한 어촌 마을에서 일곱 남매 중 장녀로 자랐습니다. 한 달 생활비 25달러가 없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어요.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지만 학비 때문에 대학에 갈 엄두를 낼 수 없었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다른 친구들처럼 벽돌 공장이나 새우 양식장에서 일하게 되겠구나 체념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내 미래가 너무 암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부모님 몰래 대학 시험을 준비했고, 결국 후에의 농업대학교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는데, 여전히 학비 걱정으로 혼자 끙끙 속병을 앓아야 했죠.

 

그때 정말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어요. <뚜오이쩨> 신문과 호치민시에 있는 꽝찌성 기업인협회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에요. <뚜오이쩨> 신문사의 차를 타고 후에로 장학금을 받으러 가던 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그때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받은 이 은혜를 다른 누군가에게 꼭 돌려주겠다고. 나의 후배들에게. 나의 동생들에게….

 

수정: 그럼, 언제부터 늑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요?
 

▲ 다오 티 항. 호주 박사 과정 장학금도 포기하고 고향에 돌아와 늑맘의 참 맛을 전하는데 청춘을 바치고 있다.  © 아맙 
 

항: 대학을 졸업한 후에 장학금을 받아서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친하게 지낸 한국인 유학생 언니가 있었는데요, 종종 저에게 김치를 가져다 주곤 했죠. 그 언니는 김치로 볶음밥도 하고, 찌개도 끓이고, 비빔국수도 만들고, 정말 못하는 요리가 없었어요.

 

저도 언니의 김치와 같은 것을 알고 있었죠. 고향에서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던 늑맘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런데 호주에서 구할 수 있는 건, 공장에서 생산된 늑맘 뿐이었죠. 먹으면 단맛이 강하고, 화학 조미료 때문에 혀가 지릿지릿 아린 듯하고 한없이 물을 들이켜야 했죠.

 

유학 생활이 길어질 수록 늑맘에 대한 향수도 깊어갔는데요, 그럴 때면 인터넷 검색 창에 ‘늑맘’하고 쳐보곤 했어요. 처음엔 그저 구글링 정도였는데, 점점 늑맘에 깊이 빠져들게 된 거예요. 친하게 지내던 언니의 ‘김치 사랑’에 자극을 받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늑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늑맘의 역사, 제조법, 맛과 효능, 전통 늑맘과 공장식 늑맘의 차이 등등. 늑맘은 타지 생활을 하는 제게 늘 그리운 어머니였고, 고향이었고, 조국이었지요.

 

베트남 사람들에게 늑맘은 ‘베트남의 혼’과 같아

 

수정: 호주에서의 전공이 ‘지속 가능한 발전학’이던데요?

 

항: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의 공동체 발전센터에서 2년간 일을 했는데요. 일본 교토대학의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어, 일본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어요. 교토는 물론 인근의 농촌 마을들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일본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노력을 엿보게 되었죠. 특히 지역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깡촌 출신의 제 머릿속에는 도심 속에 우뚝 솟은 빌딩숲, 반듯하게 구획된 대규모 공업 단지, 넓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 등이 ‘발전’의 이미지로 박혀 있었는데, 그런 제 인식에 변화가 생기는데 큰 영향을 미쳤지요. 제 관심사가 내 고향, 베트남의 농촌 마을로 향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그리고 유학의 기회가 왔을 때 전공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학’을 선택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지요.

 

수정: 늑맘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창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나요?

 

항: 베트남에 귀국한 후, 꽝찌성의 특색과 문화를 보존하는 연구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늑맘을 첫 번째 핵심 아이템으로 삼았죠. 처음엔 이 모임을 NGO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었어요. 늑맘을 연구하기 위해 꽝찌성에서 늑맘으로 소문난 집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 다녔죠.

 

어느 날 한 집을 방문했는데, 남편은 고기잡이 나갔다가 태풍에 휩쓸려 세상을 떠나고 아내 혼자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어요. 큰아이는 정신지체였고 둘째는 아직 갓난아기였죠. 마침 설 연휴였는데 설음식은커녕 밥도 없어 세 식구가 배를 쫄쫄 굶고 있더라고요. 그 집을 나서면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일단 급한 대로 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그 집의 늑맘을 팔아주는 일부터 시작한 거예요. 꽝찌성에서 대대로 늑맘을 가업으로 이어온 사람들의 형편도 그 집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전통 방식으로 늑맘을 생산하는 여성들의 재정적 자립을 돕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고민하게 되었죠. 그것이 결국 <대나무 배>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거고요.

 

수정: 그렇다면 처음부터 <대나무 배>를 일반 기업이 아닌 사회적 기업으로 창업하신 거였군요.

 

항: 베트남에는 아직 사회적 기업에 관한 법제가 없어요. <대나무 배>도 처음에는 일반 기업으로 설립했죠. 그러다 늑맘 생산 판매 회사인 <대나무 배>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자, 베트남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CSIP)에서 먼저 저를 찾아왔어요. 덕분에 저는 사회적 기업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었죠. 또 <대나무 배>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사회적 목적과 지향을 보다 뚜렷이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창업 초기였는데, CSIP로부터 물질적 정신적 지원도 받을 수 있었고요.

 

   ▲ 신선한 재료를 구하려고 생산자들과 함께 뛰는 항. 늑맘을 만드는 사람들은 30-50대 여성들이다.   © 아맙  

 

수정: 베트남에서 ‘늑맘 박사’로 불리고 계신데요. 늑맘 전문가에게 묻고 싶네요. 베트남 사람에게 늑맘이란 무엇인가요?

 

항: 베트남 사람들에게 늑맘은 ‘국혼’(國魂) 또는 ‘국수’(國粹)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늑맘이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어요. 그러나 중국의 사서에도 베트남 사람들은 간장이 아닌 늑맘을 먹는다는 얘기가 수없이 등장하고 있고요. 17~18세기에는 늑맘이 태국, 말레이시아, 유럽으로 수출되었다는 기록도 있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늑맘이 베트남 고유의 전통 발효 식품이고,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늑맘은 주로 강가나 바닷가의 어촌 마을에서 대대로 여인들이 만들어 왔어요. 제 유년의 기억에도 아버지는 강에서 고기를 잡고 어머니는 민물새우로 늑맘을 담그던 모습이 흑백 사진처럼 남아있어요. 겨울철에는 날씨가 추워서 고기잡이를 할 수가 없었는데, 늑맘은 가난한 우리 가족이 겨울을 나는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죠.

 

베트남의 모든 음식에는 늑맘을 넣을 수 있고요, 베트남 요리의 독특한 풍미는 바로 늑맘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가난한 시절을 늑맘의 힘으로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한국의 식탁에 김치가 빠질 수 없듯이, 베트남 사람들의 식탁에는 늑맘이 빠질 수 없답니다.

 

청정해역, 꽝찌성의 햇볕, 라오바람이 만든 ‘맛’

 

수정: 맛있는 늑맘의 비결은 뭔가요? 꽝찌성에서 생산된 <대나무 배>의 늑맘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항: 늑맘의 맛은 생선의 신선도와 햇빛, 그리고 발효 기간이 좌우합니다. 베트남에서는 북부의 깟바섬과 남부의 판티엣, 푸꾸웍 섬 등이 유명한데요, 꽝찌성도 늑맘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베트남 북부와 남부의 해안은 각각 홍하 강과 메콩 강으로부터 유입된 충적토와 부산물로 영양분이 풍부한 반면, 바닷물이 탁한 편입니다. 꽝찌성이 위치한 중부 해안은 강을 통해 유입되는 충적토가 적어서, 물이 맑은 청정해역으로 불리지요. 이곳 어류들은 먹이를 찾아 활동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살이 단단하고 내장에 쌓인 진흙도 적어요. 한국이나 일본의 수산물 업자들이 하띤성에서 꽝남성 구간의 베트남 해역에서 잡은 어류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꽝찌성은 바로 그 청정해역의 한가운데 있죠.

 

또한 늑맘을 발효시키는 데는 뜨거운 햇빛이 필수적인데요, 꽝찌성의 햇볕은 그야말로 정신 줄을 놓아버릴 정도로 뜨겁거든요. (웃음) 게다가 4월부터 9월 사이에는 쯔엉선 산맥에서 불어오는 고온 건조한 바람인 라오바람이 불어와, 늑맘 숙성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무엇보다 꽝찌성의 어촌 마을에는 집집마다 전해 내려오는 고유의 늑맘 제조 비법이 있죠. 베트남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최고의 늑맘이라고 자부합니다.

 

수정: 늑맘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항: 현재 꽝찌성에서 열두 가구가 <대나무 배>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대부분 30~50대의 여성들인데요.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면서 늑맘을 만들고 있죠. 대대로 이어오는 전통 비법으로 늑맘을 제조합니다. 일절 화학 조미료나 방부제, 색소 등을 쓰지 않고요, 순수하게 자연의 힘만 빌리지요.

 

대부분은 어려운 형편임에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이에요. 잠시도 몸을 놀리지 않고 들로, 바다로 일을 나가면서도 집에서는 또 늑맘을 만들어요. <대나무 배> 수익금의 5%를 꽝찌성의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 장학 사업에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분들의 유일한 희망이 바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수정: <대나무 배> 늑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항: 최근 화학 조미료 남용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미각에도 변화가 일고 있지요. 솔직히 말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많이 엇갈리고 있어요. 달짝지근하고 조미료 맛이 강한 공장식 늑맘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진한 늑맘 냄새를 고약하다고 느끼기도 하거든요. 서양식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도시권의 젊은 세대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합니다.

 

게다가 우린 전통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늑맘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많이 밀리지요. <대나무 배>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과 맛 그리고 품질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 하나로 지금껏 버텨왔어요.

 

전통 늑맘에 익숙한 노년층보다는 역으로 어린 아이들의 입맛부터 잡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고요. 인체에 유해한 화학 성분이 전혀 없는 천연 늑맘, 친환경 늑맘이라는 인식이 서서히 소비자층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자연의 맛으로 소비자를 끌어올 거예요
 

▲ 수익금의 5%를 꽝찌성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한다. ©대나무 배 
 

수정: 지난 2년간 <대나무 배>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젠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항: 여전히 고전하고 있지요. 제가 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어요. 창업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전통 방식으로 늑맘을 제조하다 보니 균질한 품질의 늑맘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소비자들로부터 반품, 교환, 환불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죠.

 

아직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산지인 꽝찌성과 직영 매장이 있는 호치민시를 수없이 오가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죠. 불과 닷새 전만 해도 꽝찌성에서 늑맘과 씨름하고 있었어요. (웃음)

 

하지만 창업 2년만에 전국 27곳의 대리점에서 <대나무 배>의 늑맘, 새우젓, 파파야 피클 등이 판매되고 있고요, 생산자들도 전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생산자들이 고른 수익을 통해 생활의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게, <대나무 배>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아직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요. 그래도 제가 스무 살 때부터 꿈꿔왔던 장학 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니, 이미 절반쯤 성공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제 자신을 다독여요.

 

수정: 전통 늑맘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앞으로 <대나무 배>를 키워갈 비전이나 포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셔도 좋고요.

 

항: 예전에는 딱히 꽝찌성의 특산물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었는데요. 최근엔 꽝찌성을 방문하면 선물로 <대나무 배>의 늑맘이나 새우젓을 대량 구입해가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요. 사람들이 늑맘 하면 판티엣, 푸꿕 섬을 떠올리는 것처럼, 우리 <대나무 배>의 늑맘을 꽝찌성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어요.

 

또한 우리 늑맘의 참 맛을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공장식 늑맘은 못 먹겠다는 고객층도 두터워지고 있지요. 특히 파파야 피클은 주문이 밀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요. 조만간 쿱마트(Coopmart), 롯데마트 등에도 입점할 예정입니다. 올해 안으로 백 개의 대리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중의 입맛을 따라갈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베트남 고유의 맛으로 소비자들을 끌어올 생각이에요. 요즘 베트남도 친환경, 유기농, 토산물 등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거든요. 베트남의 땅에서 베트남의 자연을 담은 우리의 음식이 있는 곳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기록 정리: 권현우(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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