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은행나무의 수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서 삶의 경이를 느끼는 사람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짚신벌레, 뱀, 나무에게서 누가 경이로움, 경외감, 존경 따위를 느낀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이들도 경이로운 존재이며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조안 말루프 아르고스, 2005) 그날 밤 나는 취침시간이 지났는데도 도저히 그냥 잠들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집어들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혹감, 분노, 두려움이 뒤엉킨 복잡한 심리상태를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었다. 어쩌면 책을 읽고 싶었다기보다 기도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날 심은 은행나무가 그렇게 처참한 ..
아무리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지난 1월, 베란다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던 화초들 중 여러 아이들이 얼어 죽었다. 겨울을 거기서 늘 견뎌왔지만,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한파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게 죽은 것들 중에는 프랑스에서 키우다가 가져온 것도 하나 있었다. 화초가 얼어 죽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프랑스에서 공부를 할 때도 난 화초를 많이 키웠었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창밖, 넓은 물받이 위에 분들을 줄지어 놓고 높은 창틀에 걸터앉아 그들을 돌보곤 했다. 잘 키운 것은 가까운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고, 또 벼룩시장에서 팔기도 했다. 그리고 귀국할 때는 모두 그곳 식물원에 기증을 했다. 하지만 욕심이 나는 것들은 한 조각씩 떼어 짐..