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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일다 논평]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을 보며

군대 내 총기 살인사건은 징병제의 다른 모습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하여, 군 인권문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범행을 한 이들이 부대원들을 살해할 의도를 갖게 된 동기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나, 군 내부에서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에서 가혹행위를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까지 온라인을 통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해병대의 ‘기수열외’ 악습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 크다. ‘기수열외’란 특정인을 입대 기수에서 열외로 하는 것으로, 따돌림 행위의 하나이다. 기수열외 된 자는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거나, 후임 또는 선임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괴롭힘과 구타를 당하는 등 정신적, 육체적 폭력에 노출된다. 군의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가져오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수열외는 당하는 사람을 죽음과 같은 고통으로 내몰 수 있는 악습이라 할 수 있다.

해병대사령관은 군대 내 악습과 폐습을 뿌리뽑겠다고 선언했지만, 말뿐인 대책에 그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5년 경기도 연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8명이 사망했을 때에도, 군은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며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6년 후 또다시 발생한 군대 내 총기 살인사건은 군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실 원치 않는 이들을 징집하는 대한민국의 군대 시스템 상, 극단적인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위기’에 대처할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는 얘기인지 모른다.

사회 곳곳에서 ‘기수열외’는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짚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극단적인 살인 사건의 배경을 떠나, 해병대의 ‘기수열외’가 과연 군 내부의 특수한 악습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폐쇄적이고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군 시스템의 특성이 가져오는 압박은 특수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으나, 사실상 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집단 따돌림 현상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이주노동자들이나, 의무급식으로 보호받아야 함에도 포퓰리즘 논쟁으로 상처받고 있는 학생들,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있는 성매매 여성들과 성소수자들, 또한 가난한 노동자들과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그 존재를 도외시하며 인권침해를 방치하고 있는 경우는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해병대 ‘기수열외’ 악습에서는, 기수열외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까지 기수열외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잘못된 행동에 동참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같은 죄의식을 공유한 ‘동지’라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방식이다. 다수가 그 행위에 참여하면, 잘못된 행위라도 ‘관행’이라는 면죄부를 받아 더 이상 잘못이 아닌 것으로 되어버린다.

기업의 룸살롱 접대문화를 포함한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집단 성매매 문화가 바로 그러한 것 중 하나이다. 함께 노동하는 존재로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동등한’ 권리를 외면해버리는 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돈과 성적으로 아이들의 친구들까지 선별하려 드는 학부모들 역시 넓은 의미의 기수열외를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군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상명하복의 조직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폭력과 협박으로 누군가를 기수열외 시키면서 군기를 잡아 지탱되는 조직이 과연 이번 총기 사건과 같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사회적으로 소외 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자신도 열외자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방어적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과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식물에는 최소의 법칙이 있다. 다른 영양소가 아무리 많이 제공되어도 최소한으로 제공된 영양소에 식물의 성장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약한 집단,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삶이 그 사회의 진면목일 것이다.

 [일다 논평]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 - 박희정(편집장) 조이여울(기자) 정안나(편집위원) 서영미(독자위원) 박김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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