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밥과 옷, 그리고 장애인의 자유를 위해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다나쩨 DANATRE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다나쩨(DANATRE) 소개

 

1993년 베트남 중부 다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죽공예품 생산업체에서 시작하여, 1997년에는 다낭시 시각장애인협회에 소속된 ‘죽공예품 생산판매 직업훈련센터’로 출범하였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수공예와 마사지 직업 훈련을 운영하고, 일자리를 제공한다. 2012년에는 유한책임회사 <다나쩨>로 등록하여 보다 전문적으로 생산, 판매를 해오고 있다.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등지에 수공예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장애인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와 센터를 설립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사업도 계속 추진 중이다. 

 

             ▲  <다나쩨>는 다낭에서 20년 넘게 장애인들과 함께 수공예품을 생산하고 있다.   © 아맙 
  

베트남 장애인의 25%는 ‘전쟁 피해’가 원인

 

2013년 기준 한국의 장애인 인구 비율은 4.9%이다. 그렇다면 베트남은? 7.5%에 달한다. 작년 9천만 명을 넘어선 베트남 인구 중에 670만 명이 장애인인데, 이들 중 25%는 전쟁의 피해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전체 장애인 가운데 ‘생산 가능 연령층’ 비율은 60%.

 

4년제 대학을 나온 졸업자들도 취업이 어렵다는 요즘,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될 법하다. 운 좋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장애인들은 집을 나서는 시점부터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특히 대중교통이 잘 발달하지 않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장애인 노동자들이라면 ‘출퇴근’이라는 고달픈 난제가 매일 반복된다.

 

일터에서도 비장애인들보다 두세 배의 구슬땀을 흘려야 하는데, 그럼에도 일자리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베트남 중부의 대표적인 도시로 꼽히는 다낭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죽공예품을 생산하고 있는 <다나쩨>(DANATRE)를 <아맙>에서 만나보았다.

 

우리에게 일자리는 ‘자유를 확장한다’는 의미죠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얼마 전 꽝남성의 누이탄현에 있는 죽공예 합작사 <어우꺼>를 방문해 인터뷰했는데요, 이번에 다낭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다나쩨>를 찾았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쩐 비엣 린(다나쩨 사장. 이하 ‘린’): 원래 베트남 중부에서도 꽝남성과 꽝아이성은 죽공예품 생산으로 아주 유명한 지역이죠. 저도 물론 <어우꺼> 합작사를 알고 있고요. 우리는 다낭에서 20년 넘게 죽공예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수정: 20년이면 <다나쩨>도 <어우꺼> 못지않게 긴 역사를 갖고 있네요.

 

린: 1993년에 다낭의 장애인들이 죽공예품을 생산하는 작은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어요. 1997년이 되어서야 다낭시 인민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아, 다낭 시각장애인협회 소속의 ‘죽공예품 생산판매 직업훈련센터’로 거듭나게 되었지요. 그 후 10년이 지난 2008년에 다낭시 노동청으로부터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훈련 시설로 인가를 받아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별도의 법인으로 유한책임회사 <다나쩨>를 설립하게 되었죠. 장애인 시설이 아닌, 정식 회사를 설립해 생산 라인을 보다 전문화하고 우리가 생산해낸 제품을 <다나쩨>라는 상호를 통해 국내외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름이 귀엽고 친근하게 들리지 않나요? (웃음)

  

              ▲  <다나쩨> 사장 쩐 비엣 린.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 아맙  

 

수정: 한국 사람이 듣기에도 친근하네요. 발음하기도 쉽고요. (웃음)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1층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다나쩨>에는 모두 몇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나요?

 

린: 현재 5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요, 그 중 24명이 장애인입니다. 사실 예전엔 훨씬 더 많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마사지사를 선호해서, 그 수가 줄었지요.

 

우리 회사는 이쑤시개와 젓가락, 수수 빗자루와 같은 생활용품, 등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사무용품과 죽공예품 등을 생산합니다. 우리들이 한마음으로 만든 제품들은 베트남은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등지에 수출되고 있죠. 노동자들의 월 평균 급여는 100달러 정도고요, 사회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장애인을 위한 복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나쩨>에는 총 세 개의 공장이 있는데요. 오늘 방문하신 곳은 제품을 포장하고 보관하는 물류공장이죠. 지금 이 건물은 다낭시 인민위원회에서 부지를 제공받아 미국 오클랜드의 아시아 지원단체인 <East Meets West>의 기금으로 세워진 것입니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는 단순히 밥과 옷의 문제가 아니에요.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스스로 영위할 수 있는 자유를 확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나쩨>는 장애인들의 직업 훈련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업 알선과 직접 고용을 통해 경제적 자립까지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장애인 노동자는 1시간 적게 일한다

 

수정: <다나쩨>에서 진행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린: 2008년이 되어서야 직업 훈련 시설로 정식 인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1993년에 센터 설립 직후부터 수수 빗자루, 등나무 바구니, 등나무 천, 그리고 사무용품 등을 만드는 직업 훈련 교실을 운영해왔어요. 물론 당시엔 대부분의 경비를 센터에서 자체 충당해야 했지요. 2002년부터 시 예산으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직업 훈련의 규모도 커지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져서 죽공예품, 수수 빗자루뿐만 아니라 마사지, 컴퓨터 교육까지 진행해왔죠.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통계를 보면, 우리 센터에서는 20개의 직업 훈련 교실을 개설해 521명(연인원 953명)의 장애인 훈련생이 참여한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훈련생의 80% 정도가 취업에 성공했고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습니다. 일부 훈련생들은 집에서 가내수공업 형태로 일하기도 하고요.

 

수정: 장애인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린: 장애인 노동자들은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해 비장애인들보다 1시간 적은 하루 7시간 노동을 합니다. 집에서 가내수공업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는, 생산물량에 따라 임금을 계산하는데요. 예를 들어 비장애인 노동자가 제품 하나당 80동을 받는다면 장애인 노동자는 20% 추가해 100동을 받죠. 일종의 수당 같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또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무료로 원자재를 나눠 주고, 그들이 제품을 생산해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아쉬워

 

수정: 지난 20년간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 훈련 센터를 운영해오다가 최근에는 <다나쩨> 회사를 설립해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계신데요. 센터를 운영하는 것과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텐데, 사업상 어려움은 없나요?

 

린: <다나쩨>에서는 비장애인 한 명이 하는 일을 장애인 두세 명이 진행합니다. 또 생산 과정에서 원자재나 제품의 손상율도 높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사회적 기업이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 한 명이 하는 일을 장애인 두세 명이 함으로써, 더 많은 장애인에게 사회적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일반 기업과 같이 이윤 창출과 자본 축적이 어려운 우리 같은 사회적 기업이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죠. 기업의 노력은 물론이고, 정부의 정책 지원과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공공의 이익에 공감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후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비영리기구인 센터의 경우 정부 예산으로 직업 훈련 교실이 운영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일례로 <다나쩨>는 장애인들을 위한 소규모 생산업체라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렵답니다. 대신 ‘사회 정책 은행’(Vietnam Bank For Social Policies)에서 대출이 가능한데, 단 하나의 프로젝트만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게다가 장애인 일인당 500달러밖에 지원하지 않죠. 때문에 우리는 더 높은 이자를 주고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로부터 1만 달러, 일본의 한 단체로부터 5만 달러를 대출받았지만, 여전히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노동자들이 회사의 주식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출자를 받아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나쩨>와 같이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부족한 게 참 아쉽죠.
 

           ▲  <다나쩨>는 장애인의 일터 뿐 아니라 쉼터, 나아가 삶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 아맙  

 

교통사고 위험 높은 장애인을 위해 기숙사를…

 

수정: 헌데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장애인 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를 건립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린: 2012년 다낭시 노동청의 통계 자료를 보면, 현재 다낭시에만 약 9만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습니다. 그 중 노동 가능 연령층에 속하는 약 1만 명이 직업 훈련 교육이나 일자리 창출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20년간의 활동을 통해, 센터는 베트남 중부와 서부 고원지대의 많은 성에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해왔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제품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죠. 다행히 2012년에 센터가 다낭시 인민위원회로부터 16,870m²의 부지를 장기 임대 받아 공장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이에 따라 2017년까지 노동자 수를 3백명으로 늘리고 그 중 절반을 장애인 노동자로 고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장애인 노동자 대부분은 거동이나 이동이 불편해서 출퇴근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게다가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도 훨씬 높지요. 그래서 <다나쩨>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확대한다는 계획과 함께 기숙사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작년 말 다낭시 인민위원회에 기숙사 건립 프로젝트 지원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제출해놓은 상태고요, 장기적으로는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센터를 만드는 일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뿐 아니라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죠.

 

더 이상 좌절하지 않는 이유

 

수정: 지금의 <다나쩨>가 있기까지 2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수많은 실패와 좌절도 경험했을 텐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린: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죠. 저에게는 동갑내기 시각장애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일하고 싶은데, 앞이 보이지 않으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죠. 또 소득이 없으니 가족에게 더부살이 해서 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절망적인 청년기를 보낼 때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에요.

 

몇 달 동안 취업을 해보려고 종일 다리품을 팔고 다녔지만, 어디서도 장애인을 받아주지 않아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던 어느 날이었죠. 그 친구가 제 어깨를 툭 치며 말했습니다. “까짓, 장애인이라고 아무도 고용해주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일터를 만들면 되지!”

 

그때부터 그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지금의 센터를 만드는 일에 뛰어든 것이에요. 그런데 센터 개장 한 달여를 앞두고, 점심 시간에 동료들과 강에서 수영을 하던 그 친구가 익사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온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 친구가 꾸었던 마지막 꿈을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결국, 절망에 빠진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그 친구였던 거예요.

 

장애인들에게 일터는 생계를 위한 수단만이 아닙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도 해요. 그동안 <다나쩨>를 통해 배우자를 만나고 가정을 꾸린 사람들도 40여명 정도 된답니다. 지체장애인 남편이 시각장애인 아내의 눈이 되어주고, 아내는 남편이 손발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장애인 가족들을 보면서, <다나쩨>를 일터뿐 아니라 쉼터, 나아가 삶터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죠.

 

20년 전 세상을 떠난 그 친구와 함께 꿈꾸었던 일이 단지 꿈이 아니었음을,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언젠가 현실이 된다는 걸 이젠 압니다. 그러기에 실패는 있어도 더이상 좌절은 없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외국어로 이야기한다는 것

 

외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몸짓이나 손짓 등 제스처가 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 있는 <다나쩨>의 사장 린은 시각장애인이다. 서로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입 모양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외국어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게다가 그의 핸드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사장의 결재를 받으려는 직원들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린 씨는 급한 전화에 응수하기도 하고, 서류에 사인을 하고, 간간이 업무 지시를 내리는 와중에 인터뷰를 했다. 그럼에도 그의 귀에 불편했을 외국인의 발음을 어떻게 그리 잘 알아듣는지, 인터뷰의 맥락도 놓치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뷰이의 시선을 끌지 못해 당혹스러워하고 중간중간 대화가 끊길 때마다 다시 질문할 타이밍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건 우리 쪽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다낭시 장애인 통계 자료와 <다나쩨>의 사업계획서, 기숙사 건립 프로젝트 제안서 등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외국어 사용자에 대한, 모국어 사용자의 배려였다▣ 권현우(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