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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동물권 이야기> 일상용품으로, 전시물로 희생되는 생명

동성애자 여성들의 인터뷰 기록 “Over the rainbow”의 필자 박김수진님이 “동물권 이야기” 칼럼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인 ‘동물권’에 대해 깊이 살펴보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생태적 삶을 모색해봅니다. www.ildaro.com 


외투, 이불, 운동화, 벨트, 가방에 희생되는 동물들

이번 기사에서는 모피동물, 전시동물, 애완동물 그리고 인간동물이 처한 현실에 관해 살피고자 합니다. 여러 질문들을 떠올리며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모피동물이라 불리는 비인간동물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해보죠. 

▲ 밍크, 여우, 토끼, 비버 등의 가죽을 사용한 제품들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 PETA 
 
여우 모피를 이용해 모피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11마리의 여우가 필요합니다. 밍크코트의 경우엔 밍크 45마리에서 무려 2백 마리가, 친칠라 모피코트를 위해선 친칠라 1백 마리가 털과 피부를 내어줌과 동시에 죽어간다고 합니다. 모피라고 하면, 보통 많은 사람들이 비인간동물의 털만 떠올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모피는 피부와 피부에 달린 털을 모두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털을 이용하기 위해선 해당 비인간동물의 피부까지 벗겨내야 합니다.
 
한국의 일부 개식용 문화 때문에 희생당하는, “식용견”이라고 불리는 개들의 사육 환경과 모피동물의 사육 환경은 유사합니다. 세계 모피의 75% 이상은 특정한 사육 시설에서 생산되고 있어요. ‘공장식’이죠. 인간동물의 무자비한 포획으로 비인간동물 개체수가 줄어들자, 20세기 초부터 인간동물들은 모피용 비인간동물을 사육하기 위한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모피동물 역시 평생을 좁은 우리 안에서 보내야 하죠. 인간동물이 취할 것은 “고기”가 아니라 모피이기 때문에, 음식과 물 등이 원활하게 제공되는 일이 드물다고 합니다. 모피동물들은 털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을 주입 받고, 먼저 죽어간 동종 비인간동물의 사체를 음식으로 제공받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육 환경이 처참하다는 이야기지요.
 
어떤 종류의 모피를 생산하든, 모피용 동물의 사육 환경과 사육 방식은 잔혹합니다. 그나마 평화로운 사육 환경에 놓여 있을 것 같은 양의 경우, 파리가 꼬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뮬징’(mulesing)이라는 방법이 이용된다고 해요. 양의 다리 뒤쪽과 둔부의 살점을 마취제나 진통제 없이 잘라내, 주름 잡힌 부분을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꼬리를 잘라 내는 것은 필수이고요.
 
대부분의 밍크는 목을 부러뜨려 죽입니다. 중국 모피공장 등 일부 공장의 경우엔 산채로 밍크의 피부와 털을 칼로 벗겨내기도 합니다. 유튜브를 통해, 밍크 모피를 얻기 위해 중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밍크를 대하는지 관련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밍크의 모습을 알게 되었지요. 지금까지 밍크라는 생명체의 모습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관심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영상에서, 중국 한 사육 농가의 인간동물들은 밍크들을 철장에 가둬 키우다 꺼내어 산채로 밍크를 뒤집어 들고 머리를 땅으로 내려쳤습니다. 밍크들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었고, 인간동물은 살아 있는 그 밍크의 피부를 칼로 베어냅니다. 그리고는 온몸이 붉은 핏덩이로 변한 밍크를 바닥 한쪽 구석에 던져버립니다. 피부와 털이 벗겨진 채 피 흘리는 밍크들이 언덕을 이룰 정도로 쌓였고, 그 곳에서 밍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모피동물이라고 하면 주로 여우나 밍크를 떠올리지만, 인간동물이 사용하고 있는 모피 제품의 종류는 다양하며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있습니다. 운동화, 구두, 벨트, 지갑, 핸드백, 가방 등 많은 일상용품이 소가죽 등 비인간동물의 가죽을 이용해 만든 제품입니다. 겨울용 필수품이 된 오리털 파카, 거위털 파카는 물론, 이불 만드는 데 사용되는 양모도 모피를 이용한 제품이죠. 최근엔 라쿤의 모피가 대유행인데요, 라쿤 모피로 장식되어 있지 않은 겨울용 외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는 동물원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가
 
전시동물에는 육지동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족관 등에 전시되는 바다동물들도 있지요. 전시되는 바다동물에 관한 문제는 이후에 다루도록 하고, 오늘은 육지동물에 한정해 살펴보기로 해요.
 
동물원은 19세기 초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합니다. 초기 동물원은 인간의 자연 지배와 식민지 지배를 상징하는 시설이었습니다. 오늘날 연간 1억 명 이상이 1만 개소의 동물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인간동물들은 동물원을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인 장소나 휴식의 장소로 여기는 경향을 보입니다. 야생에서, 자신들의 고향에서 살아야 하는 비인간동물들을 한 장소에 몰아넣고 우리가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린 시절에, 혹은 어른이 되어 데이트 코스로 종종 찾았던 동물원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습니까? 

▲  한국의 한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백곰의 모습    © 일다 
 
최근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많이 열립니다. 비인간동물이 감금되어 있는 공간을 찾은 어린이들이 직접 비인간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이지요. 사실 어린이들에게 특정 비인간동물의 모습을 알려주고 싶다면,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을 실행해선 안 되는 이유를 가르치는 것이 더 ‘교육적’인 일이 아닐까요? 감금된 채 체험학습의 수단이 되어 끊임없이 인간동물에게 몸을 내어주는 일에 비인간동물의 마음은 얼마나 지치고 고통스러울까요? 아마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이 처한 상황을 반대로 두고 상상해보면, 그 고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의 많은 지역 동물원은 매우 더럽고 좁은 공간에 비인간동물을 가두어 놓고 ‘동물원’이라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나마 상식이 있는 동물원 운영자들은 동물들을 좁고 더러운 우리에 가두어 전시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 또한 비인간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동물을 위한 것입니다. 인간동물은 동물원을 찾았을지언정 좁고 더러운 우리 안에 갇혀 병들거나 신음하는 비인간동물을 마주하고 싶어하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넓고 깨끗한, 그리하여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동물들을 보고 싶어하지요.
 
그런데 열대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비인간동물들이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한국에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무더운 여름을 견뎌야 하는, 극 지방에서 살았어야 할 비인간동물은요? 작년에 모 동물원에서 <다양한 야행성 동물을 볼 수 있는 나이트/라이트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동물원 측은 인간동물에게 밤에 활동하는 비인간동물을 만나기 위해 라이트 가득한 밤의 동물원을 찾으라고 했던 것입니다. 수많은 인공 불빛으로 낮이 되어버린 밤의 동물원에서, 야행성 동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인간동물은 동물원 속 비인간동물의 삶과 그 형태를 결정합니다. 동물원 업주나 사육사들이 결정하겠지요. 이동할 수 있는 장소의 범위, 날 수 있는 높이와 너비, 음식의 종류와 양, 파트너까지도 인간동물이 결정합니다. 동물원 속 비인간동물들은 ‘정형행동’이라 불리는 반복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끼리가 몸을 앞뒤로 흔들고, 곰이 숫자 ‘8’ 모양으로 움직이는 것, 원숭이가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것, 돌고래가 끝없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헤엄치는 모습 등이 정형행동입니다. 동물원에 들른 인간동물들은 이런 반복행동을 하는 비인간동물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위해 야생의 환경과 유사하게 공간을 조성하였다고 해도 그곳은 야생의 자연환경이 아닙니다. 끝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활동해야 하는 수많은 동물들이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무료하고도 피곤한 일상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비인간동물들의 정형행동은 비정상적인 행동이며, 폐쇄된 동물원에서 비인간동물이 정형행동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지만, 당연한 일입니다. 비정상성의 정상화라고나 할까요.
 
종종 이런 상상을 합니다. 마을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이버 동물원이 들어서 있는 상상이요. 입장료를 내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3D 입체영상을 통해 야생의 자연환경과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비인간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지요. 야생에서는 하염없이 걷고 또 걷기를 좋아하는 코끼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좁은 공간에 코끼리를 가두어 놓고 보여 줄 일이 아니라, 입체 비인간동물 체험관 같은 곳이 있어 그곳에 가면 입체영상으로 생동감 있는 비인간동물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이지요.
 
이미 인간동물은 달에도 갔고 2030년이면 화성에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왜 그토록 자연환경과 우주의 환경을 있는 그대로 두고 보지 못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인간동물의 기술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기술력을 사이버 동물원 만들기 같은 좋은 일에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굉장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코스타리카 정부가 동물원을 없애기로 했다는 내용이에요. 이런 굉장한 결단을 내린 이유에 대해, 코스타리카 환경부 장관은 ‘동물을 풀어주기로 결정한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보호 정책일 수 있지만, 결국 어떤 형태의 감금도 옳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단체를 비롯하여 동물자유연대, 동물사랑실천협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등 국내 동물권/동물보호 단체들도 전시동물에 관한 다양한 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최근 문을 연 ‘동물을 위한 행동’은 동물원 이슈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있지요. 당장 코스타리카와 같은 미래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국내 단체들의 노력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우리 나라도 차차 상황이 개선되리라 기대합니다.
 
돼지는 애완동물로 적합하지 않다?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모든 애완동물들은 본성대로 살지 못합니다. 애완동물의 생활 환경, 이동 거리, 음식의 종류, 임신/불임 여부, 신체 일부의 절단 여부 등 생과 사에 걸친 대부분의 것들이 애완동물로 살아가는 비인간동물의 의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반려동물’과 인간동물이 나눈다는 감정 교류 역시 인간동물 중심입니다. 통상 애완동물과 인간동물 간 감정 교류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상 감정적 교류를 필요로 하는 쪽은 애완동물이라기보다 인간동물이지요. 인간동물은 비인간동물과의 감정 교류의 형식과 내용에 관한 결정권 역시 일방적으로 소유, 행사하고 있습니다. 모든 선택권과 결정권은 오직 인간동물에게 있습니다. 애완동물들은 모든 자유가 박탈된 상태입니다.
 
‘동물의 권리’ 개념으로 이 문제를 보았을 때, ‘애완동물’ 문제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애완동물의 문제 역시 농장동물이나 실험동물과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특정한 범주의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동물의 관심과 기대는 제한적입니다. 어떤 동물은 애완동물로 적합하고, 또 어떤 동물들은 애완동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지요. 동물을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로 철저히 이분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인간동물을 또 다시 애완용과 비애완용으로 이분화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돼지를 애완동물로 키우던 사람들이 주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습니다. 돼지는 애완동물로 적합하지 않은 혐오스러운 동물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아직 재판부의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개와 고양이는 애완동물로 적합하지만 돼지나 닭 등은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겠지요. 

▲ 에리카 퍼지 <‘동물’에 반대한다> (사이언스북스) 
 
『‘동물’에 반대한다』의 저자 에리카 퍼지는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에 대해 가지는 호감과 사랑은 필연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분화에 익숙한 인간동물들이 동물을 애완동물로 활용할 수 있는 동물과 아닌 동물로 이분화하며, 비인간동물들 간 위계를 조작하고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간동물중심적이고, 자의적이지요.
 
애완동물로 대표적인 개와 고양이의 사육을 위해서, 인간동물은 수많은 공장식 축산업의 피해 동물들을 소비합니다. 애완동물의 사료와 간식은 보통 도살장에서 나온 ‘폐기 동물’로 만들어 진다고 해요. 도살장에서 사라진 비인간동물에 관한 생각은 나중에 하더라도, 인간동물이 쓸 수 없는 상태의 폐기 동물을 이용해 만든 사료와 간식이 애완동물의 건강에 좋을 리 없습니다.
 
동물병원에 가면 온통 개와 고양이를 위한 동물성 사료와 간식을 볼 수 있습니다. 양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캥거루고기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나의 개와 고양이를 위해 양이나 소 등 다른 비인간동물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입니다. 심지어 개와 고양이를 위한 건강 식품으로 녹용을 권장하는 동물병원도 많습니다.
 
애완동물 시장 규모와 유기동물의 수는 비례해
 
버려지는 개, 유기견에 관한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2008년 1년간 한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7만7천877마리이며 그 중 30.9%인 2만4천35마리가 안락사(살처분) 당했고, 15.9%인 1만2천395마리가 자연사했다고 합니다. 버려진 동물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권/동물보호 단체들은 실제 유기동물 수는 공식집계의 몇 배는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012년 현재 애견 인구는 1천만에 이르며, 한 해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가 12만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인간동물들은 날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애완동물 시장 뒤에 숨겨진 교배업소 속의 ‘품종 있는 개들’의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지요. 좋은 품종의 개들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좁고 더러운 철장에 평생 갇혀 임신과 출산의 기계로 전락해 살다가 개소주로 생을 마감하는 ‘품종 좋은 개들의 어미와 아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버려지는 개들을 구조하는 일에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책임을 지는 시스템도 아닙니다. 버려진 개들을 구조하는 것이나, 이후 모든 상황을 구조자 개인들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유기동물을 구조하고도 시보호소에 입소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안락사’라는 이름의 살처분 때문이지요. 버려진 개들을 보호하고 있는 수많은 사설 보호소 속의 개들은 거의 대부분 평생을 그 좁은 공간에서 살다 생을 마감해야 합니다.
 
인간동물들은 작고 예쁜 새끼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하지, 나이 들어 버림받고 보호소에 갇혀 고생 중인 다 큰 개나 고양이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사설 보호소를 지켜내며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에 이르는 유기견, 유기묘의 생계를 책임지는 인간동물에 관해서도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이렇게 비인간동물의 문제는 다시 인간동물의 책임과 역할 문제로 되돌아오고 마는데도 말이지요.
 
개와 소는 클래식 연주나 인기 가수의 노래에 별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개와 소를 위한다는 콘서트는 아마도 개와 소를 소유한 인간동물들을 위한 콘서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간동물의 인구가 급증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는 개나 소를 위한 콘서트라기보다는 인간동물의 이기심 때문에 희생을 강요당해 온 비인간동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작고 큰일을 찾아보는 게 아닐까 합니다.
 
개와 고양이 매매를 금지한 외국의 선례들
 
저는 개와 고양이 ‘매매 금지’ 운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관련 활동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계획일 수 있습니다만, 미국의 다음 사례들을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어바인시(City of Irvine) 의회는 2011년 10월, 애완용 개와 고양이 매매를 금지시키고 로데오나 서커스 공연을 위한 매매를 포함하여 외국산 희귀동물의 매매를 금지하는 동물복지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어바인시 내 동물 소매상들은 2012년 10월까지만 매매가 가능했고, 현재는 금지된 상태입니다.
 
이와 비슷한 법안은 대너포인트(City of Dana Point), LA, 텍사스, 미주리, 오하이오, 헐리우드 등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헌팅턴비치(Huntington Beach)는 1~2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동물 매매 금지를 실행하기로 한 상태이고, 샌클레멘티(San Clemente)는 시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된 상태입니다만 시간이 흐르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LA시의 경우, 개와 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집단 사육하는 퍼피 밀(Puppy Mill)과 키튼 밀(Kitten Mill)을 통한 매매가 빈번한 만큼, 버려지는 동물의 수도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미국의 불경기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부담을 느낀 이들이 개와 고양이를 버리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가운데, LA시에서는 매해 유기견과 유기묘가 6만여 마리에 육박하였습니다.
 
이에 LA시는 2012년 10월 31일에 “애완동물의 상업적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안”을 확정하여, “애완견, 애완묘 공장”인 퍼피 밀과 키튼 밀의 영업과 ‘펫샵 판매’를 규제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라구나비치(Laguna Beach)시의 경우에는 정말 굉장합니다. 라구나비치시 안에는 개와 고양이를 애완용으로 판매하는 소매점이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시 외부의 동물 판매업자들이 여러 차례 들어오려고 했으나, 지역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동물 판매업자들의 입점을 막아냈다고 하지요. 그럼에도 라구나비치시는 2012년 5월 “상업적으로 동물을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확정했는데, 이미 실시하고 있는 동물 정책을 문서화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와 고양이 매매 금지 법안을 마련한 대부분 시에서 반려동물을 아예 구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헐리우드는 유기견 보호소를 통한 입양만 가능하도록 법제화하였고, LA에서는 동물보호국이나 동물보호단체에서 구조 후 보호 중인 개와 고양이의 매매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들을 참고하여 더 늦기 전에 개와 고양이 매매를 금지하고, 유기견이나 유기묘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김수진)

[참고 문헌]
김영미. 2007. 「피비린내와 탐욕에 절은 사치품 모피옷」. 『동물보호 무크 숨』. KARA.
고다마 사에. 2009.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박소영 역, 책공장 더불어.
니겔 로스펠스. 2003. 『동물원의 탄생』. 이한중 역, 지호.
마크 베코프. 2008. 『동물의 감정』. 김미옥 역, 시그마북스.
멜라니 조이. 2011.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노순옥 역, 모
박소연. 2012. 「동물사랑실천협회 구호동물 입양센터」. 동물사랑실천협회.
에리카 퍼지. 2007. 『‘동물’에 반대한다』. 박상준 역, 사이언스북스.
캐서린 그랜트. 2012.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황성원 역, 이후.
경향신문 “‘동식물의 보물창고’ 코스타리카, 동물원 없앤다”
래디오코리아, “LA시 애완동물상업적 판매 못하게 되었습니다”
미주한국일보, “애완용 개, 고양이 매매 금지”
미주한국일보, “애완동물 판매 금지 확산”
서울신문, “돼지는 애완동물 안돼”… 주민들 집단 소송
LA중앙일보, “집단 사육 애완동물 판매 금지 추진…LA시 조례안 상정”

.    * 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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