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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시골마을 예술텃밭에서 가꾸는 조화로운 삶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2. 1. 18. 07:30

불편을 마다하지 않는 기쁨을 알게 되다
<일다>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7.

※ 뛰다는 2001년 ‘열린 연극’, ‘자연친화적인 연극’, ‘움직이는 연극’을 표방하며 창단한 극단입니다. 지난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20여 명 단원들이 폐교를 재활 공사하여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 이름 짓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다> www.ildaro.com

 
얼기와 녹기를 반복하며
 
그러고 보니 저는 뛰다의 막내입니다. 어려서부터 이상하게 막내인 적이 없었던 저는 뛰다에 와서야 막내가 되어 봅니다. 막내라……. ‘막내는 보통 귀엽고 애교도 많고 살갑고 그런 거 아닌가? 내가 정말 막내인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뛰다의 반쪽이 인도에 가 있고 룸메이트인 승준이형이 일본에 가있는 사이 저는 막내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뛰다의 반쪽들에게 장난도 치고 칭얼대기도 하고 가끔 욱해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가끔은 텅 빈 것 같은 시골마을 예술텃밭을 일구어 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곳곳에서 지금 화천에 없는 뛰다의 모습들이 보입니다. 목소리, 표정, 행동들이 계단과 계단사이에, 차가운 댄스 플로어 위에, 녹지 않는 눈 위에 새겨진 지긋이 밟힌 발자국 속에. 어쩌면 이것은 지금 타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뛰다들이 돌아왔을 때, 떠나기 전보다 조금 더 깊어진 우리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노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7일부터 화천 산천어 축제가 시작되어 읍내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뛰다  
 
처음 겪어보는 화천의 겨울은 매섭고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1월 7일 산천어 축제가 시작되고 난 뒤 읍내에는 평일에도 차들이 가득 차 통행이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얼음 구멍에 머리를 박고 산천어를 낚기도 하고 스케이트를 타거나 눈과 얼음으로 된 조각상들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시골마을 예술텃밭에서는 봄이 오면 다닐 순회공연을 위한 준비에 한창입니다. 아침 일찍 모여 얼어있는 연습실을 청소하고 불을 지피고 관사에서는 점심을 준비한 뒤 배우들은 잠들어 있는 몸을 깨웁니다. 오전 훈련이 끝나고 나면 삼삼오오모여 조촐한 점심식사를 합니다. 실내이지만 가끔 입김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하.
 
식사 후 공연을 위한 갖가지 준비와 연습들을 하다보면 밖은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연습실은 다시금 얼어갑니다. 얼어가는 것과 녹아가는 것. 그것을 매일 반복하며 조금은 추위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익숙해지는 만큼 우리는 더 단단해집니다.
 
눈은 내리고
말없이 쌓이고
그러다 녹고
그렇게 남몰래
쌓이고 없어지고 쌓이고를 반복하다보면
봄은 또 오겠지.
 
조화로운 삶을 생각하다
 
지금 우리는 한 주에 책을 한권씩 읽고 그것에 대해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나누었죠.
 
‘조화로운 삶이라……. 무엇과 조화를 이루는 것일까.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책을 읽으며 든 질문입니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도 답을 얻지 못했지요. 책장을 덮고 나서 생각해 봅니다. 나와의 조화. 자연과의 조화. 삶과 연극의 하모니.  화천에 와서 변해가는 것이 있다면 아마 이것이었구나 싶습니다.

 

▲ 나와의 조화. 자연과의 조화. 삶과 연극의 하모니. 화천에 와서 변해가는 것이 있다면 아마 이것이었구나 싶습니다.   ©뛰다  

책을 읽으며 예전과는 다른 고민들과 다른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꽉 막힌 빌딩사이가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지내고, 빽빽이 차들이 들어찬 도로가 아니라 한적한 시골길을 거닙니다.

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많은 약속들이 기다리고 있던 생활 속에선 눈을 뜨고 있는 매순간 많은 정보들이 내 눈을 통해, 귀를 통해 강압적으로 주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더 여유 있는 생활 속에서 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오늘 몸 상태는 어떤지, 어제 읽은 책이 오늘 살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하루를 ‘살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당연하게 버스나 전철을 타야했고 필요한 것들은 한 건물마다 즐비해 있는 가게들로 들어가면 되었지요. 슈퍼를 가기 위해 30분을 걷는 것도, 아침마다 자전거로 출근을 하거나 혹은 시간 맞춰 서로 같이 한차에 몸을 싣는 것조차 도시에선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간을 어루만지고 어제와 달라진 공간을 바라봅니다. 바라보게 된 것이지요. 손수 불편을 마다하지 않는 노력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신경 쓴 만큼, 고생한 만큼, 내 손이 닿은 만큼 만족감은 커집니다.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것을 알아갑니다. 이것은 내가 온전히 내 삶을 살아감에 큰 힘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공병준 / 미디어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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