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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흑인 살해, 매듭을 끊어야 한다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J. Cole – Be Free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 운영진입니다. ▣ 일다 www.ildaro.com
마이클 브라운 사건의 여파
▲ 마이클 브라운 사건 후 제이콜(J. Cole)이 발표한 “Be Free”
얼마 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내 퍼거슨이라는 곳에서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이라는 18세 청년이 경찰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 경찰의 총에 여러 발을 맞은 브라운의 시신은 한동안 거리에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경위가 밝혀지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을 술렁이게 했다. 처음에 경찰은 마이클 브라운을 강도 용의자로 지목하였으며, 경찰의 총격이 정당방위라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브라운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없었음은 물론, 두 손을 들고 투항했음에도 총격을 가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왔다. 또 부검 결과 정면에서 여섯 발 이상 맞았다는 점, 브라운은 전과도 없고 당시에 평범하게 어딜 가던 길이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며 사건의 여파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 측은 총격을 가한 경찰관의 신원을 비공개로 하였지만, 결국 그의 이름과 인종이 공개되었다. 그런데 그 직후에, 백인 경찰관이 또 다시 퍼거슨 인근 지역에서 20대 흑인 청년에게 총을 쏘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전역에서 흑인들의 항의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고, 투항을 무시한 처사였다는 점에서 “Hands Up, Don’t Shoot(손들어, 쏘지마)”라는 문구를 걸고 많은 이들이 시위에 동참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과격한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공권력의 인종차별로 희생된 흑인 청년들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흑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아마두 디알로(Amadou Diallo, 당시 23세) 사건의 경우, 뉴욕 경찰은 아마두 디알로가 지갑을 꺼내려던 것을 총을 꺼내는 것으로 오인하고 41발을 쏴 19발을 명중시켰다. 그런데 피해자는 평범하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한 시민이었다. 경찰은 그가 성범죄 용의자와 인상 착의가 비슷하다고 판단해 검거하려 했고, 아마두 디알로가 호주머니를 뒤지자 즉각 총격을 가해 죽여버렸다.
2001년 발표된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Amerian Skin(41 Shots)”와 2002년 공개된 로린 힐(Lauryn Hill)의 “I Find It Hard To Say”는 아마두 디알로 사건의 충격을 담은 곡들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이 곡으로 인종주의자들로부터 역공세를 받았지만,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올해 새 버전을 다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로린 힐의 곡은 <일다> “인종차별, 이렇게 내버려 둘 것인가?” 기사에서 소개하였다.
2008년에는 오스카 그랜트(Oscar Grant, 당시 22세)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스카 그랜트는 연말을 맞아 새 출발을 결심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놀러 나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에서 다툼이 발생하자 경찰은 시민들을 지하철 밖으로 격리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오스카 그랜트는 경찰에 위협을 가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총격을 당했다. 당시 지하철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이를 영상으로 남겼고,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주며 항의 집회와 행동으로 이어졌다.
▲ 오스카 그랜트 사건을 다룬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한 장면.
올해 초 국내에 개봉된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원제 : Fruitvale Station)가 바로 이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실화를 각색하며 드라마로 바꾸기보다는 사건의 맥락을 드러내며 사실에 충실하게 구성되었다. 핸드헬드(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촬영기법)로 찍은 부분과 영화 내 삽입된 자료 화면은 극영화 내에 실사의 느낌을 주고, 동시에 오스카 그랜트의 실제 삶이 지진 무게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였다.
이후 2012년 2월,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 사건이 발생한다. 자경단의 조지 짐머만(George Zimmerman)은 동네를 순찰하다 검은 후드티를 입은 흑인 트레이본 마틴(당시 17세)을 발견하고 추적한다. 계속 마틴을 쫓아간 짐머만은 결국 그와 격투를 벌였고, 짐머만은 권총으로 그를 쏴 죽였다. 경찰은 정당방위라고 했지만, 당시 마틴은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사가는 길이었고 ‘이상한 사람이 쫓고 있다’는 통화 내용을 남겼다. 반면, 짐머만은 ‘마약과 관련된 듯하다’며 911에 보고했지만, 911이 추적하지 말라고 지시했음에도 끝까지 쫓아가서 살해한 것이었다.
인종차별과 공권력의 폭력을 둘러싸고 미국 사회는 여론으로 들끓었고, 희생자 추모 행렬과 집회가 이어졌으며, 사람들은 검은 후드티를 상징적으로 입고 다니기도 하였다.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각종 조작 의혹과 논란이 일었지만, 결과적으로 짐머만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게다가 조지 짐머만이 셀레브리티 복싱 경기를 준비하고, 매스컴이 그를 유명인처럼 조명하면서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Be Free” 편견이 걷힌 자유로운 사회를 원해
다시 돌아와 이번 마이클 브라운 사망 사건을 보자.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인종주의뿐 아니라 경찰의 총기 사용 문제, 미디어의 문제 등 다각화되고 있다. 경찰의 총기 및 검거 도구가 점점 더 군사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 바디 카메라(신체에 착용하는 카메라)를 적극 도입하는 등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기술에 대한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미디어가 마이클 브라운을 ‘thug(폭력배)’로 묘사하며 부정적인 이미지 사진을 선택해 올린 것도 논란이 되었다. 마이클 브라운에게도 졸업사진 같은 단정한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미지를 비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IfTheyGunnedMeDown(내가 만약 총에 맞았다면)”이라는 해쉬태그(hash tag. ‘#특정단어’ 형식으로, 특정 단어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기능)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자유분방한 이미지의 사진과 단정한 이미지의 사진을 동시에 올리는 운동을 펼치기도 하였다.
▲ 음악과 메시지를 통해 주목받는 힙합 뮤지션 제이콜(J. Cole)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이콜(J. Cole)이라는 아티스트가 “Be Free”라는 곡을 내놓았다. 가사 내용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건 매듭을 끊는 것”이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반복하여 강조한다. 또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싣기도 하였다.
제이콜은 이 곡을 발표하며 “누군가에게 죽었던 간에 마이클 브라운을 포함하여 고인이 된 모든 어린 흑인 친구들의 명복을 빈다. 편견이 걷히고 평화로 가득하길 빈다”고 말했다.
제이콜은 데뷔 앨범부터 흑인 커뮤니티의 실상, 특히 커뮤니티 내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모습을 조명하는 것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그와 동시에 힙합의 멋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해왔다. 두 번째 앨범 [Born Sinner]에서는 개인의 복잡한 심경을 묘사하기도 하였는데, 타인과 자신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고민과 현실을 결부시키고 거리여성들의 삶을 언급하는 등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Be Free”는 먹먹한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제이콜의 감성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에서 제이콜이 첫 정규 앨범을 선보이기 전 무료로 공개했던 곡들의 결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곡 전체에 걸쳐 보컬이라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그래서 더욱 그의 감정이 잘 전달된다. 제이콜 외에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사건이 발생한 퍼거슨시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희생자 추모와 진실 규명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총을 쏜 경관을 지지하는 백인들의 글도 잇따르고 있다. 그에 정비례하여 과격한 시위도 격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의 표현과 참여, 상대적으로 조금 더 발언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인종주의, 공권력의 군사화, 온라인 공간의 폭언들과 과격 시위에 이르기까지, 마이클 브라운 사건은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 역시 제이콜의 바람대로 ‘매듭을 끊고’, ‘자유를 찾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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