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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디 있지?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블랙 아이드 피스 “Where Is The Love?”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만약 너만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  미국의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미국의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히트곡 중 하나인 “Where Is The Love?”는 2003년 영미권 전역에서 1위를 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높은 판매량을 보인 것은 물론, 블랙 아이드 피스는 이 곡으로 그래미 시상식 중 두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본격적인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 시작점이었다.

 

블랙 아이드 피스는 힙합에 댄스음악이나 팝음악의 형식을 차용하기도 하는데, 실제 멤버들 중 몇 명은 뛰어난 춤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그룹의 토대는 랩과 힙합에 있다. 굉장히 진지한 느낌으로 사회에 커다란 화두를 던지는가 하면, 마냥 신나는 파티음악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여러 곡들이 TV 프로그램 등에 삽입되면서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처음 삼인조 남성 래퍼들로만 구성되었던 이 그룹은 여성 싱어인 퍼기(Fergie)의 영입으로 큰 변화를 겪었으며, 이후 좋은 음악을 계속 선보였다. “Where Is The Love?”가 실린 앨범 [Elephunk]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후 “Boom Boom Pow” 등의 곡은 팝 팬들에게 도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음악적 유행을 주도하는 빠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멤버들이 함께 모여 쓴 “Where Is The Love?”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사는 각 구간마다 차별과 전쟁, 미디어와 정부의 문제점을 꺼내어놓는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현실을 지적하는 편인데, “만약 너만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 결국 차별하는 마음만 가지게 될 뿐이야 / 그리고 차별하는 건 증오를 낳을 뿐이야”와 같은 가사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담는다. 이러한 성격 덕분인지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이 곡을 커버하기도 하였다.

 

후렴구에서는 종교적인 느낌을 비치기도 한다. “다른 쪽 뺨을 돌려라”와 같은 문구, (하나님) 아버지를 찾는 듯한 구절이 그러한 느낌을 준다. 종교적인 언급을 해도, 본질은 문제투성이 사회를 바라보는 점에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던지는 질문의 끝은 제목과 같이, ‘사랑은 어디 있지?’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자, 그리고 사랑하자 

 

▲ “Where Is The Love?”가 실린 앨범 [Elephunk] 
 

이 곡은 두 가지 지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하나는 ‘질문’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지점이 생겼다면 그것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왜 불편한지, 내가 왜 불편하게 느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이 좋은 삶의 태도이고,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여성주의적 자세라고 생각한다.

 

“Where Is The Love?”는 특수하고 가시적인 상황, 예를 들면 전쟁이나 범죄와 같은 주제를 꺼내고 있다. 세상에서 반복되고 있는 이 같은 문제들을 조금 더 나와 연결시키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기존의 생각들을 의심해보자는 것이다.

 

하나 하나에 질문하다 보면 다른 질문이 생기고, 질문들끼리 모이거나 흩어지기도 한다. 다양한 상황이 하나의 원인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 어떤 질문도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힘들겠지만, 질문을 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질문의 끝이 질문이 되는 일은 결코 어린아이들, 혹은 학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태도가 되길 바란다.

 

다른 하나는 ‘사랑’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나 연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과 정서,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사람들 사이에 잘 지켜지지 않는다.

 

최근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한 기사를 읽거나, 대안언론들만이 다루고 있는 이슈들을 볼 때, 우리 사회에 인간에 대한 존중이나 공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권위주의적 사회는 고통이나 차별에 대해 세심한 접근을 하지 않기에, 상처를 더욱 벌리고 뜯어댄다.

 

얼마 전 세월호 합동분향소의 자원봉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자살을 시도했다. 전문적인 심리 치료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공감할 줄 모르는 사회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고통이 방치되는 것이 아닐까. 이 시기에 “Where Is The Love?”는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 블럭 www.ildaro.com 

 

* 블랙 아이드 피스 “Where Is The Love?” 뮤직비디오 http://bit.ly/1iVhR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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