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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부터 80대까지 ‘캉캉모리’에서의 삶
거주자들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콜렉티브 하우스
주거 공간을 공유하면서, 혈연과 무관한 식구(食口)들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양육이나 간병도 함께해나가는 공동주택 ‘콜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가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최초의 콜렉티브 하우스로 지어져 올해 11년차를 맞이하는 도쿄도 아라카와구의 ‘캉캉모리’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본어 ‘캉캉’은 ‘쾅쾅’, ‘쨍쨍’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 의태어이고, ‘모리’는 ‘숲’이라는 뜻이다. 즉, 캉캉모리는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숲’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캉캉모리에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삶의 방식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육아를 하면서도 숨이 막히지 않아요”
캉캉모리는 고령자 시설과 보육원이 함께 입주해 있는 12층 건물의 2층과 3층에 있다. 공동생활을 하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와는 달리, 이곳의 거주자들은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시간과 공간의 일부를 공유하는 ‘콜렉티브-하우스’ 형태로 생활한다. 공용 주방과 식당, 게스트 룸 등이 있으며, 이곳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도 거주자들의 몫이다.
▲ 공동 주방에서 거주자들이 요리하는 모습. © 사진 제공 - 콜렉티브하우스 캉캉모리
1세부터 80대까지로 다양한 연령층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중 성인이 36명이고 18세 이하가 13명이다. 거주자들은 일주일에 몇 번씩 희망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동식사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한다. 공동식사는 월1회 당번제로, 거주자 몇몇이 날을 정해 함께 음식을 만든다.
이토 유미코 씨(39세)는 분리형 원룸에 살면서 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현재 출산휴가 중인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 그만큼 캉캉모리의 공유 공간을 자주 이용한다.
“항상 집에 누군가가 있고 말을 걸어주니, 육아를 하면서도 숨이 막히지 않아요.”
월례회, 청소당번 외에 담당조가 있다. 이토 씨는 이벤트조와 커먼-밀(공동식사)조 담당이다. 주방청소 당번을 결정하거나 조미료를 조달하는 일도 맡고 있다. 요즘은 11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바쁘다. 이곳에는 역할 별로 총 18개의 조가 있는데, 세대 단위가 아니라 개인 별로 맡게 되어 있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에게 전부 맡겨버리는 일은 없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 캉캉모리 2층 평면도. © 일러스트 제공 - 콜렉티브하우스 캉캉모리
일본의 여성주의 신문 <페민>의 회원인 시노다 아츠코 씨(72세)는 캉캉모리가 설립된 당시부터 거주하고 있다. 어머니가 요양 시설에 입소했는데, 우연히 같은 건물에서 간병이 필요한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는 장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노다 씨는 바로 입주예정자 회의에 참가했다.
이웃에 무관심한 일반 다세대 주택들과는 달리, 여자 혼자 살아도 불안하지 않게 마음 편히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건물 안에서 만족하지 말고, 지역에도 더욱 열리고 관계를 맺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시노다 씨의 바람이다.
최근에는 캉캉모리 전체가 지역의 주민자치 조직인 초나이카이(‘초’는 한국의 ‘동’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단위)에 가입했다. 또 마을 축제에도 참가하며, 지역 사회와 보다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이곳에는 원룸, 가족용 방 외에도, 다른 사람과 방을 공유하는 셰어룸(share room)도 하나 있다.
캉캉모리의 월세는 7만~14만엔대. 고용이 불안정한 비혼 여성이나 싱글맘에게는 녹록하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서로 알고 지내는 안전함과 안도감 등 삶의 질을 고려하면, 같은 값의 일반 월세 다세대 주택들보다 득이 되는 면이 많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주눅들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거주자들 스스로 삶의 방법을 모색해가는 콜렉티브-하우스에서 미래의 주거 방식의 힌트를 얻는다. ▣ 우메야마 미치코 ※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여성신문 <페민> 제공 기사. 고주영 번역.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일다 트위터 twitter.com/ildaro 영문 사이트 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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