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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논평] 남성중심의 성담론과 관음증을 비웃다 
 
한주간 대한민국의 남성중심적인 성 담론에 반기를 든 여성들의 행동이 이슈가 됐다. 7월 16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슬럿워크(Slut Walk) 이야기다.

▲ '잡년행진' 포스터 이미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여성은 헤픈 여자(Slut) 같은 옷차림을 피해야 한다”는 캐나다 경찰의 발언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슬럿워크’(Slut Walk) 시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에서도 이런 행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의사를 밝혀 지난 주말 서울에서 “잡년 행진”이란 이름으로 진행됐다.
 
‘여성들의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이른바 성폭력 유발론은, 대표적인 남성중심의 성 담론이다. 슬럿워크는 이처럼 성범죄의 원인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여성의 몸에 통제를 가하는 사회에 저항하는 운동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 이름만큼이나 도발적인 시위 전개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었고, 과연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었다. 저항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슬럿워크 코리아에 대한 언론 보도 이후,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나 관심의 초점이 된 이슈는 행사의 본질에서 상당히 벗어난 내용이었다. 행사 당일 수많은 카메라가 슬럿워크 참가자들의 옷차림을 집중 조명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우리는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에 익숙해져 있고,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여성의 몸을, 그리고 여성문제까지도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시위는 바로 그렇게, 여성들을 대상화하고 성적인 농담으로 희화화하는 현재 한국사회의 문화를 꼬집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슬럿워크에 참여한 여성들에 대해 ‘피해의식’이 강하다고 매도하는 여론도 높았다. 과연 이 피해의식은 누가 만들었는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자신의 성적인 욕구에도 맞서지 못하는 남성들을 감싸기 급급한 문화가, 우리 사회에 실제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았던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던 조선족여성은 성폭행 고소 후 재판과정에서 수치심과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했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다가 성희롱을 겪고서 이를 문제제기 한 여성은 해고되어, 현재 복직을 요구하며 50일째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또 고려대 의대생들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가해자 출교’를 요구한 1인 슬럿 시위까지 생각해본다면, 이번 “잡년 행진”이 외국의 운동을 그대로 따라 한 단순한 행사는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에 의해 진행된 슬럿워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불붙었다. 한국사회는 ‘남성이 주도하고, 남성이 이야기하는 성’ 이외에 성에 대한 다른 담론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다. 때문에 새로운 판을 열기 시작한 “잡년”들의 활보와 ‘목소리 내기’를 기꺼이 지지한다.

※ [일다 논평]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 - 박희정(편집장) 조이여울(기자) 정안나(편집위원) 서영미(독자위원) 박김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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