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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작사, 그 여자 노래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효민 “Nice Body”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요즘 가요를 듣다 보면 가끔씩 속된 말로 ‘핀트 나간’ 표현들을 듣게 된다. 예술에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려 하는 건 아닌데, 예술로서도 그 가치가 떨어지고 듣기에도 거북한 곡들이 있다.

 

작품이 크게 이야기할 가치가 없을 때는 굳이 다루지 않고 그 시간에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화두를 꺼내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주에 발표된 효민의 “Nice Body”라는 곡을 듣고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왜냐하면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보았고, 효민 정도면 ‘나쁜 여자’ ‘섹시한 여자’로 이미지 변신을 하고자 할 때 뻔한 설정이 아니라 전복적이거나 혹은 ‘더 센’ 컨셉을 거뜬히 소화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효민의 첫 솔로 프로젝트 “나이스 바디” 

 

▲   효민의 “Nice Body”  공개 티저 
 

이 곡은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효민의 첫 솔로 프로젝트이며, 가요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가 만들었다. 티아라는 2009년 데뷔하여 지금까지 활동 중인 그룹이다. 이 곡을 작사, 작곡한 용감한 형제는 지금까지 많은 아이돌 가수에게 곡을 주며 히트송 메이커라 불리는, 최고 주가를 달리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가사를 쓴 사람과 실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다를 때 화자를 누구로 둔 것인지 애매한 경우들이 있는데, 이 곡에서도 작사가와 가수의 의도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궁금해진다.

 

독하게 예뻐져서 다들 나를 무시하지 못하니 너는 나를 사랑하라는 이야기, “꿈 속의 왕자님은 분명히 나타날 거예요”, ‘여자라면/ 남자라면’으로 시작하는 가정들까지, 남과 여의 이분법적이고 의존적인 관계를 다룬 표현에서 작사를 남성이 하고 노래를 여성이 할 때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남자라면 한번쯤 야한 생각을 해요.” 라는 표현을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독하게 살아가 / 아픈 것도 모두 참고 난 예뻐질 거야”라는 부분은, 여성 화자가 몸의 주체성을 잃는 것에 대한 ‘반어법’적 표현이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말 그대로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몸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 불편한 곡의 성격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이 뮤직비디오이다. 뚱뚱한 모습이 나올 때 어두운 조명을, 마른 모습이 나올 때 밝은 조명을 쓰고, 신체 사이즈가 적힌 의상은 세간의 기준에 부합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비주얼로 등장한다. 지나치게 일차원적인 표현 방식이다.

 

어디까지가 부른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일까

 

이 곡을 긍정적으로 평한다면, “Nice Body”는 파격적인 의상과 비주얼을 통해 효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솔로 프로젝트로, 용감한 형제가 지원 사격한 곡이다. 케이팝 특유의 ‘핫하다’고 불리는 맥락을 보유하며, 효민은 이 곡을 통해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풀어낸 동시에 자신의 섹시함을 선보였다.

 

이 곡은 용감한 형제가 그간 선보였던 음악 구성 방식들을 모아놓았다. 허밍, 오르간 사운드, 힙합 드럼, 심플한 악기 구성은 용감한 형제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특징이다. 특히 몇 년째 타이틀곡에서 선보인 허밍은 이번 곡의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악기 간 밸런스도 좋은 편이다.

 

귀에 익숙한 루프의 활용과 멜로디를 적당히 비틀어놓은 점, 깔끔하게 떨어진 트랙도 용감한 형제의 장점이다. 효민 역시 이 곡이 가진 느낌을 무리 없이 잘 소화했고, 팝 음악으로서 나쁘지 않은, 어쩌면 꽤 잘 나온 곡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편한 가사 역시 용감한 형제가 꾸준히 선보여왔던 특징 중 하나이다. AOA라는 걸그룹의 “짧은 치마”에서 ‘나는 섹시해서 당당한데 넌 왜 나를 무시하냐’는 내용, 걸그룹 포미닛의 “살만찌고”에서 ‘니가 떠나가서 살만 찌고 죽겠다’는 이야기 등이 효민의 “Nice Body”에 와서 절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대체 이러한 맥락은 어디까지가 부른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고, 또 어떻게 구성되는 것일까?

 

이런 곡은 통속적인 가요일 뿐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며, 심지어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면 할 말이 없다. 또, 충분히 사랑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령 내가 꽉 막힌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지라도, 여성아티스트들이 주체로서 목소리를 전달하는 가요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상당히 아쉽다. ▣ 블럭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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