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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

매화 필 무렵, 매실 농민들은…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4. 4. 7. 18:30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매실 농사기술 교류회

 

▲  진주에 매화가 만개했을 때 간 출장은 농민회 활동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 박푸른들 
 

농민회를 다니다보니, 진주에 매화가 만개했을 때 그걸 보러 가는 출장도 있다.

 

생산과 출하를 관리하는 일을 맡아서 그동안 출장이 많았다. 출장은 오가는 시간과 1박이라도 할라치면 사무실에서보다 많은 시간 일을 하기는 하지만 콧바람을 쐴 수 있어 좋다. 그 많던 출장 중 이번 출장이 단연 최고다. 물론 분위기가 한껏 강화된 사진을 찍고 자랑하는 꽃놀이를 간 건 아니다.

 

매화가 필 무렵이자 벌들이 나무 사이를 지나다니던 날, 동계 전정을 마친 농민회 매실 농민들이 농사 기술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  

 

▲  오랫동안 한 품목 농사를 짓게 되는 과수 농민들의 노하우는 논리적이다.   © 박푸른들 

 

매실은 농민회가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서 출하를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예민한 품목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확 전 이맘때 매실 농민들은 꼭 모여 한 해 생산과 출하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 합의를 위한 회의 전 교류회가 열렸다.

 

농민회의 회의나 행사 일정은 농사 리듬에 따라 맞춘다. 그러지 않으면 농민들에게 혼꾸멍이 난다. 그런데 요즘 농민들은 어떤 일정 하나 잡을라치면 매번 바쁘다고 난리다. 가온재배 등으로 농촌이 이전보다 훨씬 쉴 틈이 없어진 건 사실이지만, 실무자로서는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

 

이맘 때 매실 농민들은 꽃가루가 없는 품종들에 벌들이 꼬이지 않을 것도 걱정해야 하고, 매실 수확을 시작하는 5월 말까지는 나무에 붙은 필요 없는 눈을 없애는 작업도 하고, 수시로 관수도 신경써야하지만 그나마 요즘이 한갓지단다.

 

교류회 장소는 농민회 매실 농민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진주 어느 과수원으로 정해졌다. 매실은 따뜻한 날씨에서 자라기 때문에, 주로 매실 수확을 목적에 둔 나무는 주로 남쪽 지방에 심긴다. 그래서인지 농민회 매실 농민들은 남쪽 지방이 전부다.  

 

▲  밀원식물로 대표적인 매실나무지만, 품종에 따라 꽃가루 양 차이가 커서 여러 품종을 함께 심어야 벌들이 모인단다.  © 박푸른들 
 

처음 기획을 맡아 본 나는 농민들이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며 쌓아 온 노하우인 이 지적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면 좋을는지부터, 농사 기술력에 상관없이 원한다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류회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된 일정은 순간, 순간 농민들의 요구대로 마구 뒤엉켜 흘러갔다.

 

20분 안팎의 과수원 산책은 갑작스레 현장 실습이 되어버렸고, 다음 날 점심 전에 마치기로 했던 일정이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끝나는 등…. 그래도 돌이켜보니 사전에 세운 기획보다 이런 시간이 더욱 역동적이고도 밀도 높게 느껴졌다.

 

또 농민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농민들이 자신의 농사 노하우를 교류한다는 점이 퍽 인상적이었고, 내가 다니는 농민회의 중요한 어떤 정체성처럼 다가온다. 일다 www.ildaro.com

 

▲   내가 본 농민들은 그 어떤 주제보다 본인의 농사이야기를 할 때 가장 빛난다.   © 박푸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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