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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1. 3. 7. 08:30
[일다] ‘男 직장, 女 가정’에 기반한 근로시간 제도 변화돼야 
 
<필자 박선영님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며 일다 편집위원입니다.>
 

‘직장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와 정책적 관심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꾸준하게 증가하는 반면,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가족 양립지원 정책은 ‘육아 등의 가족적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암묵적 전제 하에, 워킹맘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자녀양육기의 여성들이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남성이든 여성이든, 혹은 자녀가 있든 없든 간에 우리 모두는 생산노동에 참여함과 동시에 가족적 책임이 있는 가족의 일원이고, 시민의 한 사람이다. 근로자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의 생활이 균등하게 보장될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 삶에서 ‘일하는 시간’만이 중요한가?
 

이를 위해서는 근로시간 제도의 변화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우리의 삶은 시간으로 구성되어있다. 수입을 얻기 위한 시간, 누군가를 돌보는 시간, 여가시간, 종교활동이나 시민활동을 하는 시간, 수면시간 등이 그것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시간 중 근로시간은 수입을 얻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시간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근로시간만이 중요하고 다른 시간들이 부차적인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0년 국가경쟁력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연간 2천255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천766시간보다 31.7%나 길다.
 
장시간 노동의 전통은 ‘남자는 직장, 여자는 가정’이라는 성별분업을 전제로 형성된 것이다. 우리의 근로시간 제도는 아내의 내조를 바탕으로 가족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남성근로자를 기본적인 ‘근로자 상(像)’으로 하여 발전해왔다. 이제는 ‘근로시간’ 중심에서 벗어나, 남녀근로자에게 근로시간과 가족시간, 생활시간을 자신의 조건 속에서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육아휴직 등의 일시적인 휴직제도는 일-가족양립 지원을 위한 중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근로시간 제도 자체가 가족, 생활 친화적으로 변화지 않는 한 효과에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가족적 책임이란 일시적인 휴가나 휴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한 달, 일 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의 한 부분이다. 시간외 근로가 항시 이루어지는 직장에서는 이것은 가능하지 않다.
 
성별, 혼인이나 자녀 유무를 떠나 근로자의 권리로
 
가족, 생활 친화적 근로시간 제도란 성별, 자녀의 유무,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가 일과 가족, 생활의 균형을 위하여 근로시간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에 대한 근로자의 주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길이 그 자체를 단축하는 것과, 근로시간 제도를 다양화하는 것이 함께 요구된다.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시간의 다양한 선택을 정비하는 흐름과 연동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연간 총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단축하는 것보다는, 남녀근로자가 생애의 각 단계에서 희망하는 일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을 통해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일에 집중하고 싶은 시기에는 집중해서 일하고, 누군가를 돌봐야 하거나, 나이 들어 수입보다는 생활의 여유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는 거기에 걸 맞는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로시간 제도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전제는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과, 자신의 선택에 의해 임금 및 배치, 승진 등에 있어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선영*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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